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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Aug 19. 2018

터키 둘째날, 잊지 못할 카파도키아 첫인상

인도에서 어디까지 가봤니_30 Mar 2018

 새벽같이 눈을 떴다. 세명 모두 잔뜩 알람을 말춰서이기도 하고 제시가 여행 첫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서 움직였다. 덕분에 우리도 빠르게 아침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짐은 오늘 묶었던 호텔이 아니라 원래 예약한 호텔에 짐을 맡겨야 했으므로 모든 짐을 나눠 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한 블럭을 지나 짐을 맡기고 가볍게 배낭 하나씩 들쳐메고 어제 내렸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는 30분단위였는데 계획했던 시간보다 서둘러서 한타임 빠른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어제 도착했던 공항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이었지만 카파토피아 카이세리 공항까지 날아갈 비행기는 반대편 이스탄불 사비하 고켄 공항이었다. 적당한 시간을 찾다보니 여러 공항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이스탄불에서 카이세리 공항까지는 1시간 20여분 걸리고 가격은 10만원 이하라 저렴한 편이다. 


새벽 버스는 빠르게 달려서 5시 30분에 우리를 공항에 내려다 주었다. 비행기 시간은 8시 40분. 크지 않은 공항에서 우리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게다가 티켓팅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의자가 편한 카페를 찾아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각자 편한자세를 취하고 최대한 늘어졌다. 에이미가 가장 먼저 졸기 시작했고 나도 곧 따라 졸기 시작했다.


새벽공항, 아침부터 야무지게 챙겨먹었다


2시간쯤 지나 티켓팅을 하고 들어갔다. 게이트가 오픈할때까지 시간도 또 남아서 게이트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먹고 싶은걸 시키고, 새벽부터 맥주가 먹고 싶었지만 왠지 눈치가 보여 콜라를 시켰다. 

같이 먹을 로쿰과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로쿰은 파이 사이사이 견과류와 설탕물이 흘러 입안에 넣고 앂으면 찔꺽하고 단맛이 올라와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 정도였고, 아이스크림은 엄청 졸깃졸깃 거렸다.


게이트가 열렸고 비행기를 탔다. 잠도 부족하고 배도 부르니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잠이 들어 착륙하면서 몸이 흔들려 잠이 깼다. 둘러보니 역시나 에이미는 아직도 눈을 못 뜨고 있다. 접었던 몸을 피자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도착한 카이세리 공항에서 카파토피아까지는 약 80km, 차로 1시간이 약간 넘게 걸리는 거리다. 따로 차편이 마땅치 않고 마침 예약한 호텔에서 픽업서비스를 하길래 신청했다. 놀랍게도 가격은 공짜! 단 기사가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으니 호텔측에서는 주지 말라고 몇번을 다짐했다고 했다. 갑자기 첫날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운 택시기사가 생각났다. 


픽업을 나온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짐도 들고 탔으니 바로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버스터미널이라고 해도 될만큼 작은 공항이어서 입구 밖까지 나오는데 오래걸리지 않았다. 문 밖에 기사들이 웰컴카드를 들고 서 있는 것들이 보였다. 주루룩 서 있는 기사들의 웰컴카드를 순서대로 훑는 순간 기사들 역시 본인들이 기다리는 게스트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의 시선을 기다린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든 기사의 웰컴카드 속에서 우리의 이름을 못했다. 기사들도 본인들이 찾는 게스트가 아닌것을 알자 관심이 짜게 식는다. 구석에 뻘쭘하게 모여서서 뭐지? 전화해봐야하나 잠깐 다들 렉이 걸려있는데 예약을 담당했던 제시가 가장 당황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네 버스 터미널 같았던 공항, 이름이 잘못적인 종이


갑자기 뒤에서 누가 종이 한장을 쓱 내밀었는데 내 이름은 아닌데 내 이름같아 보이는 이름이 하나 있다. 김희영이 아니라 김후양이라니- 이름이야 잘못쓰면 어떤가! 기사와 인사해서 안내에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했는데 차량이 꽤 크다. 15명쯤 탈 수 있는 차량이었는데 달랑 우리 셋이였다. 꺄호 하고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는데 기사가 우리를 데려다 주더니 사라진다. 잠시 어딜 다녀오나 했는데 나타나질 않는다. 5기가 빵빵한 데이터의 세상에서 프리와이파이 따위 신경쓰지 않고 4G에서 헤엄치는 나와 에이미를 부러워하며 물끄러미 노커넥트 세상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제시가 "맴, 와이파이맴"이라고 말을 꺼낸다. 간절이 모은 두손 위에 아이폰SE가 들려있는 제시를 더 골려주고 싶지만 핫스팟을 열어주니 "땡큐 맴"이라며 인사를 잊지 않는다.


차안에서 반쯤은 누워 나가볼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빈둥대는데, 기사가 다른 게스트와 함께 등장했다. 같은 비행기시간이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아 다음 손님을 기다렸구나 싶었는데, 그 손님을 태우고는 기사가 또 사라진다. 아, 손님이 또 있나. 한참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다보니 다음 게스트가 왔는데 아이가 3명인 5명 가족이었다. 오잉! 드디어 출발인가 싶었는데 기사는 또 그 길로 뒤도 안돌아보고 공항쪽으로 돌아갔다. 다시 몸을 반쯤 뉘였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인내심이 바닥나는 사이 마지막 손님이 도착했고 텅텅 빈 버스가 결국 꽉 차고 나서야 버스는 카파도키아를 향해 출발했다.


마음이 심란해지는 풍경...날씨야...


이스탄불에서 느꼈던 여기가 이스탄불인가 싶은 풍경이 버스 좌우로 펼쳐졌다. 버스가 출발해서 생긴 잠깐의 설레임으로 잠깐 좌우를 살펴봤다가 곧 휴대폰으로 코를 박았다. 우리들 중에 아니, 그냥 절대적으로 잠이 많은 에이미는 어느샌가 자고 있었고, 제시와 나도 곧 잠이 들었다. 좌석이 편한건 아니어서 깊은 잠은 들지 못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잠이 깼다.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 보였던 주택지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한창을 달리다보니 창 밖 저멀리 카파토피아 스러운 암석들이 산을 이룬것이 보인다. 갑자기 엉덩이가 들썩댄다. 하늘에 가득 낀 구름이 아쉽다. 다시 한번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되뇐다. 


기괴한 풍경 속으로 들어왔다.


차는 열심히 달려 카파토피아 근처로 들어섰다. 창밖 저멀리 있던 기괴한 모양의 암석들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시가지 중심으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카파토피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여있는 도시는 신비로웠다. 버스는 우리를 싣고 덜컹덜컥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버스는 호텔마다 손님들을 내려주기 시작했고 오르막을 얼마 오르지 않아 우리 차례가 왔다. 땡큐라고 외치고 내려서는데 운전기사가 버스비를 달라고 한다. 올 것이 왔구나, 인도에서 달련된 우리를 우습게 봤구나 싶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얼굴로 기선제압을 하고 돈을 낼 필요 업다고 하는데 기사도 물러서지 않는다. 호텔로 전화를 걸어 바꿔주고 나서야 기사는 포기하고 버스는 출발했다.


호텔 앞 아기자기한 풍경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숙소를 향해 걸었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었다. 한발짝 발을 내딜때마다 설레임이 커진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 감탄이 멈추지 않는 상태로 체크인을 하러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외관과 내관이 동일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른편에 귀여운 멍뭉찡


호텔은 기암괴석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서 밖이나 안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를 반겨주는 스태프들의 유쾌함이 심상치 않다. 터키 사람들만의 성격은 슬슬 느끼고 있었지만 이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단계 더 한거 같았다. 거기에 귀여운 개무리들이 로비를 돌아다니면서모든 사람들을 환영해줬다. 차례를 기다려 항상 시작하는 어디서왔니, 터키는 처음이니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방 키를 받았다.


동화의 한 장면 같았던 숙소


숙소와 방 또한 기암괴석을 그대로 이용한 방이어서 묘한 분위기에 마치 영화나 동화속의 동굴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입장과 동시에 에이미가 우아우아!를 외친다. 새벽 부터 움직인 우리는 방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바로 앞 소파에 제시가 바로 몸을 뉘었다.   


침묵 속의 인터넷 타임을 가지고 슬슬 밖으로 나섰다. 배도 고프기 시작했다. 다시 리셉션으로 가서 벌룬투어와 당일 투어를 알아봤다. 함께 하는 여행이 반복될 수록 배짱만 늘어 정말 아무것도 준비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룬투어는 이미 자리가 차서 다시 알아봐야한다는 소리를 들었을땐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바로 자리를 알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얼마전부터 벌룬투어의 정찰제를 시행해서 다행히 네고를 해야할 필요는 없었다. 시내 투어는 차량을 대여하고 장소를 찍으면 해당 시간동안 돌아다니는 방식이었는데 가격이 3명 모두 합쳐서 9만원정도로 저렴했다. 하지만 무조건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현금이 없다 했더니 친절하게도 차로 ATM까지 데려다 준다. 


조립형 샌드위치와 그래도 살려서 사진을 찍는 제시


현금을 뽑고 지불하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 투어 전에 밥을 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맛있는걸 먹고 싶었지만 별다른 옵션이 없어 호텔 식당으로 올라갔다. 밥이 될만한 걸 물으니 지금은 요리사가 없다고 한다. 가능한 걸 물으니 수줍게 샌드위치는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했다. 뭐지... 이 싸한 느낌은? 잠시 뒤에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이걸 샌드위치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크기가 엄청 큰 빵과, 치즈와 오이와 햄이었다. 배가 고파서 입에 우겨넣긴 하는데 얼탱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낄낄 거리고 있으니 아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던 직원이 다가와 조심스레 우리 반응을 살핀다. 샌드위치는 맛이 없지만 왠지 유쾌한 기분이여서 유아 굳 쿠커라고 해주니 다시 한번 수줍게 활짝 웃었다. 밝은 사람들같으니.


카파도키아라고 찾으면 특정한 구도와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 호텔도 꼭대기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멋진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날은 흐렸지만 투어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매번 여행 전에 포즈 연습을 해오겠다던 에이미는 여전히 어색한 포즈로 제시와 나를 웃게 만든다. 그런 몸으로 그렇게 포즈 취할꺼면 날 줘요.


날씨가 흐려도 즐거운 우리들, 뭔가 해보려는 에이미


시간이 되서 길가에 나서 당일 투어 차량을 기다리는데, 엄청 나게 큰 벤츠 밴이 다가온다. 설마? 설마? 했는데 바로 우리가 탈 차량이었다. 오아, 우아! 이게 무슨일입니까! 터키 시내에서 탔던 벤보다 크기다 더 큰 차량이었고 탑승하니 감탄이 곱절이 되었는데 개별 좌석이 마치 안마의자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어서 탄성이 멈추질 않으니 기사님도 같이 웃는다. 


엄청나게 좋았던 투어차량, 우아 연발 중인 에이미


우리를 태운 차는 오르막을 따라 내려간다. 애초에 어딜 가야할지도 명확하지 않아서 호텔직원이 찍어준 장소를 순서대로 방문할 계획이었다. 처음 방문할 곳은 국립 공원이었는데 시내를 벗어나 숙소에서 저 멀리 보이던 배경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날씨에 대한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날이 밝았으면 얼마나 환상적이었을까. 


주차장도 저렇게 그냥 멋져버린다


첫번째 코스. 괴뢰메 야외 박물관


목적지에 도착하자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차량은 주차장을 항해 갔다. 다 구경한 뒤에 다시 주차장에 가서 차량을 찾으면 다음 목적지로 가는 방식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르막 길목에 기념품 샵이있다. 슬슬 구경할 요량으로 들어갔지만 샵을 나서는 내 손에는 결국 팔찌 몇개와 악마의 눈 장식품이 들려있었다. 오르막을 오르자 티켓팅하는 장소가 나온다. 3장의 표를 끊고 입장 하니, 저 멀리 배경에 보이는 곳에 우리가 들어와 있었다. 이 장소는 사실 종교적으로 박해받았던 사람들이 본인들이 믿는 종교를 위해 투장했던 삶의 터전이다. 미리 공부해온 제시와 에이미가 관련한 이야기를 장소마다 들려준다. 주일에 교회을 못가서 걱정하는 에이미에게 제시가 이곳도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으니 대충 갈음해도 되지 않겠냐는 홀리한 드립을 친다. 뭔가 웃긴건 같은데 홀리와 관계가 먼 나는 조용히 앞장서 걸어갔다.


암석의 구멍을 통해 들어가면 공간이 있다


구석구석 들여다보는데 돌로 이루어진 척박한 곳에서 동굴을 만들어 거주지며, 교회를 만들어서 수백년동안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들의 믿음을 지켰다는 것이 잘은 몰라도 인간의 믿음이나 신념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 자체로도 경이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그안의 담겨있는 이야기가 눈앞의 모든 풍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마침 구름이 가득낀 회색빛 하늘이 잠시나마 푸른 하늘색을 살짝 보여주었다


더 보여줘라, 파란 하늘
구경의 막바지, 걸음이 빨라진다


구경의 후반부쯤 들어서니, 동굴 하나하나 들어갔던 꼼꼼함은 귀찮음으로 변했다. 사실 동굴이라는것이 다 뭐 똑같이 생겼... 철재로 마든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오르고 내리자 제시는 리타이어를 선언했다. 우리는 한시간 남짓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섰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아직 밝은 표정의 제시


두번째, Twin Fairy Chimneys


쌍둥이 요정 굴뚝이라는데 내눈에는 송이버섯들임


다음 출발지로 향해 가는데 차량 밖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소리를 지르니 기사님이 잠깐 멈췄다 갈까 한다. 예스라고 외치고 내렸다.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불어댔다.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니 절벽 건너로 버섯처럼 생긴 돌기둥이 여러개 서있었다. 바람이 세차가 부는 가운데 한바퀴 우리같은 단체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사진을 몇장 찍고는 세찬 바람을 피해 달리다 시피 오르막을 내려왔다. 날씨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세번째, 와인가게


탑승한 차는 와인샵으로 향했다. 처음에 와인가게를 들른다고 했을때 뭐지, 패키지여행도 아닌데 기념품을 사게 하려는 건가 했다. 마침 도착한 와인가게는 도로 중간에 덜렁 있었고, 실내로 들어서자 익숙한 기념품 가게의 느낌이 물씬났다. 도착했으니 구경하자하는 마음에 와인이 있는 쪽으로 다가서자 맛을 보라며 작은 와인잔에 이것저것 와인을 꺼내준다. 좀 전에 의심은 사라지고 마음이 활짝 열린다. 2-3 종류를 맛을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1만원 정도였다. 하, 이 사람들- 가격정책이 절묘하다. 그냥도 살 수 있는 가격에 팔다니, 나는 홀랑 2병을 사버렸다.


맛있어...더줘요


네번째, 낙타 바위


왼쪽에 있는 낙타바위, 낙타라고 생각하고 보면 낙타처럼 보임


와인 가게를 거쳐 다음 장소는 낙타바위였다. 한 10분쯤 들렀던것 같은데 말그대로 낙타같이 생긴 바위였다. 어, 그렇네 정도였다. 낙타바위 건너편에는 작은 악세서리 가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이 운전기사의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잠시 둘러보다 우리는 금새 그곳을 떠났다. 제시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차안에서 리타이어를 외쳤다.



다섯번째, Zelve Open Air Museum


차는 다시 달려 좀전에 길가에서봤던 버섯같이 생긴 바위들과 기괴하게 생긴 바위들이 잔뜩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이곳도 역시 아까 국립공원과 같이 사람들이 박해를 피해지냈던 곳이라 중간중간 작은 동굴들이 있었고, 교회도 있었다. 날씨가 영 별로다.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몸이 으슬거리기 시작한다. 조금 걸으니 뜨끈한 옥수수알갱이를 컵에 담아 판다. 따뜻한 옥수수냄새를 따라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한다. 결국 김이 솔솔오르는 옥수수 한컵을 손에 쥐고 한숟가락씩 나눠먹으면서 길을 걸었다. 추운 날씨에 웅크러진 어깨가 옥수수 알갱이를 씹을때마다 펴지는 기분이다.  


기억나는건 옥수수가 참 맛이 있었다는 점


커다란 돌기둥마다 동일한 높이에 뚜렷한 층이 보였는데 거대한 영화세트장에 들어온것 같았다. 스타워즈의 한장면 처럼! 한바퀴를 의무에 가깝게 크게 돌고나서 우리는 다시 옥수수 알갱이를 소복히 담겨진 종이컵을 하나 더 사서 차에 탔다. 너무 마시쪙-


여섯번째, 도자기 가게


이번에는 와인가게에 이어 누구도 원치 않았던(?) 도자기체험을 하러 갔다. 기사가 미리 연락을 했는지 달랑 3명인 우리를 방겨주며 도자기를 만드는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다리를 굴려 회전하는 판위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아, 시시하네 하면서도 녹화는 멈추지 않는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접시가 만들어지고 나자 체험을 하겠냐고 묻는다. 세상 심드렁한 제시와 무관심한 에이미 사이에서 가장 툴툴대던 내가 체험하겠다고 나섰다. 발을 굴러야 하나 싶었는데 도공이 발을 굴러주고 나는 손으로만 흙을 만지면 되었다. 시키는대로 했는데 곧잘 따라했는지 칭찬을 받으니 아까 궁시렁 대던 모습은 없어지고 실실댄다. 마지막은 도공이 마무리 하고 짧은 체험이 마무리 되었다.


아저씨가 발을 구리면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좋다고 체험 중인 본인


손을 닦고 안내를 따라 이동하니, 본 게임인 도자기 쇼핑하기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도자기들이 방안 가득 빼곡하게 채워져있다. 그 다채로움에 한창을 구경하다가 결국 작은 종기그릇을 들었는데 가격이 너무 살만할 정도여서 제시도, 에이미도 나도 한개씩 집었다. 


화려한 색상의 도자기들


하하, 그래 우리는 결국 호구였다면서 낄낄대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일곱번째, 러브 밸리



너무 추워효


그 이름 러브밸리. 밖에는 비가 슬쩍 내리고 있었고 제시는 완전한 리타이어를 선언했다. 나와 에이미는 그래도 봐야할 것 같아 밖으로 나섰다. 바람은 한겨울 처럼 날카롭게 불어댔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러브밸리를 둘러보는데, 지금까지 봤던 버섯모양의 돌들이랑 크게 다를게 없어보이자 관심이 금새 식는다. 사진을 몇장 찍고는 다시 차로 와다다 달려 들어왔다. 이쯤되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방문해야하는 곳이 한군데 더 남아있었다.  



마지막, 괴뢰메 파노라마



원래 마지막 장소는 비둘기 계곡이었다. 사실 출발 전부터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였지만, 몸이 피곤 하니 관심이 매우 떨어진다. 막상 도착하니 시간이 너무 늦어 구경할 수가 없었다. 아쉬움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어...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돌리는데 기사아저씨야 말로 아쉬우셨는지 카파도키아가 한눈에 펼펴지는 장소에 차를 세웠다. 기사아저씨가 이 장소가 카파도키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라고 했다. 본인이 사랑하는 이 곳을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온다.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에 제시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차밖을 나섰다. 내린 곳에서 뒤로 건물 뒤로 돌어가니 절벽 너머로 한눈에 도시가 들어온다. 땅거미가 내리고 도시는 노랑색 불빛을 내기 시작했다. 잠시 서로 말이 없이 한창을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다시 차로 돌아와니 추워서 힘을 잔뜩 주고 있던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몰려온다. 동시에 배고픔도 강력히 느껴졌다.  추운날씨에 컨디션이 더 안좋아진 제시는 저녁을 스킵하겠다고 했고 나와 에이미는 저녁을 사서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차는 제시만 태우고 숙소를 향해갔고 우리는 시내에 내렸다. 아픈데는 한식만한 것이 없지, 마침 카파도피아에 한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꼴라주처럼 다 모아다 놓은것 같은 인테리어였다. 한복이며 여기저기 한국 풍경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메뉴판을 열으니 온갖 메뉴를 판다. 그저 고르면 될 뿐이었다. 김치찌개, 육개장, 라볶기를 고르고 테이블에 앉아 몸을 녹였다. 카파토피아에서의 유일한 저녁한끼로 한식을 선택했지만 아까 호텔에서 먹은 샌드위치맛을 생각하면 후회는 없었다. 



포장이 흔한 일이 아니었는지 바닥이 흥건히 젖은 박스에 음식을 담아준다. 나는 두손 가득 박스를 품에 들고 에이미는 GPS를 키고 숙소를 향한다. 물론 가는 길에 맥주를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내를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벌룬투어를 모집하는 에이전시들이 가득이다. 그 중에 현광판에 흘러가는 글씨로 전세계 언어로 환영의 인사들이 순서데로 흘러가는데  “환..영...해!!!!!!”라고 반말로 한글의 인사도 지나간다. 에이미와 나는 빵터져서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에이미의 안내와 응원(?)에 박스를 들고 오르막을 오른다. 걸어올라가는건 처음이니 생각보다 길이 긴데 에이미는 계속 거의 다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등이 땀으로 축축해질때쯤 숙소에 도착해서 방문을 여니 제시는 벌써 잘 준비를 마쳤다. 식탁이나 테이블이 따로 없어서 바닥에 음식을 펼쳤다. 계획대로 아까 샀던 와인 중에 1병을 뜯었지만 체력이 바닥난 우리는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다. 


하루종일 차가운 바람에 얼었던 몸이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자 그만 노곤노곤 해졌다. 사갔던 맥주만 겨우 마시고 와인은 거의 그대로 남았다. 카파도키아의 처음이나 마지막 밤에 한국음식을 찬양하며 배부르게 저녁을 마쳤다. 벌룬 투어를 가려면 새벽 5시에는 길을 나서야해서 일찍 자야하는데 아쉬운 마음에 유투브에서 카파도키아 역사를 찾아서 같이 누워서 봤다. 오늘 방문했던 장소들에 대한 설명들도 있었고, 아직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지하에 거대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보지는 못하고 모두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카파토피아의 첫날 밤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3개월 전에 올린 둘째날 영상



(5개월 전에 올린) 이스탄불 첫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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