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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Apr 15. 2018

판타스틱 두바이(2)

2~3 DEC 2017

판타스틱 두바이 (1) 편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는 에이미가 몇번 잠이 들다 깨다 하다 새벽이 되어서 모두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만 겨우 질끈 묶고 아침을 준비했다. 어제 저녁으로 만들었던 토스트의 발전형이다. 버터로 토스트한 빵 사이에 크림치즈를 뜸뿍 바르고 위에는 커피용으로 배치되어있던 설탕을 뿌렸다. 그 사이 에이미는 아침으로 먹기 위해 사둔 수박이며, 메론을 부지런히 나르고 커피를 준비했다. 아침이 모두 마련되고 나니 어제 밤에 이어 또 한번 근사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붓기도 안빠진 얼굴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아침을 먹는다. 창밖 아침 풍경도 근사하다. 


저녁을 그렇게 먹어놓고서 아침까지 야무지게- (컵안에 음료수는 사실 화이트와인)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쉽다. 새벽까지 나눈 얘기도 모잘라 아침까지 수다는 이어졌다. 시간은 어느새 훌쩍 흘러 11시가 다되어갔다. 나는 토스트를 우적거리면서 오늘은 뭐할지 얘기를 꺼냈다. 늦은 밤비행기라 온전히 하루를 놀 수 있어 오후 나절 부르즈 할리파를 보러가는 것만 대충 정해놓고 아침에 정확히 무엇을 할지 명확히 결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패러모터 타러가는거 아니었어요?' 라고 제시가 되려 묻는다. 아..그렇지 그랬다. 도착하는 날 날씨가 그다지 좋지도 않아서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해야할지 망설이던 마음에 결국 예약도 안하고 뭉게다가 아침을 맞이했던 것이다. 두바이에 오기전에는 외려 타기 무섭다고 의견을 피력하는 제시를 에이미와 내가 설득해서 하기로 한 참인데, 오히려 지금엔 제시가 적극적이다. '그래요! 갑시다. 예약해요' 라고 하곤 뒷정리를 시작했다. 거실과 방을 오가면서 일몰을 볼 수 있는 오후 5시쯤 부르즈 할리파도 예약해달라고 부탁했다. 


'오 노우!' 불길한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오늘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어제 운행을 하지 않아서 오늘 모두 몰린건지,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해서 오락가락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쉽기만 하다. 하지마 아쉬운 마음을 대충 한구석에 구겨놓고 다음에 뭘할지 정해야했다. 어제 마리나 비치에 간 에이미가 해변에서 놀았으면 좋겠고 몇번씩이나 말했던 것이 기억나서 해변에 물놀이를 하러 가자고 했다. 호텔 수영장만 준비한 상태라 해변에서 놀기엔 준비물이 많이 없었지만 어제 바다를 보고 동한 마음은 모두 같았는지 다들 흔쾌히 동의하고 바다로 갈 준비를 했다. 


체크아웃시간이 다가오니, 물놀이 할 옷과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섰다. 비치타월이 필요할텐데 가서 사면 되겠거니 하고 호텔 앞 택시를 타고 어제 본 바닷가로 이동했다. 두번째 방문이라고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 


다시 찾아온 바닷가, 햇빛을 즐기는데 여념없는 사람들-


해변가에 도착해서 어제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되돌렸던 곳을 찾았다.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고 가니까 최악의 경우 돌아가면서 짐을 맡아가며 놀자고 했는데, 돈을 내고 해변가에 자리를 잡자 자리당 나눠주는 커다란 비치타올로 짐을 덮어주면 충분히 안전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니 그게 가당키나 한말인가? 하지만 돌아오는 당당함에 아, 그래 이곳은 인도가 아니지라고 수긍하고 선베드에 짐을 풀었다.

 

서양인들의 해변즐기기의 흔한 설정(?), 선베드와 종이책


약간 떨어진 곳에 바다위에 떠있는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나와 에이미의 관심이 바로 쏠렸다. 탐탁치 않은 제시를 이내 꼬셔셔 바다위의 놀이기구에서 놀기로 했다.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5분쯤 떨어진 샤워시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에이미가 놀이기구쪽으로 다가가 가격에 대해서 알아왔다. 수긍할만한 금액이어서 셋 모두 마지막 동의하고 모두 준비되기까지 기다렸다.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진 바다와 해변을 보니 사진은 찍어야지. 물놀이를 하고 나면 몰골이 말이 아닐테니 들어가기전에 포토타임을 가졌다. 관리안한 내 몸땡이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사진은 놓칠 수 없지- 


자 이제 나를 찍어라-


대담하게도 휴대폰과 카메라를 안전요원의 말을 믿고 선베드위에 두고 (물론 수건으로 잘 덮어둠) 놀이기구를 향해갔다. 팔뚝에 완장하나를 채우고 구명조끼를 입혀준다. 구명조끼를 입고 놀이기구를 향해 한걸음씩 이동했다. 놀이기구가 해변으로 부터 그리 멀지 않아서 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나 했는데 몇걸음 옴기자 수심이 깊어져서 곧 발이 닿지 않았다. 오랜만에 수심이 깊은 곳에 있으니 기분이 간질간질하면서 좋았다. 뒤를 돌아보니 에이미와 제시가 나를 향해 오다가 제시가 갑자기 멈추더니 더이상 앞으로 오지 않는다. 에이미와 제시가 몇마디 주고 받다가 에이미가 내쪽으로 다가와서 제시는 천천히 온다고 했다. 아무래도 물이 깊어져서 (나중에 그녀는 이렇게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노는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당황한 모양이었다. 몇번 손짓으로 오라고 하다가 제시에게 정말 시간이 필요해보여서 나와 에이미만 놀이기구있는쪽으로 다가갔다. 


보기엔 애들 놀이터처럼 보인다. (사진 출처 : https://www.businessinsider.com/)


드디어 도착해서 놀이기구 위로 올라가려는데 '하...' 그 순간 이것은 놀이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간 운동에서 멀어져 근육이 사라진 나는 물속에서 그 위로 올라갈 근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안전요원이 구명조끼를 들어 위로 올려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신나게 놀 수 있을 거라, 그리고 출발 도전 드림팀의 누구처럼 그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니라 생각했으나...그거슨 엄청난 착각이었다. 띄엄띄엄 발을 딛어 가다, 기어가다 몇번 이나 계속 물에 빠지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다시 빠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진다. 안전요원은 내가 폭탄인걸 알아챘는지, 아니면 계속 물에 빠지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주위를 멤돌며 물에서 나를 집어 꺼내주었다. 에이미는 날다람쥐처럼 폴짝거리며 장애물을 곧잘 넘어갔다. 


그러다가 꽤 높은 난이도이 장애물을 났다. 공중그네처럼 손으로 잡고 버텨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구간이었다.(가끔 무한도전에서 나오는) 용기내서 팟!하고 쩜프해서 뛰었다. 근처라도 갈꺼라는 기대와는 달리 물속으로 직행. 더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서 세상 더러운 포즈로 아둥대다가 결국 물에 빠져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이 구간에서 에이미도 버둥대며 넘어가지 못했음) 장애물 건너편에서 우리를 향해 노골적인 비웃음을 날리는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피식하며 손가락 하나를 좌우로 까딱까딱 흔든다. 나와 에이미는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니가 한번 와서 보여보라고 하자, 팔딱 하고 뛰어내리더니 공중그네에서 한바퀴 재주까지 굴러 반대편으로 건너온다. 


출발드림팀을 존경하게 되었다. (출처 : http://www.timeoutdubai.com/)


'오...(비웃을만했다)' 우리는 좀전에 기분나쁜건 잊어버리고 박수를 치며 대단하다고 꼬맹이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줬는데, 그뒤로 그 꼬맹이는 주위를 맴돌면서 슬슬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안전요원 도움없이는 한단계의 진도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장애물을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에이미가 주요 타겟이었는데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때마다 어디선가 타타탓 하고 그 꼬맹이가 달려나와 에이미를 물로 빠뜨리기 위해 애를 썼다. 


계속 미끄러지면서 살이 까져 쓰라리는 통에 잠시 앉아 쉬고 있던 차에 뒤로 돌아앉아 한창 두리번거리니 제시가 좀전에 내가 '하'하고 한숨을 내뱉은 곳 (바로 이 놀이의 입구)에 철푸덕 앉아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뒷모습만 봐도 제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마치 무인도에서 조난당한 사람처럼, 다시는 저 해변으로 나가지 못할 사람처럼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시시이잇! 하고 크게 몇번을 부르자 겨우 몸을 돌려 인사를 받아준다. 손을 휘어 인사를 하는데 인사가 아니라 나는 가지 않을테니 너희는 그곳에서 계속 놀아라라는 의미의 밖으로 휘휘젓는다. 


날 육지로...데려가라


끈을 잡고 경사를 진 벽을 타고 올라 다이빙을 할 수 있는 높은 장애물을 마지막으로 남은 코스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전체의 1/3 정도를 한듯). 그래도 뭐랄까 다이빙으로 마무리하면 앞서 형편없이 못했던 내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약간이나마 사그라들것 같았다. 로프를 잡고 오르면 그나마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엄청난 크나큰 착각이었다. 한걸음, 두걸음만에 자꾸만 밑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온다. 내 몸을 버틸 힘도 없고 발바닥은 왜이렇게 미끄러운건지. 그 모습을 한창 안쓰럽게 쳐다보던 안전요원은 온 힘을 쥐어짜내서 한손으론 나의 뒷덜미를 잡고 한손으론 로프를 잡고 나를 끌었다. 지금 간단한 한 문장으로 쓰지만 그가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가고 있는 중에도 몇번씩이나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프로직업의식같은것이 있었던지 스스로에게 오기라는것이 발동했는지 힘이 들어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끝까지 날 포기 하지 않고 나를 꼭대기에 올려놓았다(에이미는 진작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심스레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꼬맹이가 자기가 다이빙을 하면 나도 다이빙을 해야한고 하더니 한바퀴 크게 돌아 다이빙을 한다. 그리고 물속에서 내려오라고 하다가 내가 주저하고 있으니 그새 다시 올라와서 뒤에서 밀려는 시늉을 한다. 사실 올라갔으니 내려가긴 해야하니 다이빙을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아래를 내려다보니 쉽지 않다. 맘같아서는 아까 그 꼬맹이처럼 한바퀴 돌아 뛰어내리고 싶지만- 그냥 앜 소리를 내며 뛰어내렸다. 


기어 올라가 뛰면되는데..왜 그걸 못하니...(출처 : https://exploringkiwis.com/)


다시 코스 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구명조끼를 튜브삼아 물속에 누워서 파도를 즐긴다. 고객를 돌려 제시를 찾으니 해변에 가까운 곳에서(아마 제시의 발이 닿을 듯한 곳에서)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에이미가 남은 장애물을 더 즐기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 여전히 꼬맹이와 투닥거리는 에이미와 수달처럼 파도에 몸을 내맡기는 제시를 번갈아 보았다. 제시는 파도가 그녀를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데려다놓으면 다시 몸을 돌려 부지런히 잘이 닿는 곳으로 가길 무한 반복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튜브를 타고 파도 타기 놀이를 하기에 완벽한 조건의 바다였다.  


슬슬 해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부르즈 할리파에 가려면 씻고 호텔도 다시 가서 짐도 픽업해야했으므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변으로 나와 땅을 발에 닿으니 제시의 표정은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베드 1개를 예약하면 서비스로 커다란 타월과 5분간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야심차게 5분간 세명 모두 샤워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완벽한 팀웍을 보이며 5분안에 세명 모두 샤워하는 것을 성공할 수 있었는데  바다물이 짠내 없이 깨끗해서 끈적이지도 않았고 물속에 모래알이 별로 없어 몸에 달라붙은 모래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코 더러운게 아니다.) 


해변을 돌아다니던 낙타찡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다시 치장(?)을 하고 택시를 타고 바로 부르즈 할리파로 이동했다. 부지런을 떤다고 떨었는데  목적지에도착하니 15분전 5시다. 부르즈 할리파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광장에 세워주는 기사에게 이곳이 맞냐고 확인하니 맞다고 한다. 


해질녘의 부르즈 할리파


부르즈 할리파 건물앞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에이미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제시는 기내용 트렁크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향해 광장을 가로 질러 걸었다. 광장의 많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앞만 보고 부르즈 할리파를 향해 걸었다. 한동안 걸어가니 전망대 안내가 없고 많았던 사람들이 점점 없어진다. 길도 점점 좁아지는 건 기분탓인가... 하지만 멈출 순 없었다. 앞으로 앞으로 우리는 걷고 계단을 올라 드디어 부르즈 할리파 건물 앞까지 왔는데, 뭐랄까 이건 뭐 단단히 잘못와도 잘못왔다는 느낌이 딱 든다. 시간은 이미 오후 5시가 다되었는데...


사진 속 우리는 신나서 걸어가는것처럼 보이지만, 온몸에 땀이 차도록 뛰고 또 뛰었다.


등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아니, 무거운 배낭을 들고 뛰니 아마 진짜 땀이었을거다. 씩씩 숨을 고르다 다시 온길을 되돌아 가기로 한다. 짐이 없으면 좀 나았을텐데 트렁크를 들고온 제시는 계단을 오르고 내릴때마다 트렁크를 들고온 본인을 반성했다. 


다시 길을 돌아가보니 바쁘게 건물을 향해 달려오던 길가운데 공사현장처럼 우측으로 빠지는 곳이 바로 전망대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 전망대로 가는길이 이렇게 표시가 안되었을리 없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주 커다란 글씨로 전망대안내 표시가 있다. 예약한 시간은 10분이 지나있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서  이고 지고 끌고 댕긴 무거운짐을 바닥에 내려 질질 끌어 보관소에 맡기고 대기줄에 서있으니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티케팅을 하니 UAE 건국기념일(UAE National Day)이라고 국기를 한개씩 나눠준다. 헿헿 거리며 국기를 흔들며 전망대를 향해 올라 간다. 우리가 선택한 층은 가장 높은 148층이 아니라 124층이었는데 두배가 가까운 가격차이가 났기도 했고 "굳이"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해질녘을 놓칠까 구비구비 전시공간들을 빠르게 지나쳐 올라갔는데도 결국 도착하고 보니 깜깜한 밤이었다. 


와우 소리가 나올정도로 멋졌지만 148층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함을 주는 높이였음


아쉬운 마음에 전망대로 나가보니,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쳐서 으슬으슬할 정도였다. 유리벽마다 가득 모인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셋이 다같이, 각자 사진을 후다닥 찍었다. 한 해 동안 다녔던 전망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게 높은데다가 밤이여서 멋있긴 했지만 높을 수록 멋짐과 감동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신났지만 피곤함을 숨길 순 없다.


한바퀴를 둘러보고 긴장감(?)이 풀려 피곤이 와락 몰려온다. 아쉬워서 한바퀴를 더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빌딩 밖으로 나와 광장으로 나오니 방금 전까지 저 아득한 빌딩 꼭대기에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밤의 부르즈 할리파, 너 좀 멋지다.


광장에서 이제 어디로 갈까 두리번 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곧 음악과 함께 분수쇼가 시작되었다. 어설프게 자리잡고 있던 차에 분수 근처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다.


분수 주변에 빼곡한 빌딩이 만들어내는 야경이 근사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두바이몰 2층 애플스토에 테라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수를 구경하고 있는걸 발견했다. 30분 뒤 다음 공연은 테라스에 가서 구경하기로 하고  15분 전에 애플스토어 테라스로 나가려는데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테라스 입구에서 내 덩치 2배가 넘는 가드가 위협적으로 입장을 막았다. 


분수쇼인지 뒷통수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곧바로 포기하고 다시 1층에 내려와서 가득한 머리들과 함께 분수쇼를 보고나서 바로 다시 올라가 테라스로 입장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있어서 테라스에 붙여서 보려면 한참이나 뒤쪽으로 물러나야했다. 


두바이몰의 애플스토어


자리를 잡고 시간이 지나 분수쇼가 시작되었는데 하- 분수쇼로 감동을 받을지는 몰랐다. 두바이 여행 마지막날,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여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한동안 입에 맴돌던 "타임투세굿바이이이-"


이제 슬슬 배가 고파온다. 이제는 어디선가 털썩 주저 앉아 쉬고 싶다. 두바이 여행 전 영이 추천했고 에이미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솔트에 가기로 했다. 햄버거 4개와 (어째서 4개였지) 맥주가 없으니 그냥 음료수를 시켰다. 


사람은 3명인데, 왠지 모르게 버거 4개(좌), 부르즈할리파 + 분수쇼 + 소고기햄버거, 두바이 사치 3종세트(우)


자리잡은 곳은 부르즈 할리파와 분수가 보이는 곳이었다. 소고기패티의 햄버거와 (인도에서는 제대로된 소고기 패티 햄버거가 없으니까) 이 풍경을 함께하다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출발할기까지 30-40분 동안 쉬다 사진을 찍고 나서 우버를 불러 공항으로 출발했다. 트렁크에 짐을 다 싣고 나니 여행이 안전하게 끝났다는 안도감과 피로감이 몰려든다. 물론 다시 와야겠다는 아쉬움도! 판타스틱 두바이 안녕!


우버를 부르면 렉서스가 온다-



덧1) 피로도 최고도의 상태로 비행기를 탄 우리는 알고보니 비행기 맨 앞자석으로 업그레이드는 되었는데 기뻐할 새도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필이면 제시 뒷자석에 아이가 앉아있었는데 아이가 쉴새 없이 좌석을 발로 차댔다. 참다 못한 제시가 바람에 세상 무서운 얼굴로 정색하며 "스탑잇"이라고 하자 아이는 더이상 발로 차지 않았다고 함 


덧2) 분수쇼 동영상을 찍던 중 바로 앞에 있단 아저씨가 대머리였는데 자꾸 카메라가 포커스를 아저씨 머리로 잡아서 촬영 내내 짜증이 났음


덧3) 바다에서 놀던 중에 옆에 있던 한아부지가 구명조끼를 벗겠다는 아이에게 "구명 조끼를 입는다면 죽을 순 있겠지만 최소한 익사는 안할꺼야"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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