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렉사이다 Aug 28. 2018

유럽뽕의 시작, 바르셀로나

여행2일차 11 AUG, 바르셀로나

새벽 눈이 떠진다. 시차의 탓이기도 하지만 얇디얇은 매트리스 탓이다. 어제 저녁 잠들기전까지만 해도 일찍 눈을 뜬다면 동네 한바퀴를 돌려고 했지만 침대가 편한것도 아닌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자 셀비 쪽 침대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뒤척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이 제시와 에이미는 숙면을 취하고 있다. 동이 트고 아침이 왔다. 평소 여행과 다르게 다들 부지런을 떨며 어제 저녁 에이미가 알아둔 카페를 왔다. 카페는 오전 8시에 문을 열었는데 우리는 7시 50분부터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머쓱해하며 첫손님으로 들어갔다.


둘째날 아침을 먹은 숙소 근처 카페


인테리어며 풍기는 모양새가 맛집 느낌이 물씬 풍긴다. 즉석에서 오렌지 주스를 짜주는 기계가 눈에 보여 커피대신 모두 오렌지주스를 주문하고, 각장 빵이며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가볍게 에소프레소로 아침을 맞는 사람들 사이에서 테이블 가득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을 마치고는 인터넷이 되어야 오늘의 여행도 시작이니, 까탈루냐 광장으로 심을 만들러갔다. 아직 9시가 안된 시간이었고 광장으로 향하는 길가에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광장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다가 두리번 거리다 문이 열린 레드버스투어 부스에서 우리가 찼던 통신사를 물어보니 10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고 했다. 그래, 사실 뭐 그렇지. 9시도 안되었는데 열리가 없잖아. 그럼 바다쪽으로 걸어갈까요? 하다가 문득 레드버스가 타고 싶어졌다.


컨디션 좋은 우리들, 셀비밤 시리즈1


우리 중에서 레드버스를 타본 사람은 에이미가 유일했고 가끔 에이미가 다른 여행지에서 레드버스를 말하면 나나 제시나 적극적인 호응을 보여주진 않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타본적이 없었던 이유는 아마 어떤 의미에서 내 2층관광버스가 내 취향에 안맞었기 때문이다. 시선 가득하게 들어오는 파란 하늘의 유럽날씨와 당장 목적지를 잃어버린 우리의 상황에 2층 관광버스는 마치 미리 세운 계획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운명?처럼 만난 레드 버스


부스로 가서 2일치를 각자 45유로씩 주고 티켓을 구매했다. 마침 대기하고 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을 가는 그린라인 첫버스를 탔다. 다들 버스 2층으로 오르면서 이렇게 바르셀로나의 가장 핫한 장소를 그것도 첫 방문장소로 가도 되는거냐며 꺌꺌 호들갑을 떨었다. 오랜만에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근거리는 기분이 느껴진다.


바깥쪽으로 쭈루룩 앉아 푸른 하늘과 바람을 느낀다. 달리는 2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색다르다. 버스가 코너를 돌거나 또 달릴때마다 우리의 우아 사운드는 멈추지 않는다. 신나고 좋아! 스페인 너무 조아 유럽 너뮤 좋아! 우리는 돌아가며 찬양을 마지 않는다. 마침 유럽여행이 처음이라는 셀비는 버스가 달릴 수록 인도로 돌아가면 홈식(?)이 생길거 같다며 유럽뽕도 거하게 맞고 있었다.  


환상적인 날씨, 신난 제시와 나


버스는 건물사이를 벗어나서 한참을 해변을 따라 달린다. 나는 바르셀로나가 해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눈으로 직접 유럽에서 야자수가 심어진 해변을 보니 이 매력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우리는 그늘없는 2층에 버스에 햇빛이 내리 꽂아도 불평한마디 없이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햇살을 즐겼다. 몇개의 정류장을 지나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건물 사이, 공원 사이에서 보이는 성당은 그야말로 너무 멋졌다. 버스가 방향을 틀때마다 성당을 보기 위해 고개는 사정없이 꺾였고 잠시 다른 곳을 보다가 시선에 담지 못하면 아쉬워 했다. 버스는 곧 성당 앞에 도착했다.


성당앞에서도 셀비밤2


끼야양 소리를 내고 성당 앞으로 나아갔다. 성당 근처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길을 건너 성당앞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모양새가 영 불안하다 그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니 오늘 티켓은 솔드 아웃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뭐라고!? 지금 10시도 안된 시간인데!!!! 우리 모두 동공이 흔들렸다. 괜찮아! 애초에 레드버스를 탄 것도 우선 바르셀로나를 쭈욱 훑어보면서 간(?)을 보자 한거니까! 유심을 사고 나서 예약을 하기로 하고 우선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혹시 모르니 구엘 공원이라도 빠르게 가봐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버스 있는 쪽을 흘긋 봤더니 타고 온 버스가 그대로 서 있다. 우리는 우다닥 달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구엘 공원 전 산차우 병원(recinte modernista de sant pau)에서 내려 구경하려고 했지만 다들 딴짓하다가 그만 내리는 타이밍을 놓쳤다.


다시 버스타고 구엘 공원으로!


버스는 언덕길로 향한다. 구엘 공원이 언덕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계속 올라간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전혀 관광지로 보이지 않는 구시가지 같은 곳에서 내려줬다. 아까 성당 앞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이번에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는 내린 사람들이 우리를 포함해서 2-3그룹 뿐이었다. 내려서 당황하는 사이 미리 구글맵을 다운받아놓은 셀비의 안내를 따라 길을 걷는다. 가는 길에 체력보충(?)을 위해 레드불도 한잔하고 제시는 스페인에서 유명하다는 초코우유도 한잔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언덕위로 한참을 올라 언덕길 끝에 다다르니 가우디스러운 벽들이 보인다. 코너를 꺾자 메인게이트로 보이는 문이 보였다. 한걸음에 걸어가서 게이트를 기웃거리자 여기서도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오늘은 솔드아웃"이라는 안내였다.


왜 다 왔는데, 들어가질 못하니...


하. 우리 너무 준비 안한거 아니냐. 최근에 사람들이 잘 없고 예약이 필요없는 곳을 다녀서인지 감을 잃었나보다. 황당해서 서로 얼굴을 보며 낄낄대는사이. 다시 한번, 그래 지금 우리는 간보는 중이잖아! 서로를 격려(?)하면서 다시 언덕길을 내려왔다. 다시 버스를 타러 가려는 것은 아니었고 셀비가 가고 싶다고 했던 까사빈센스(Casa Vicens Gaudí)를 가기로 했다. 특색이 없을 정도의 흔한 동네의 길을 따라 걷다가 통신사 2군데를 들렸지만 가격대에 맞는 심을 찾지 못해 포기하고 걸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인터넷이 되지 않은 상태로 여행을 한 것은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한참을 걸어 저멀리 익숙한 건물이 보인다. 나 뿐 아니라 제시와 에이미 모두 동시에 앗! 스리랑카의 그것이라고 외쳤다. 스리랑카에서 유일하게 방문한 관광지 자미 울알파 모스크(Jami Ul-Alfar Mosque)가 거기에 있었다.


가우디의 까사비센스(좌)와 스리랑카 자미울알파모스크(우)


한창 공사중인 도로를 끼고 돌자 핸드폰과 유심을 파는 곳이 나온다. PC방처럼 보였고 스페인과 포루투갈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심을 사고 싶었다. 지난번 프랑스에 갔을때 오렌지를 잘 써서 똑같은걸 사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서는 팔지 않았다. 유럽에서 다 쓰고 싶다고 하니 이름 모를 왠 심을 하나 추천해줬고 인당 15유로에 7기가 정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포르투갈에서는 안되었음...당했..


자 이제, 자유로운 인터넷 타임이 시작되었다. 5분쯤 더 걸어서 까사빈센스에 도착했다. 정확히 자미 울알파 모스크처럼 주변에 일반적인 건물들 사이에 있어서 멋진 건물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없었다. 근처에 서성이며 사진을 찍는데 시간은 이미 2시가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내부까지 보려면 아무래도 점심때를 훌쩍 넘기는데다가 시에스타에 걸리면 한창을 굶을테니 우선 근처에 에이미가 알아둔 식당을 가기로 했다.


까사빈센스와 함께하는 떼샷과 개인샷


에이미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식사는 피카소가 즐겨갔다는 포캣츠(Els Quatre Gats)였다. 걸어온 길의 반대편으로 걸어 다시 걸어온 방향쪽으로 걸어가다 길을 건넜다. 건넌 길에는 거의 모든 음식을 파는 일식당 하나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식당을 끼고 언덕위로 오르는데 흠, 식당이 있을 것 같은 동네 비주얼이 아니다. 피가소가 즐겨갔다니 맛집이라 이런 곳에 있는건가 싶어서 언덕위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에이미가 갑자기 다급하게 우리를 세운다. 뭔가 이상해요! 하더니 갑자기 다시 검색을 시작한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여기 잘못된거 같아요 하면서 울상을 짓는다. 그러면서 에이미가 보여준 화면에는 분명 같은 이름의 포캣츠이긴 한데, 식당이 아니라 고양이용품샵이었다. 다같이 황당한 상황에 한참을 깔깔 웃었다. 에이미는 계속 울상이고, 우리는 곧바로 근처 식당을 뒤졌다. 어디라도 갈 순 있었지만 첫 점심이니까 가장 스페인한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에이미와 4마리 고양이의 진실을 알게된 후 즐거운 제시, 그리고 입꽉깨문 에이미


셀비가 곧 근처의 다른 식당을 찾았고 우리는 셀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식당으로 갔다. 가다보니 아까 까사빈센스를 가는 길이다. 갑자기 셀비가 셔터내린 상점 앞에서 우뚝 멈춘다. 그 앞에는 "여름휴가 갑니다"라고 붙어있었다. 뜨아아아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들 다시 폰을 들었다.


2번째 실패, 허탈한 제시와 에이미 그리고 탐색에 나선 셀비게이션


이제 진심으로 슬슬 배가고 고파지기 시작했다. 근처를 돌고 돌다 우리에게 남은 옵션은 일식당이냐 중식당이냐였다. 결국 일식당으로 들어섰는데, 분명 우리는 일식당으로 들어섰는데 중국식당의 느낌이 난다. 자리를 잡았더니 중국사람이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메뉴판에는 일본음식이 있었고, 우리는 신중하게 각자 골랐다. 물론 맥주도 (홀로) 시켰다. 급해서 들어온 식당 치고는 맛이 좋았다.


중국인지 일본인지 모를 인테리어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에이미가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모양이다. 에이미는 밥을 먹으면서 저녁은 반드시 맛있는것을 먹겠노라 식당을 검색했고 제시는 그날 저녁의 플라멩코공연과 다음날의 구엘 공원 에약을 마쳤다. 아쉽게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에 예약이 다찼고, 들어가려면 3배쯤 비싼 돈을 치르고 들어가야했다. 결국 우리는 성당공사가 다 끝나면 오자고 아쉬움을 달랬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까사빈센스로 향했다. 도착해 가까이서 건물을 찬찬히 본다. 까사빈센스의 외벽의 금잔화(?)모양의 타일이 마음에 쏙든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입장하는데 방이며, 밖으로 난 베란다며 마음에 든다.  베란다에 앉으면 코앞의 건물 벽이 보이지만 따사롭게 햇살을 맡고 있자니 기부니가 좋아진다. 한층 더 올라 전시된 내용을 보니 애초에 그 베란다 앞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넓게 펼쳐져있었으나 주인이 바뀌면서 땅을 팔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했다. 방 옆 매우 화려한 흡연실도 있었는데 그 방의 인테리어에 왠지 특별한 애정이 느껴져서 가우디가 흡연가였나 하고 물으니 가우디 가이드(?) 셀비가 애연가였노라고 답했다. 꼭대기층까지 올라가서 구경을 하고 내려와서 빠질 수 없는 기념품샵에서 구경을 한다. 마음에 쏙 들었던 꽃무늬 타일과 무늬가 같은 문구 받침이랑 바르셀로나 느낌이 물씬나는 달력을 샀다.



오전 8시전부터 달려왔더니(?) 이제 슬슬 힘이 들다. 까사빈센스를 나서기 전에 잠시 의자에 앉아서 쉬는데 진이 빠진다. 에이미가 두통이 있다고 한다. 원래의 게획은 다시 구엘 공원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티비다보(tibidabo)에 올라가려고 했었으나 우리는 다시 숙소를 향해 걸어가기로 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20분이었고 숙소로 가는길도 똑같이 20분이 걸렸기 때문이다.


레몬 셔벗 짱맛...


출발전 아이스크림으로 먹고 기운을 내고 터덜터덜 걷는다. 큰길을 따라 쭉 걸어내려가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 길이 소호몰들이 잔뜩 모여있는 길이었다.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간다고 한블럭에 한군데씩 들러 샵을 구경하고 20분 보다 더 오래 걸려 숙소 근처에 왔는데, 도착 첫날밤에 본 까사바트유말고도 까사밀라도 숙소 근처에 있었다. 까사밀라를 본 에이미가 다시 기운이 났는지 구경해보자고 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남은 사람들이 얼굴이 로그아웃상태였다.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숙소에 도착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있었던 까사밀라(좌)와 길거리에서 만난 시바(우)


막상 숙소에 도착하니 에이미와 셀비도 2층 침대에 올라갈 기력이 남아있지 않아 1층 침대에 나란히 누워 쉬웠다. 잠의 장인 에이미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수면상태로 빠져들었다. 2시간 쯤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고, 1시간을 쉰 에이미와 셀비는 쇼핑을 하기 위해 밖을 나섰다. 나가고 싶은 마음과 누워있는 마음 중에 갈등하다가 카페에 간다는 제시를 따라 맥주나 한잔하러 따라나섰지만 왠일인지 우리는 H&M에 가서 쇼핑을 했다.


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오니 쇼핑을 하겠다고 벼르고 벼른 에이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고 정작 조용하던 셀비가 자라 쇼핑을 제대로 하고 왔다. 산 옷을 서로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곧 저녁을 먹으로 밖으로 나섰다. 에이미의 당당한 발걸음을 따라 걷는 오후의 거리가 낮과 달리 선선해 기분이 좋다. 길을 몇번 꺾은 후에 길가에 작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우리를 맞이해주는 단정한 은발의 여주인을 본 순간 핵존맛집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피끓는 유럽뽕을 위하여- 건배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메뉴판을 받아들자 혼란이 왔다. 사진 한장 없는 스페인어로 뻬곡한 메뉴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미가 인스타에서 메뉴를 찾아서 보여주거나 사진을 못찾으면 앞뒤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를 손으로 가르켰다.


카프레제 샐러드, 뽈뽀(문어), 감바스, 빠에야

음식은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나왔다. 한입 한입이 아쉬울 정도로 맛도 좋고 재료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감바스는 양이 적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제시가 해주던 푸짐한 양의 감바스가 생각났다. 뽈뽀는 소주 한잔이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고, 빠에야는 해물된장찌개에 술밥을 끓인 맛이었다. 정말 맛있었다는 이야기다. 샹그리아까지 야무지게 다 먹고, 우리는 디저트까지 먹기로 했다. 선택한 크렘블레는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놀랬고 맛이 좋아 또 한번 놀랬다. 즐겁게 먹고 떠드는 사이 플라멩코를 예약한 시간이 20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셀비가 특별히 좋아했던 크렘블레


충분히 시간안에 걸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도가도 에이미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간은 이미 10분 앞으로 다가왔는데 30% 정도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는 길이 세상 힙하다. 힙이라는 단어를 장소로 옮겨놓으면 그 느낌일까. 거의 달리다시피 하는 에이미를 쫓으랴 주변을 돌아보랴 정신이 없었다. 샹그리아로 달아오른 얼굴이 터질것 같다.


내가 힙의 거리다.


2분전, 우리는 플라멩코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거의 마지막으로 입장했는데 식당과 함께 하는 곳이었고 우리는 공연만 관람하는 코스였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자 가운데 작은 무대가 있었고 우리는 우측의 구석자리로 안내되었다. 가장 좋은 자리는 아마 저녁을 같이 먹은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했다. 내가 아는 플라멩코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얇팍한 이미지는 화려하고 붉은색 전통복을 입은 여자 무용수의 정열적인 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으어어어아아아~~~~'하는 인도 노래 혹은 모스크에서 시간마다 나오는 노래가 들린다. 그러더니 내가 정확히 기대한 빨간코스튬의 여자 무용수가 춤을 춘다. 음악은 그렇다 치고 비쥬얼이 시각을 만족 시킨다. 그리고 그 사이 머리가 긴 남성과 짧은 남성이 번갈아 춤을 추길래, 서브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본것이 전통 플라멩코로 남성이 주인공이었다고 했다. 취향과는 별개로 튼튼한 마루바닥 위에서 발을 벌새처럼 굴러대는 화려한 발재간이 볼만했지만 내가 생각한 춤은 전혀 아니었다. 신기함과 당황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울때쯤 제시가 툭친다. 제시가 가르킨 곳을 보니 셀비가 시끄러운 발구르는 소리 속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뒤에 잠의 장인 에이미도 셀비와 함께 했다.


내가 기대한 플라멩코 무엇


제시가 이 플라멩코를 예약할때 후기 몇개를 읽어줬는데 그 중 하나가 "흥미로운 구성으로 1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였는데, 나에게는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정확히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공연에 참가했던 무용수들이 다 나와서 춤을 추며 그때부터는 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옆을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셀비가 벌떡 서서 영상을 찍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 되고 밖으로 나오는데 셀비가 공연이 어땠냐고 물어왔다. '..네?' 느낀 감상들을 나눠서 얘기해주고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피곤한 몸과 별개로 주변에 화려하고 힙한 장소에 있으니 마음이 들썩들썩 하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등에 닿는 침대 느낌이 어제보다 편안하다. 그렇게 우리의 이틀째밤은 끝이 났다.




여행 1편 글


이번 여행 vlog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결국 스페인과 포루투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