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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May 07. 2018

터키, 이스탄불 첫날

인도에서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_29 Mar 2018

터키 여행 계획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정확히는 카파토키아의 열기구가 타고 싶었고, 사진과 영상속에서 보는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으니, 에이미와 제시가 조인하는 것을 마음을 먹는 것은 오래걸릴 수 없는일이었다. 


어느 여행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떠나기 직전까지 정말 내일 떠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체감이 안되었다. 금요일이 인도휴일이어서 목요일 휴가를 내어야 했는데 결재를 올릴때야 비로소 아주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을 자주가기 때문에 설레임같은것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고, 나 또한 여행에 설레임이 생기기도 전에 심지어 전 여행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자꾸 떠났으니 그럴만하다고 했다. 


떠날 당시에는 제시와는 숙소가 다른데다가 에이미와 내가 묵고 있는 속소에서는 왠일인지 우버가 잡기가 힘들어서 제시가 우버를 타서 우리 숙소에 들러 픽업해주기로 했다. 새벽 6시 20분 비행기였으니, 새벽 4시경에 숙소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제시는 전날 저녁 9시부터 잠을 자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했고 에이미와 나는 밤을 새냐 마냐 하다가 왠지 모르게 잠이 쏟아져 10시전에 잠이 들었다.


제시의 다짐


줄기차게 울리는 알람에 눈을 뜨니 3시 30분, 에이미 방에 가서 깬것을 확인 한 뒤에 단톡방에 일어났다고  메시지를 남긴 뒤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을날씨에 가깝다고 해서 서랍아래쪽에 있던 맨투맨티와 숄을 꺼내 챙기고, 간단히 짐을 쌓다. 정신없이 굉장히 빠른속도로 짐을 다 싸고 나서 폰을 확인하는데 제시가 아직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뭐 오고 있으려니 하는 사이 연락도 없이 새벽 4시가 다되어가는데도 제시에게 연락이 없다.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혹시 모르는 제시가 있는 숙소로 향하는 우버를 호출하고, 에이미는 그 숙소 열쇠를 챙겼다. 짐을 들고 만나기로 한 숙소 정문앞으로 나가는데 혹시나 기대했던 차량같은건 없고 줄기차게 거는 전화에 제시는 답장이 없다. 다행히 우리가 호출한 우버가 도착해서 짐을 싣고 제시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10분정도가 걸리는 거리인데, 혹시나 길이 엇갈릴까 혹시나 제시가 아픈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줄기차게 전화했으면 룸메이트 조이라도 반응하지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하는 사이 숙소에 도착했다. 


제시여, 눈을 떠요.


숙소앞에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경비가 세상 답답해서 '잘디잘디'라고 외쳤다. 하지만 무슨소용, 그는 그만의 리듬과 속도로 아주 천천히 철문을 열어줬다. 입구 앞에 차량이 서자마자 에이미에게 건네 받은 열쇠를 들고 5분 내에 내려오겠다고 하고 뛰쳐 올라갔다. 5층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가슴이 왠지 모르게 두근거린다. 방문앞에 선 찰라의 순간, 그리고 숨을 죽이고 방문을 열었는데 방안은 매우 고요했다. 어두운 실내에 옆으로 누워 숙면을 하고 있는 제시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면서 도대체 어디를 만져서(?) 깨워야할까 하다 팔을 흔들면서 '제시! 지금 4시 20분이예요!' 라고 팔을 흔들었다. 


제시는 '정말요?'라고 외치며 말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숙면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속도로 용수철처럼 튀어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는데, 제시는 그대로 '아니 왜 내가 못일어났지'를 계속 되뇌였다. '제시 지금 반성할때가 아니예요!' 라고 하자 제시는 '아! 네' 하곤 후다닥 일어나서 우당탕 거리면서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그 와중에 옆침대에서 자고 있던 조이와 눈이 마주쳤다. 조이는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았고 잠을 방해한 미안한 기분에 방밖으로 빠져나왔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조이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새벽의 그 소동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아니 내가 왜..못일어난거지


정신없는 제시를 채근해서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차로 돌아왔다. 짐을 실을 드렁크도 없는 차 사이즈여서 앞좌석에 짐을 넣고 뒷자석에 셋이 몸을 구겨넣었다. 제시는 민망함과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드리려고 노력했고 나와 에이미는 그 순간을 즐기면서 제시를 놀렸다. 


다행히 도착한 공항은 붐비지 않아서 금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게이트여서 잠깐 짬을 내서 유투브에서 지겹도록본 LAKME(인도 화장품 브랜드)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만만하게 늘 사서 이제 몇개인지도 모를 벽돌색 립스틱하나랑 인도려성들의 찐하고 강렬한 눈매를 가질 수 있을것만 같은 아이라이너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옆에서 열심히 구경하던 에이미도 그녀와 찰떡같이 잘어울리는 립스틱하나를 집어들었고 샘플로 보이던 매니큐어를 손가락 몇개에 칠 했다. 이쁘지만 굳이 사기는 애매한 상황이라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우선 칠하지 않고 남은 손가락부터 바르라고 에이미에게 말했는데 막 바를 참에 점원이 당황하며 손에든 매니큐어가 샘플이 아니라고 했다. 당황해서 멈춰있는 나와 에이미에게 점원이 '에휴' 하는 표정으로 나머지 손가락도 칠하라고 한다. 보통은 사라고 할텐데, 그렇게 말해준 점원이 귀여워서 결국 에이미는 '사이버 어렌쥐' 컬러의 매니큐어도 구매하게 되었다. 


병으로 주는 혜자 와인(좌), 기내용 파우치(가운데), 크고 넓었던 화면(우)


늘 여행할땐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는데 이번에는 터키항공사였다. 별다른 기대 없이 줄따라 들어간 기내는 꽤나 쾌척했고 뒤로 눕혀지는 의자의 각도가 넉넉(?)했다. 거기에 비즈니스에서나 받을법한 파우치를 줬는데 칫솔, 치약, 양말, 립밥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깔끔한 기내식도 좋았고, 거기에 와인을 무려 병으로 주다니....거기에 앞좌석 화면이 넓고 선명한데다 영화도 많았더랬다. 보기를 고대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코코를 시작으로 보스 베이비, 이모지더무비로 마무리하니 6시간 30분의 비행이 끝나고 우리는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리라를 쥐고 있는 싸이버 오렌쥐 컬러의 엄지손가락


셋이 여행의 합을 마춘뒤로 새로운 여행지의 공항에 도착하면 하는 일이 있는데 ATM에서 현금 뽑기와 심 구매하기다. 제시는 왠일로 한국심을 로밍해왔다는데 하루에 200메가 사용에 9000원을 내야 한다. 현금을 뽑은 다음 Turkcell에 가서 여행자 심을 보는데 한달간 5기가에 135리라(3.5천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다. 제시제시 이것봐요, 엄청 싸네요. 했더니 부들부들하면서 입으로는 괜찮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판매하는 아저씨한테 이 친구는 200메가에 35리라쯤 낸다니까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니 분해하는 제시 표정이 웃겨 에이미와 깔깔댔다. 


터키에서 시내까지는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마침 예약한 숙소가 버스가 도착하는곳인 탁심광장이고, 30분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을 받고 시간을 확인하니 10여분 정도 시간밖에 남지 않아 짐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다행이 게이트로 나가서 바로 보이는곳에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버스는 막 도착해서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마치 엄청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듯 피곤한 얼굴이지만 도착한 첫날


슬프게도 도착한날의 터키 날씨는 꽝이었다. 비라도 막 쏟아낼것같은 흐릿한 날씨에 어둑한 잿빛 하늘이었다. 무채색 하늘 아래 이스탄불은 마치, 뭐랄까 우리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했다. 창밖을 보면서 엇, 이곳은 뭐지, 전혀 외국같지 않아. 익숙해, 전혀 새롭지 않아라는 말을 셋이 돌아가면서 내뱉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꼭 그래도 비가 안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란말을 덧붙였다. 여러 랜드마크들이 보이는 바다위 다리를 건너 지날때도 아, 이곳은 마치 그냥 한강대교 건너는 것처럼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최근들어 어메이징한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닌 탓인가? 버스의 종점에 내리고 보니 바로 호텔 뒷편이었다. 짐을 끌어 호텔로 체크인하려는데 오버부킹되었으니 근처에 다른 호텔에 묵어달라고 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지만, 더 좋은 호텔이란 말에 알겠다하고 안내해주는 분과 함께 바로 옆 호텔에가서 체크인을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여기가 이스탄불입니다.


우리의 첫번째 공식일정은 바로 엄청 맛있는 소고기 먹으러 가기였다.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 우버를 부를까 하다가 우버가 약간 더 비싸다는 말을 듣고는 호텔 옆에 있던 택시를 탔다. 약을 했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조증이 온 운전기사와 통상 나누는 어디서왔니, 터키 좋니, 어디가니 등의 말을 나누다가 스테이크하우스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택시비는 100리라가 좀 넘게 나왔는데, 미터기에 찍힌대로 내면서도 엄청 찜찜했지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우리는 2배가 넘는 택시비를 지불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느낌 오는 스테이크 하우스 Nusr-Et


도착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입장하기도 전서부터 고기냄새가 진동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한다는 글을 보고 미리 예약을 했것만 레스토랑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사방이 고기로 둘러쌓여있다.


5분쯤 기다리다가 안내를 받아서 실내 테라스 쪽에 자리잡았다. 1인 1고기는 해야지 싶어서 스테이크와 시그니쳐 메뉴와 미트볼을 시켰다. 그리고 맥주와 레드와인 한병도- 먹는 내내 아 내가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하호호, 맛있게 먹고 마셨다. 


고기를 기다리며 얼굴에 설렘이 한가득
침이 고이..ㅂ....
에이미가 좋아하는 아보카도 샐러드(좌),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맥주(가운데, 우)


식사를 마치고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바다 근처에 카페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쇼핑몰을 들러야 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를 기대했던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예상치도 못한 추위에 몸을 움추리고 댕겼고, 우리는 당장 따뜻한 옷을 사야했기 때문이다. 카페로 향하는 경로에 쇼핑몰이 있어 들어갔다. 새로운 브랜드 탐색이고 뭐고 익숙한 브랜드 자라에 들어가서 옷을 골랐다. 정작 겨울옷은 제시만 사고 나는 살빼고 입으면 이쁘겠지라는 미련한 생각을 하며 여름옷 두벌을 사고야 말았다. 제시는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 쉬고 나와 에이미는 세포라에 들어갔다. 추위와 화장품의 관계란 1도 없지만 왠지 세포라를 보면 들어가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최근에 뷰티유투버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는 상품이 제법있다. 에이미와 필요한 화장품을 몇개 집고 계산을 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꽤 나왔다. 에이미 옆구리를 쿡쿡 찔러 프리기프트가 없냐고 물어보니 고맙게도 샘플이 든 작은 디올 파우치를 하나씩 주었다. 쇼핑백을 신나가 앞뒤로 흔들면서 제시와 다시 만나서 카페를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어느새 어두워졌다. 에이미의 안내에 따라 길을 걸어가는데 관광객이 걸어갈법한 길도 아니고, 뭔가 사방이 익숙해서 한국에서 걷고 있다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어보일 정도였다. 


네 이곳은 이스탄불입니다.


20여분을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말그대로 힙한 장소였다. 각자 기호에 맞게 차와 음료와 맥주를 시키고 케이크도 몇개 시켰다. 3층 테라스 밖 저멀리 구름사이로 달이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아쉽게 일몰은 놓쳤지만 제법 운치가 있었다. 


터키 도착 첫날 밤을 즐기는 우리


내일은 새벽같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하니, 오래있지 못하고 호텔로 들어가 쉬기로 했다. 처음 탄 택시기사한테 당한게 분해서 우버로 부르니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대체 누가 비싸다고 한거냐...우버를 기다리면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사고 차를 기다리는데, 차번호판을 따라 차를 보니 왠 커다란 BMW 벤이 서있었다. 스타크래프트밴처럼 위용있는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보자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니 빨간색 가죽으로 마감된 강렬한 실내가 반겼다. 의자에 앉으면서 다시 한번 아까 탔던 택시기사를 향한 분노를 토해냈다. 


실내에 감탄한 에이미가 남은 힘을 쥐어짜내 웃고 있다(좌), 피곤한 제시가 남은힘을 다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우)


안전하고 안락하게 호텔앞까지 도착하고 나서 들어가기 직전 에이미가 그 자리에서 직접짜주는 석류주스와 오렌지 주스가 유명하다면서 한잔씩 샀다. 한잔을 만드는데 석류와 오렌지 각각 2개 이상씩 들어갔는데 가격은 엄청 저렴했다. 한입씩 마시고 우엇! 짱마싯썻! 하루에 한잔씩 꼭 마실꺼야!고 외치면서 호텔로 들어갔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이고, 다음날은 이동한 지역에서 1박할 예정이라 점을 풀자마자 다시 싸야했다. 단,  돌아와서 1박할거라 일부짐은 호텔에 맡기고 1박치 짐은 백팩에 나눠 정리해야했다. 보통때라면 와인 한잔이라도 하겠지만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출발한데다 다음날 비행까지 생각하면 우리 모두 일찍 잠들어야했다. 사실, 그런 걱정할 새도 없이 잠들었지만-



터키 이스탄불 여행 Day1_Nusr-Et Steakhouse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은 메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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