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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Jan 27. 2019

결국 퍼졌다, 그리고 카탈리나에서 만난 행운 (5)

아스또르가에서 산 카탈리나까지 8.5, 총 58.5km

잠든 기억이 없는데 눈을 뜨니 불을 모두 켠채 자고 있었다. 핸드폰에서는 어제 밤 틀어놓은 유투브가 재생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5시, 불을 끄기 위해 손을 들 힘도 없어 다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뒤에 다시 눈을 떠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담궜다. 나도 모르게 ‘흐어어억’하는 소리가 절로 났는데 방안에 에이미가 그 소리를 듣고는 깔깔 웃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니 훨씬 좋아졌지만 여전히 발바닥은 뜨겁고 사지는 삐걱거렸다. 목욕을 마치고 잠시 뒹굴거리다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내려갔다. 부킹닷컴에서 조식에 대한 평가가 좋아해서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상회할만큼 좋았다.


거한 아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1시간쯤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일정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좀 쉬어가자 하고 체크아웃 시간까지 쉬고 아스또르가를 구경하다가 동네 2개를 지나 8km 떨어진 산 까딸리나까지 가기로 했다. (4km를 더 걸어가는 엘간소에는 숙소가 없고 그 다음마을은 7km가 떨어져 있었다.) 아쉬운 것은 그곳에 무려 평점 9.9에 빛나는 부띠크 호텔이 있었으마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객실이 4개라고 한걸 보니 이미 풀부킹 상태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 지역 알베르게가 사진 상 상태가 좋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책을 읽다 글을 쓰다 12시가 되서 겨우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왔다. 충분히 쉬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가볍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옆에 동화 속 성이 있어 기웃거리니 가우디 어쩌구라고 써있다. 알고보니 가우디의 초기 시절 지은 건물이고 바르셀로나가 아닌 지역에 있는 가우디 건물 3개 중에 하나인 주교궁이었다. (하나는 레온에서 보티네스 건물) 들어가서 구경할까 하다가 도장만 받고 나와서 옆에 있는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금까지 거쳐 지나온 작은 동네들에 비하면 도시 다웠지만 그래도 도시 규모에 비하여 성당이 무척 크고 웅장하고 화려했다. 성당을 구경하기 위해 리셉션으로 들어가서 도장을 받고 입장권과 얼레벌레 까미노 뱃지도 두개씩 샀다. 안으로 들어가 전시된 조각과 그림, 그리고 의복들을 보는데 확실히 까지 본 유럽유럽한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유럽유럽한 느낌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였다면 이곳은 뭔가 더 친근한 느낌이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니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이름도 기억 하지 못한 여러 성당을 구경했지만 매번 느끼는 웅장함 만큼은 새롭다.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빌고 성당 밖으로 나왔다.



출발 전 간단하게 요기를 하자하고 가우디 건물 앞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분명 그 시작은 가볍게였으나 정신을 차려보니 3개나 주문해버렸다. 꼴뚜기 튀김은 맛있었지만 스테이크에서는 어제 먹었던 숙성되서 쿰쿰한 생육포의 향이 났다. 생선요리도 좋았지만 소스가 익숙한 맛은 아니었다. 천천히 음식을 즐기다보니 시간은 벌써 3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슬쩍 오늘 완벽한 휴식을 위해 아스또르가에서 하루 더 있을지 조금이라도 걸을지을 이야기하다가 아까 방이 없던 부띠크 호텔에 전화를 걸어 진짜로 방이 없는지를 물어보자 했다. 방이 있다면 운명처럼산타 까딸리나까지 가기로 했다.



올라? 전화를 걸자마자 통화가 된다. 영어와 스페니쉬를 오가는 대화 속에서 마치 방이 있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통화가 끝나고 전화해보길 잘한것 같다면서 출발을 준비했다.



열세번째 마을, Murias de Rechivaldo

무리아스 데 레치 발도 (4.5km)

오후 4시, 아스또르가를 출발했다. 오래 쉬어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출발 직전 슈퍼에 들러서 물과 젤리랑 몇가지를 샀다. 사면 곧 짐인데 안산다고 하는데도 미련하게도 요거트를 집어 들었다. 도시를 빠져나가니 국도를 따라 옆에 나란히 길이 있었다. 도로 옆길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고속도로보다는 훨씬 좋다.


소그림 옆에 누군가 fat unicorn이라고 적어놓음


도착한 마을에는 마치 사람이 한명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공립 알베르게도 문을 열지 않아서 아쉽게도 도장을 받진 못했다.



열네번째 마을, Santa Catalina de Somosa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 (4km)

잠시 쉬고 마을을 통과해 오늘의 목적지로 걸어간다. 오후 5시가 넘어가니 해가 지려고 폼을 잡는다. 조금만 걸어도 되고 다음 마을이 목적지라 지친감이 덜하다. 좁은 길을 에이미와 나란히 걷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왠 키가 큰 한국 남자가 거의 바로 뒤에 있었다.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에이미는 내 소리를 듣고 소리를 즐렀다. 뒤에 있던 남자는 죄송합니다라고 하고는 성큼성큼 우리를 지나쳐 앞서 나갔다. 우리의 속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여서 잠시 뒤에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멀이 완만한 언덕길이 보인다. 해는 져서 온통 분홍빛이고 10분만 더 걸어가면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다.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 문 앞에 도착했고 벨을 누르니 주인이저씨가 뛰어나왔다. 우리가 전화한 킴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안의 작은 정원을 주변으로 방이 있는 구조였다. 따라 들어간 리셉션 공간은 우아 소리가 계속 나올 정도로 멋있는 공간이었다. 이어서 배정받은 방도, 공통 공간도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공간이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했다라고 말하니 보통은 이 시즌에 운영을 하지 않는데 특별한 예약이 생겨서 이틀간 열었다고 했다. 완전 행운이었다!


부띠크 호텔의 위엄(?)


주인부부는 무척 귀여웠는데 아저씨는 우리에게 스페인 한국축구선수를 이야기하고 싶어했고 (알고보니 농구선수였다) 한국 방송에서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그 방송은 쥐오디의 같이 걸을까였다. 아저씨가 사진을 보여주는데 죄다 카메라맨만 찍은 장면이었다. 그때 방송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하길래, 검색해서  찾아준다고 했다.


계속 살고(?) 싶었던 공간


점심을 거하게 먹기도 했고 얼마 걷지도 않아서 (8.5km가 언제부터 얼마 걷지 않은게 된건가..) 배가 고프진 않아서 와인 한병을 주문했는데, 치즈랑 육포랑도 같이 내주었다. 식사 공간에서 아저씨와 수다를 잠시 떨다가 와인을 들고 공용 공간으로 이동했다. 마치 집인 것처럼 소파에 둘이 드러누워서 글을 쓰다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 한병을 다 비웠다.(물론 혼자)


오늘의 숙소

호텔 루랄 비아 아비스

역대 최고! 가격은 67.5유로



오늘의 식당

레스토랑 가우디 아스또르가

분위기는 좋았다만 맛은 평범, 하지만 꼴뚜기튀김(깔라마리)은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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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everythingisgag/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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