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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Aug 23. 2018

Good Bye Goa

Good Bye Zoe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작년 말 우리팀으로 와서 7월, 1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조이가 이번달 말 퇴사를 하기로 했다. 퇴사를 하기로 한 마음을 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시작한 프로젝트를 끝내야한다는 일념으로 엄청난 책임감을 보여줬다. 디자이너지만 이제는 기획까지도 열정으로 해치우는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도통없는 진정한 UX designer가 되가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어느 주말, 숙소에서 TV를 보다가 옆에 앉아있는 조이에게 굿바이 여행을 가는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조이는 8월 중순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나는 마침 8월 중순에 휴가가 잡혀있어서 우리에게 남은 날짜는 8월 초 였다.


조이 굿바이 여행 호객을 위해서 만든 찌라시


에이미는 가족과 인도여행이 잡혀있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이번 장기 출장을 나온 셀비가 함께 가기로 했다. 그래서 주인공인 조이, 제시, 셀비, 내가 1박 2일 고아로 굿바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왜 고아 인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고아를 꼭 한번 가보고 싶었고, 이번 여행 컨셉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본 제시가 고아는 8월만 빼면 연중 모두 좋다고 했고, 조이는 지금 고아에 비가 엄청 내리는 시즌이라고 했다.


미루다 미루다 비행기 티켓을 사고, 숙소도 잡으려고 하는데 기존에 잡으려던 3-4만원대 숙박업체들(저 이미지속의 빌라들) 사이로 갑자기 왠 엄청난 화려한 숙소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이름 "더 릴라 고아", 알고보니 자주가던 엠비언스몰 옆에 있는 호텔이었고, 유명한 체인이었지만 내가 그런걸 알리 없지.


기대 이상이었던 더 릴라 고아 리조트


멤버들의 컨펌을 받고 나서 2개의 방을 예약했다. 조식까지 포함해서 인당 10만원 정도. 현지 계획담당 제시가 검색을 해보더니 우버가 안된다고 했다. 다행히 호텔에서 무료 픽업을 나오니 우선 가는 건 문제 없겠다 했고 제시가 전화를 걸어 픽업 약속을 잡았다.


떠나는 날 아침, 숙소에서 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우버를 타고 출발했다. 타자마자 단지 밖으로 나가는 길도 찾지 못해서 버벅대는 드라이버가 출발부터 심상치 않다. 손짓으로 아는 몇개의 힌디로 방향을 알려주고 차는 터미널 2로 향했다. 이번에 알게 된 거지만 인도에는 터미널이 3개가 있는데 주로 3번을 이용했어서 2번 터미널에서 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침 10시 40분비행기여서, 숙소에서 8시쯤 출발했고 (중간에 역시나 기사가 길을 헤매었지만) 공항에는 9시쯤 도착했다, 1박 2일이라 맡길 짐도 없어서 키오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출국장으로 바로 들어갔다.


풍선장식에 한창?인 항공사(좌), 기록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조이(우)


구경할 것도, 볼 것도 없는 작은 터미널이라 보딩까지 남은 1시간을 보낼 생각이 아득해진다. 대충 고객를 둘러보니 나름 라운지가 있어 카드가 있는 나와 조이는 들어가고 몸이 안좋은 제시도 2000루피 쯤 돈을 내고 입장했고 셀비는 밖에 있기로 했다. 테이블이 10개 정도 있고 허리까지 오는 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어있어서 라운지 밖에 앉아 있는 셀비를 볼 수 있었다.


커피와 빵을 좀 먹으니 더딘 시간도 꾸역꾸역 지나간다. 보딩 시간이 다 되서 셀비에게 가져가줄 빵하나를 챙겨 나왔다. 국내선 터미널은 그렇듯이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한다. 언제나 그렇듯 버스안에서의 외국인이라곤 우리뿐이다. 시끄러운 버스에서 내려 비행기를 탑승했다. 2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헤드폰과 함께 라니 오랜만에 비행시간이 기다려진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니, 세상에 내가 왜 이걸 이제서야 샀는지 하는 후회가 든다. 비행기 안에서 소음이 심하니 사실상 음악이나 영상을 볼때 제대로 듣기가 어려운데, 이건 뭐- 헤드폰을 써본 다른 동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소니 헤드폰의 위엄


떠나는 주간에 잠을 충분히 잠을 못잤는지, 아니면 헤드폰 덕분이었지 이륙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어 착륙할때 쯤 깨었다.


도착한 고아는 구름이 가득 끼었다. 비라도 왕창 내리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챙겨온 썬글라스는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작은 고아 공항 터미널로 나왔다 픽업을 해주는 사람과 어떻게 만나지? 전화라도 해야하는건가 하는 사이 밖으로 빠져나오니, 더 릴라 고아라고 피켓을 든 사람이 대번에 보인다. 인사를 하고, 이름을 알려주니 생수한병과 물티슈를 준다. 이런 서비스라니. 뭐지. 쏘 감동.


안내해주는 사람을 따라 차를 기다리는 장소로 갔다. 기다리는 동안 고아에 대해서 짧게 브리핑을 해준다. 고아는 북고아와 남고아가 있고, 북고아는 올드고아이며 파티피플들이 가는 곳이고 남고아는 평화로운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묵을 리조는 남고아에 있었고 공항에서 차를 타고 한시간 남짓 걸린다고 했다.


세상 방가웠던 웰컴 카드와 우리가 타고갔던 미니버스


회사 동료 루치라도 북고아는 정신없고 환락(?)의 도시라고 하면서 남고아를 엄청 추천했더랬다. 의도 한 것은 아니지만 파티피플과 어울리지 않는 체력을 가진 우리에게는 (마음만은 파티피플) 남고아가 어찌되었던 최적의 장소였다.


버스를 타고 리조트를 향해 가는 길, 동남아처럼 야자수가 길가에 가득이고 그 사이 건물들은 제각각 화려한 색상을 뽐낸다. 화려한 색감은 첸나이를 방문해쓸때와 비슷한데 건축양식이 첸나이와 달라서 약간 서양느낌이 물씬났다. 그렇지. 고아는 예전에 포루투갈의 식민지였고 그 영향이 많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원들 대신에 중간중간 교회들이 자주 보였다.


정직하게 한시간을 달려 버스는 어느 으리으리한 게이트 앞에 섰다. 문이 열리더니 잘꾸며진 리조트의 길을 따라 한창을 올라간다. 이미 입구서부터 흥분한 우리는 우아우아! 거리면서 사방을 살폈다. 버스는 곧 메인 건물 앞에 도착했고 그 앞에서 환영세레모니가 준비되어있었다. 내리는 사람 이마에 붉은 점을 찍어주고 목에 꽃을 걸어주었다. 근사한 환영인사도 멋진데, 언뜻 본 건물이나 주변이 기대보다 너무 좋았다. 도대체 내가 어딜 예약한거야!?!?? 실내로 들어가니 편히 자리에 안내해주고 체크인을 도와준다. 그 사이 웰컴 드링크로 커다란 코코넛을 한개씩 주었는데 그 맛이 영 탐탁치 않은 제시는 한입 하고 내려놓고 셀비는 신이 나서 제시의 몫까지 두통을 야무지게 마셨다. 


야무지게 마시는 셀비와 화려한? 리조트가 아직 어색한 조이


방 2개를 나눠써야하니 대댄찌를 해서 나누기로 한다. 두세번쯤 대댄찌를 외치고 나서 조이와 셀비, 나와 제시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간단하게 리조트 소개를 받았다. 리조트에 한번 들어오면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긴 쉽지 않으니 나름 내부에 많은 시설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녁에 안 사실이지만 클럽도 있었...


짐은 방으로 보내고, 배가 고파 식당으로 직행했다. 뷔페 시간이 아쉽게 얼마 남지 않아서 몇가지 메뉴를 시키고 나는 너무 당연하게 맥주를 시켰다. 고아는 주세가 없다고 하더니 맥주값도 착하다. 보통 델리 술집에 가서 가장 싹 맥주를 시켜도 300루피 정도인데, 호텔 레스토랑에서 190루피였다. 아이러브고아.


끼햐--------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했다. 만들어진지는 26년 정도, 전체 리조트의 숙박 시설은 200여개 정도라고 했다. 나중에 버디언니를 통해 들은 얘기인데, 고아에서 가장 좋은 숙소가 하야트와 더 릴라 인데 하야트는 오래되고 낡아서 요즘은 더 릴라가 최고 인기라고 했다.


숙박시설은 각각 별채로 되어있고 우리는 같은건물에 2층에 있는 2개의 방을 나란히 쓰게 되었다. 방에 입장 한건 3시 30분. 방 컨디션도 좋고, 욕조도 좋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연못도 아름다웠다. 1시간쯤 쉬다가 수영장을 가기로 하고 나와 제시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침대에 누웠다. 각자 인터넷 타임을 가지며 교대로 날숨들숨을 내뱉는 사이 잠이 들었다. 잠결에 제시가 "네 저는 안갈꺼예요, 알렉사는 갈지 물어볼게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시간을 보니 이미 5시가 다되가는 시간. 누가 때린 것도 아닌데 몸이 아프다. "난 이미 틀렸어요. 알렉사 다녀와요"라는 말을 남긴채 제시는 다시 잠이 들었다.


깔끔한 실내와 코지했던 창문 밖 풍경


쌔근쌔근 자는 제시를 뒤로 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다. 장대비가...다시 들어가 그냥 퍼질러 잘까 하다가 비 맞으며 하는 수영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메인 풀장으로 향했다. 조이와 셀비는 이미 물속에서 꽁냥거리고 있었다. 이미 바닷가에도 다녀온 모양이었다. 짐을 풀고 물속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따뜻해서 기부니가 좋아졌다. 접영까지 배워봐야 놀러와서 하는 수영은 평영 뿐이다. 평영으로 수영장을 왔다리갔다리 하는 동안 흐린 구름 저너머로 태양이 감질나게 보였다 숨였다를 반복한다.



야외풀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이 어울리겠지만 날이 이러니 따뜻한 음료가 생각난다. 뜨거운 커피에 위스키가 들어간 음료를 한잔하면서 아쉽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해가 질 것 같아서 자고 있는 제시를 소환하기로 했다. 1박 뿐이니 석양을 볼 수 있는 날도 하루 뿐이다. 전화를 받지 않아 데스크로 가서 방으로 전화를 걸어 겨우 제시가 받았으나 제시는 장렬하게(?) 로그아웃을 선언했다.


왠지모르게 아련했던 고아 바다


아쉬운 마음으로 남은 셋이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다. 시선에 걸리는 것 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와 그 너머 하늘은 흐릿하게 분홍색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렇게 석양이 끝나버린가 싶어 아쉽다. 돌아가며 사진을 찍다가 유치한 설정을 한다. 모래바닥에 굿바이 조이이라고 쓰고 바닷물이 글자를 지워내리길 기다리는데 올것 같은 파도가 오지 않는다. 몇번인가 반복해서야 성공을 했는데 옆에 있던 셀비는 목걸이를 파는 상인과 실랑이를 하다가 그만 그 장면을 놓쳤다.


몇번의 실패 중 한번


해는 아쉽게도 시시하게 져버렸고 우리 셋은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방에서 시켜먹을까 하다가 방에서 쉬고 있는 제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방에 도착하니 제시의 상태는 한결 나아졌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던 곳에 다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점심에 먹지 못했던 뷔페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쳐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있던 제시를 억지로 일으켜세워 화장을 하자고 꼬셨다.


꽃단장(?)을 마치고 나서 걸어 메인 건물에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점심 먹었던 자리와 같은 곳에 앉아 저렴한 와인한병을 시키고 음식을 퍼나르는데 기대했던것보다는 먹을 것이 많이 없었다. 파스타 스테이션이 없어서 별도로 시킨 파스타는 맛이 있어 먹을만했다. 조이의 퇴사를 기념하는 여행이기도 해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저 같이 보낸 직장동료가 아니라 인도의 오랜 출장기간 동안 퇴근 후에도 같이 살아 평균 이상의 애틋함이 있다. 


치얼스! 조이!


갬성 충만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을때 주방장이 직접 우리테이블에 한국나물이 가득 담겨진 접시를 내왔다. 인도에서 가끔 겪는 외국인특혜 같은 것인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방가운 마음에 다들 한스푼씩 먹었는데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낸 맛은 그럴싸했지만 짜서 심심하게 계속 먹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다.


직접 한국 음식을 준비해준 주방장, 고마워요!


와인이 끝이났고 저녁이 끝났다. 평소보다 길게 저녁을 먹었고 남겨질 셋 모두 조이의 도전을 응원했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고 뭘 한것도 없는데 피곤한 하루를 마쳤다.


돌아가자 숙소로-


아침에 일찍 눈을 떠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겼다. 어제 저녁만 하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영을 한다거나 자전거를 탄다거나 하는 계획이 있었지만 다들 푹 쉬다가 오전 9시에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결론적으로는 같은 레스토랑에서 삼시세끼를 다 해결하게 되었는데 아침이 가장 좋았다. 신선한 과일을 잔뜩 먹고 에그 스테이션에서 맛있는 오믈렛, 바로 만들어주는 와플도 즐겼다. 너무 마시쪙-


모네가 생각났던 리조트의 연못


체크아웃은 11시이고, 우리는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는 셔틀을 12시로 잡았다. 밥을 먹고 남은 시간동안 각자 보내기로 하고 나는 카메라와 캠을 들고 리조트를 크게 한바퀴 돌았다. 숙소 건물들 중앙에 있는 연꽃이 가득 핀 연못이 특히나 매력있었다. 바닷가쪽으로도 크게 한바퀴 돌았는데 어제 목거리를 팔던 상인들을 피해 멀찌감치 걸었다. 돈이 없다고 해도 돈은 나중에 주라고 집요하게 목걸이를 파는 아줌마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리조트 내 수영장 전경, 끼양~


한시간쯤 땀을 내며 부지런히 걸으니 목이 탄다. 체크아웃까지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바에 들러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금새 한잔을 비우고 결제를 하려고 바에 다녀오니 맥주와 같이 먹으라고 내준 스낵을 까마귀가 훔쳐먹고 있었다.


뇬석...


등에 땀이 흥건히 나도록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들고 체크아웃을 하러 갔다. 제시가 시간에 맞춰 버기를 불렀고 우리는 시원하게 버기를 타고 메인 건물까지 이동했다. 아쉬운 마음에 건물과 실내에서 사진을 찍고 체크아웃을 마쳤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북고아에서 오후를 보내기로 했는데 택시가 문제였다. 강력한 택시조합의 반발이 있어 고아에서는 우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찰제가 아니라면 흥정해야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부터 받는다. 호텔에 알아보니 딱히 도움될만한 것은 없는거 같아 공항에서 택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셔틀은 어제 달려온 길을 그대로 다시 거꾸로 달려 우리를 공항에 내려다주었다. 어제 지나갔던 그 자리에 똑같은 강아지들이 똑같은 포즈로 잠을 자고 있었다. 강아지들을 지나쳐서 선불택시를 찾았더니 우리가 가려던 파나지까지는  1000루피 정도였다. 돈을 결제하고 안내를 따라 차로 이동하는데 차 근처에 사람들이 엄청 모여있었다. 아무래도 싸움이 난 모양인데 우리를 안내하던 아저씨가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덩그라니 서있었다. 한창 기다리다가 그 아저씨를 부르니 아저씨는 다시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알고보니 우리를 태워야하는 기사와 어떤 사람이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다. 누군가 우리를 차에 타라고 해서 차에 앉아있는데 밖에서는 아직도 싸움이 한창이었다. 결국 또 한참을 기다리다가 셀비가 밖으로 나가 차뚜껑을 손으로 내려치면서 가자고 하자 그제서야 싸움이 조금 진정되었는지 기사가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떠나기전 동료들이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보였다.


싸움 그만해...우리 좀 가자..


차는 드디어 출발해서 북고아로 향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름도 어마무시한 Our Lady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교회였다. 차에서 내려서 교회를 바라보는데 흰색 페인트로 칠해졌고 2-3층 위에 교회가 있었다. 캐리어를 들고온 셀비는 무겁게 들고 계단을 올랐다. 교회 앞에 도착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후두둑 거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교회 앞에서는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넷이 나란히 앉아 비오는 고아를 바라봤다. 비가 멈추면 조이가 알아놓은 카페를 향하기로 했다.


교회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우리들


비는 곧 멈췄고 가려던 카페는 교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카페에 향하고 있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이것이 포루투갈 식민지였던 고아의 분위기라는 것인가. 인도이긴 한데 인도가 아니다. 건물 모습이나 타일문양들이 확실히 유럽의 갬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카페에 도착하니 뭐랄까 이렇게 근사한 곳이 다 있나 싶을 정도다.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까지 모두. 2층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하는데 음료값도 어마무시하게 저렴하다. 둘러보니 1층을 채운 손님 모두가 서양인들이다.


쉬고 있는 우리들 그리고 카페여주인 제시(?)


주문해서 나온 커피도 맛이 있고 우리는 2층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즐겼다. 조이는 인스타셀럽답게 커피잔을 두고 이리저리 각을 재며 사진을 찍었다. 어제부터 평소보다 많이 먹고 있어서 딱히 식사 생각은 나지 않는데 어디론가 가서 먹긴 먹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카페는 숙소도 같이 하고 있어서 심지어 짐을 맡길 수가 있어다. 우리는 그곳에 짐을 맡기고 찾아놓은 근처의 식당을 찾는데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브레이크타임이라 쉬는 곳이 많았다. 결국 문을 닫아 지나쳤던 레스토랑이 헤매는 사이 문을 열어 아무도 없는 식당에 첫손님으로 들어갔다.


떠나기전 마지막 한끼를 제대로 즐기는 중


유럽갬성에다가 깔끔하고 정돈된 실내의 분위기에 음식값은 왜 또 이리 저렴한지, 이것저것 음식을 시키고 맥주도 시켰다. 고아하면 주류에 세금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더(?) 마셔줘야지- 헿헿-


한창을 수다를 떨고 음식을 나눠 먹고 우리는 근처를 좀 걷기로 했다. 바다를 보자는 말에 그러자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길을 나섰다. 좁은 길을 따라 일자로 쭈욱 걸어가는데 예사롭지 않은 빗방울이 후두둑 하고 떨어진다. 몇 방울 맞으면서 길을 걸어가는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다 근처에 가기도 전에 근처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하늘을 보니 금새 그칠비가 아니다. 비구름이 제대로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장마비처럼 쏟아져 내리자 우리는 그 건물 2층에 있는 바에 올라갔다. 밖이 보이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데 바다는 고사하고 이거 다시 카페로 돌아가기도 어려워 보인다. 시간은 점점 흘러 이제 공항으로 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혹시나 바 주인에게 택시를 부를 수 있냐고 했더니 길가에서 잡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니 이냥반아 이 쏟아지는 비에 어떻게...


비가 쏟아진다


1층을 보던 셀비가 택시가 있는 것 같아요! 라고 소리치더니 1층으로 뛰어내려간다. 그러더니 1층에서 택시를 잡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건물 1층에서 손님이 내리는 것 같자 셀비가 잽싸게 뛰어가 택시를 잡은 것이다. 거기에 이 지역에 처음 올때 지불했던 비용과 거의 동일하게 흥정까지 끝냈다. 택시 요정 셀비같으니. 카페에 들려 짐을 찾고 공항에 가야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카페 들렸다. 잠깐 짐을 들어 차로 뛰었을뿐인데 몸이 젖을 정도로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시간이야 넉넉하게 출발 했으니 걱정없었는데 가로등하나 없는길에 차선조차 없으니 차는 요리조리 방향을 틀며 마주오는 차량을 피하고 답답했는지 자꾸만 반대편 차선을 넘어 추월을 했다. 아무리 아람쎄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쓸데 없이 흥겹기만 했다.


짜릿했던 고아의 레이스


마주오는 차를 살짝 피하고 차를 한두대 앞지를때마다 발꼬락에 힘을 너무 쥐어대서 공항에 도착할때쯤 다리가 저려왔다. 비가 계속 내려 혹시나 취소나 연착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시간에 맞춰 비행기는 출발했다. 다시 2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터미널은 평소에 이용하던 터미널이 아니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금새 우버를 잡고 무사히 숙소로 귀환, 새벽녘 그렇게 우리의 고아 여행은 끝이 났다.


잘가요 조이! 어디선가 또 만납시다!



유투버 조이가 만든 고아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고아에서는 교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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