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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Aug 26. 2018

그래서 결국 스페인과 포루투갈

10 AUG, 바르셀로나로

올해 1월, 한해 쉴 수 있는 연휴가 정해지자마자 8월 여행계획을 세웠다. 한국이야 몇년 후의 달력도 검색해서 휴일을 알 수 있지만 인도는 지역마다 연휴도 다르고 회사에서 정하기 나름이라, 회사에서 최종 컨펌된 연휴 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8월 15일 한국의 광복절처럼 인도 또한 독립기념일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길게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디로든 가야게다고 생각했고 대충은 스페인이 어떨지 생각만 하고는 실제로 어떠한 액션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7월 에이미와 제시가 함께 하겠다고 했고 그 뒤에 셀비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러니까 이 여행은 8개월이 묵은 계획인 것이다. 보통은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는 꽤나 오래 전에 마음을 먹은 축에 속한다.  


처음에는 스페인-포루투갈-모로코의 대장정이었으나 모로코가 인도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살포시 제외했다. 그리고 그 사이 포루투갈의 포루투는 올해의 여행도시라고 부를만큼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되어있었다. 티비속 여행 프로그램에서 앞다투어 포루투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페인 가는 김에 잠깐 들려보자 했다가 조금씩 포루투갈 여행에 비중이 높아졌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마드리드에는 생각보다 볼 것이 없다는 조이의 강력한 팁(?)이 있어서 과감하게 마드리드도 스킵했다. 개인적으로 로마에 여행갔을때 기대보다 좋지 않아서 다시는 가볼 일 없는 도시이고 스킵해도 상관없다 했었기 때문이다. 아마 마드리드가 나에게 로마같은 느낌같다면 건너뛰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정리되었다. 바르셀로나-포루투-리스본


총 8박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당일로 팔마섬) > 포루투갈 리스본 > 포루투갈 포루투를 축으로 사이에 근교를 여행하기로 했다. 다 같이 모여서 마침 한 여행프로그램에서 스페인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스페인의 세비야를 우리 모두 반응 했다. 리스본을 가기전에 세비야를 끼워넣어 일정을 다시 조정했는데  지난 터키여행때 4일 동안 1일 1비행기의 지독한 여독을 기억하고 있던 제시가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게 우리는 뉴델리에서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떠나게되었다.



이젠에도 자주 여행을 갔지만 이렇게 장기간 여행은 처음이고 3명에서 4명으로 멤버도 늘었다. 떠나기 전날 다 같이 모여 써니의 생일축하를 하고 에이미와 셀비는 첫 요가 수업을 했고 제시는 일찍 잠이 들었다. 나는 평소보다 짐을 일찍 싸기 시작했고 일주일치 인도에서 뭐하니의 글을 준비했다.


써니 생일 축하해요!


사실 비행기예약은 3주전쯤에, 숙소예약은 떠나기 일주일전에 마무리했다. 그러니 당연히 여행계획을 세웠을리 만무하다. 이틀전에 부랴부랴 바르셀로나부터 볼것/먹을것을 에이미와 제시와 셀비가 정리했고, 또 우리 모두 스페인과 관련된 책을 샀다. 떠나기 전날에야 에이미가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 공유했다.


8월 10일, 아침 7시쯤 거실에 모든 짐을 내어놓고 우버를 불렀다. 우버가 도착하기 까지 남은 10분동안 당분간 먹지 못할 맛있는 숙소의 아침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각자 야무지게 바나나며 쿠기나 빵도 챙겨넣고 우버를 타러 내려갔다.


제시가 센스있게 밴 사이즈의 우버를 불렀다. 넉넉한 트렁크 공간에 4개의 캐리어를 실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인도 독립기념일 기간에는 공항검색도 더욱 엄격해지고, 아침 출근시간이 걱정되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우리의 걱정은 모두 기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10시 비행기인데 우리는 8시 훨씬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을 하는데 항공사 직원이 우리 이름을 하나씩 불러준다. 사실 받침이 다 있는 한글 이름은 발음이 어려워서 의도치 않게 그들의 발음때문에 당사자를 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가 바로 제시다. 제시의 한글이름이 은지 정 인데  예전에 공항 직원 한분이 그녀의 이름을 흔디둥이라고 읽었다. 그뒤로 에이미와 나는 제시를 흔디둥이라고 놀리고 사실 제시도 마음에 들었는지 브런치 필명도 흔디둥이라고 사용중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싸이별킴, 셀비의 한글이름 새별 김이다. 듣자마자 모두가 깔깔 웃었다. 그에 비해 아휸킴(아윤 김, 에이미)와 후이용킴(희영 김, 알렉사)은 언제나 노잼이다.  


티켓을 들고 입국심사를 하는데 나와 에이미는 왠일인지 시간이 오래걸렸고 제시와 셀비는 빨리 끝내고 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자 근처로 가까이 다가가자 셀비가 인도할아버지들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개인기를 보여줬다. 오늘 공항의 주인공은 싸이별킴인가.


인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은 대부분 보딩타임이 이륙시간 1시간 전이라, 곧 게이트로 가야겠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9시가 보딩타임이지만 30분이라도 탑승을 시작하면 빠른거라는걸, 하지만 아주 가끔은 진짜로 보딩시간을 지키기 때문에 항상 속는셈 치고 시간에 맞춰 게이트에 가있는다.  


9시쯤 시간에 맞춰 게이트로 가니 역시나 보딩할 낌새는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창문 밖으로 비행기도 보이지도 않고 기장들도 의자에 자리잡고 앉아 기다리는걸 보니 금새 보딩하긴 틀렸다는 감이 온다. 제시는 충전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 가방에서 충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꺼내서 세팅을 했고 나는 잠시 글감을 찾아 잠시 돌아다녔다. 커피한잔을 사들고 다시 돌아오니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딩할 것 같지 않다. 셀비는 그 사이 목베개를 하나 사왔다.  


분명 출발하는 날 사진인데, 마치 도착하는 날 사진같은 느낌은 무엇인가


침묵의 인터넷타임 중에 방송이 나온다. 15분 연착된다는 방송이다. 허허- 공항에서의 시간은 신기하게도 느리지만 금새간다.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고 우리도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셀비가 엄마와 영통을 하다가 갑자기 나를 비춘다. 멍때리다 화면을 향해 꾸뻑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뉴델리에서 10시에 출발하는 아니,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콰타르 항공)는 4시간을 날아 도하에서 도착, 3시간 대기하다가 같은 항공사로 바르셀로나로 날아가는 일정이다.  


예전에 기억에도 콰타르 항공사의 비행기가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았는데 역시나 화면부터 다르다. 심지어 리모콘에 액정이 달린건 처음본다. 좌석에는 큼지막한 배게가 달려있다. 이런식의 헤드는 처음본다. 신기해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셀비는 목베개를 괜히 샀다면서 툴툴댔다.  


좋은 UI와 목베개가 필요없는 두툼한 헤드


제시와 에이미가 같이 앉고 나와 셀비가 나란히 앉았다. 에이미는 비행기가 이륙하기전부터 잠을 잤고 제시는 영화에 집중했고 셀비는 자리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좌석으로 옮겨갔다. 나는 이번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 밀린 터기 여행기를 마무리 했는데 역시 오래전 여행기라 그런지 타임라인이 헷갈렸다. 나중에 제시와 에이미에게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마무리했다. 식사는 베지 논베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지만 논베지 음식도 완전 인도스타일이라 실망을 금치 못했다.


맛이 와이...


4시간은 생각보다 훌쩍 지났다. 내리기 전에 화면에서 공항자랑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엄청나게 화려하고 잘꾸며진 공항이었다. 인도에 오기전에는 이름 조차 생경했던 곳에 잠시라도 머물다니 신기하다. 짐검사를 다시 받고 입국장으로 나갔다. 사방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명품 브랜드 단독매장들이 깔려있고, 정체를 알기 어려운 엄청나게 커다란 노란색 곰인형이이 있었다. 쇼핑할것도 없고 구경에도 흥미가 안생겨서 라운지로 목적지를 정했다. 제시도 함께 가려다가 입장비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먹을 것을 챙겨오라는 말과 함께 후퇴했다.  


PP카드는 몇년전부터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 오늘 같은날도 마찬가지다. 입장 하자마자 맥주가 있나 둘러봤는데 없어 아쉬운 차에  후무스가 있다. 크게 한스푼 떠서 자리를 잡았다. 글을 쓸까 하다가 꿈의집을 시작했는데 무제한 타임이 걸리니 멈출수가 없다. 한창 게임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사람을 발견했다. 지나가는 스탭에게 부탁하니 가져다 준다. 아... 와인과 후무스를 즐기다 주변을 돌아보니 맥주마시는 사람도 발견하고 다시 맥주 한잔도 부탁했다. 헿- 결국 나오기 직전까지 게임을 하며 쉬다가 막판에 미니 참치샌드위치 몇개를 챙겨 나왔다.  


화려한 도하 공항과 라운지


이미 에이미, 셀비와 제시는 게이트에서 대기 중이었다. 게이트로 들어서니 셋이 침묵의 인터넷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남은 게임을 했다. 탑승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는데 특이하게 자기 이름을 소개한다. 원래 그랬나? 방송이 끝나고 대가족과 비즈니스 승객이 먼저 탑승하고 이어서 맨뒷자석인 우리는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도하까지 타고온 비행기도 좋았는데 이 비행기(A350)도 좋다! 화면도 약간 다르고 소프트웨어도 다르다. 뒤져보니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있는건 처음본다. 신작부터 아주 오래된 영화까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봐야할지 고민이 든다. 제시도 옆에서 마블시리즈를 달려야할지 호러영화를 봐야할지 즐거운 고민을 했다.  


나는 비행기가 뜨기전에 제시와 에이미에게 터키 여행 타임라인을 확인해서 글을 마무리 지었다. 화면에 매트릭스를 틀어두고 나는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듣는다. 이륙하고 나온 식사는 아까에 비해서 훨씬 맛있었다. 곁드린 와인과 맥주도! 너무 스페인공부를 안한 것같아 담아온 리디북스로 책을 보다 옆을 흘끔보니 제시도 스페인 공부 벼락치기 중이다. 가우디 건축편을 간단히 보고 나서 어떤 영화를 볼까 뒤적이다 다시 노트북을 열어 터키 여행기를 이어서 쓴다.  

바르셀로나의 석양


어느새 7시간이 지나 착륙할때가 되었다. 눕힌 좌석을 바로 세운다. 현지 시간으로 밤 9시 정도인데 아직 창밖은 환하다. 잘하면 에이미가 좋아하는 석양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맨 뒤에 앉아있던 우리는 느즈막히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나서자마자 공항 냄새가 올라오는데 역시 뉴델리 공항과 냄새가 다르다. 진심으로 허세나 기분탓이 아니라 뉴델리 공항에는 인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  


폐 가득 스페인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가는데 유럽시민 줄은 엄청 길고 아닌 사람들의 줄은 거의 대기가 없다. 뉴델리에서 입국할때는 최소 3-5분 정도 걸리는데 여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입국 심사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셀비가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지나가는 잘생긴 외국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셀비 그만봐요 라고 했더니, 여기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어색해요라고 한다. 셀비 인도사람들도 외국인.....



짐을 찾으로 벨트에 있는쪽으로 갔는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왠일인지 우리 짐이 제일 먼저 나온다. 개이득을 외치고 짐을 찾고 밖으로 이동하는데 택시를 잡으러 나갈 수 있는 게이트 근처에 도착지를 선택하면 요금이 나오는 키오스크가 있다. 정확한 요금을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요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니 흥정과 바가지에 늘 부들부들 거리는 나에게는 좋은 서비스다. 대충 확인해보니 우버 비용이나 택시 비용이 비슷하다. 택시를 타러 가기로 했고 표지판을 따라 가니 사람 수에 따라서 택시를 매칭해주는 도우미들이 있었다. 덕분에 4명의 짐을 모두 충분히 실을 만한 택시가 도착했는데 걸크러쉬 터지는 여성분이 내렸다. 우리의 짐을 문제 없이 다 실고 우리는 호텔로 출발 했다.


호텔로 가는 거리는 마치, 서울과 같았다. 길거리의 모습과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내가 스페인에 기대한 특유의 느낌과 전혀 달랐다. 밤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향하는 그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0분 정도를 달리니 그제서야 유럽같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차안에서 에이미의 우아사운드가 가득 채워진다. 10분 정도를 더 달려 숙소근처에 도착했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그때 감이 왔다. 내가 예약한 곳이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이었다는 사실을- 가격이 저렴했으므로 다들 덜컹거리는 엘레베이터라도 있어 감사했다.


아.....


방에 들어가니 '핫' 소리가 나온다. 좁다란 방에 2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쉬는 공간이라고는 침대 위가 전부였다. 여태까지 여행을 했어도 이정도의 방에서는 지낸적이 없어서 당황했지만 첫일정이기도 하고 우리끼리 방을 쓰니까 다행이라고 위안했다. 에이미와 셀비가 1층 자리를 나와 제시에게 양보했고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서 잘 준비를 하는데 셀비가 우리 안나가요!!? 라고 한다. 보통은 내일을 준비하지만 셀비의 첫유럽이기도, 숙소가 그렇게 머물고 싶지도 않으니 근처에 바에 가서 맥주을 한잔하기로 했다. 짐을 놓고 나온 밖은 아직 한창이다. 길건너 보이는 바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나왔으니 우선 한블럭 정도를 걷다가 다시 뒤돌아 숙소 근처에 레스토랑으로 갔다. 길을 건너 숙소를 바라보는데 누가 봐도 특이한 건물이 있다 했더니 알고보니 그것이 까사바트요였다. 길건너 감탄하면서 구경하다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여행의 첫맥주와 하몽


항상 유럽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자리에 벨이 없으면 영 불편하다. 꽉찬 레스토랑안에서 지나가는 서버에 눈을 마주치길 기다리면서 맥주 4잔과 하몽을 시켰다. 받아든 맥주 4잔으로 앞으로 우리의 여행의 안녕을 기원했다. 스페인에서의 첫주문한 하몽은 아무래도 초딩입맛 제시와 에이미는 실망했고 나와 셀비만 우헿헿 거리면서 먹었다. 아직 심을 구매하디 않아서 저장해놓은 여행일정도 알수 없어 후딱 한잔하고 근처 수퍼에서 수건과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첫날 첫 에피소드_델리공항에서 도하공항가기
첫날 두번째 에피소드_도하공항에서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
첫날 세번째 에피소드_바르셀로나의 첫날밤



다음글, 여행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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