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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Jan 28. 2019

한박자쉬고, 두박자 쉬고 라바날까지 11km (6)

산타 까딸리나에서 라바날까지, 총 69.5km

창문에 암막기능이 있어서 아침 8시가 되어야 눈이 떠졌다. 2~3일 전에는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뜨거운 샤워, 뜨끈한 실내와 편안함 침대, 그리고 아마도 누적된 피로 덕분에 숙면이 이루어졌다. 핏빗에서 분석하는 수면 상태도 체력을 회복되는 얕은 수면이 평소보다 높았다.


어제 주인아저씨에게 영상을 찾아주기로 해서 검색을 했는데 다행히 150개가 넘는 클립중에 눈에 익은 빨간문의 썸네일을 빨리 발견했다. 3분이 조금 넘는 짧은 영상이지만 마치 광고인듯 이쁘게 영상에 담겼다. 거기에 우리가 묵고 있던 방도 나왔는데 우리방에 손호영과 데니가가 묵었던 거시었다!!! 신기한 마음에 방송과 비슷한 구도로 사진도 찍었다.


아침부터 신났다


전날 아침 약속한 아침 8시에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크리스마스 특집 잡지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먹었다. 막 구워낸 빵이 맛있어 3조각이나 먹어치우고는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겠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쉬었다. 컨디션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데다 라바날 이후부터는 산길이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두도시만 이동 하기로 했다.


잡지의 한장면


쉬는 시간은 빨리도 지나간다. 11시를 꽉채워 체크아웃을 하러가서 계산을 마치고 찾은 동영상을 보여주니 주인부부가 즐거워했다. 여행이 끝난 뒤에 풀버전을 보내주기로 했다.


열 다섯번째 마을, El Ganso

엘 간소 (4km)

아무래도 덜 걷고 느즈막히 출발하니 발걸음이 힘차다. 쥐오디 이야기를 한창해서 그런지 쥐오디 노래를 들으며 걷기로 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과 노래가 잘어울린다. 노래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길가에 띄엄띄엄 무덤이 있다.


어제 묵기로 잠시 거론되었던 엘 간소, 역시나 아무 것도 없었다. 마침 쥐오디 노래 중에 신나는 노래가 나와 몸을 둠씻거리머 걷고 있는데 길을 꺾자마자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노래를 멈췄다. 뭔가 너무 신나게 걷고 있는 것을 들키면 안될 것 같았다.



열 여섯번째 마을, Rabanal del Camino

라바날 델 까미노 (7km)

쉴 곳이 마땅치 않고 더 걸을 수 있어서 마을 지나쳐 쭉 걸었다. 천천히 걷자면 2시간, 도착할 마을이 목적지라고 생각하니 쉽사리 지치지가 않는 것 같다. 국도 옆 공사해서 억지로 만들어낸 진흙길 같은 곳을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에이미가 저 사람들을 따라잡고나서 쉬자고 말했는데 얼마간 더 걸으니 저멀리 의자에서 쉬고 있는 그 사람들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국말이 들려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오늘 목적지가 어딘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른 벤치에 앉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는 사이 먼저 쉬고 있던 모녀사이로 보이는 두명이 인사를 건네고 먼저 출발했다. 바람은 찬 대신 뜨끈함 햇살을 충분히 즐기고 우리도 출발했다.


산길 옆 사람들이 십자가를 만들어놨다


국도 옆 흙길을 따라 쭉 걷는데 이번엔 쉬고 있던 외국인을 만났다. 어디서 왔니, 얼마나 걸었니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에이미와) 얼마안가 흙길이 갑자기 산길로 이어졌다. 방가운 마음에 후다닥 속도를 내서 후다닥 걸어올라갔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 에이미와 새로 생긴 동행이 어디쯤 왔는지 살폈다. 바람을 타고 그녀들이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나무 숲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공간이 탁 트이면서 저 언덕 넘어로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입구에서 알베르게로 향하는 그녀와 인사을 나누고 헤어졌다. 마을 사이로 언덕길을 올라 마을 끝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도착 10분 전


오후 2시 30분, 낮에 숙소에 도착한 적이 처음이라 빨래를 하기로 했다. 가볍게 손빨래를 하고 창을 열고 옷가지들을 햇빛에 말렸다.


배가 고파져서 호텔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내려갔는데 길에서 인사 나눴던 한국인분과 외국인분이 식사을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어제 걸었던 존과도 아는 사람들이었다. 생장에서 같은 시기에 출발한 동료들이었다) 방갑게 인사를 나누고 메뉴판을 보는데 순례자메뉴 같은 것이 있었다.  애피타이져, 메인, 후식, 음료까지해서 12유로. 심지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다 먹고는 방으로 올라오니 잠이 온다. 저녁 7시에 성당 미사를 가기로 했어서 에이미한테 깨워달라고 하고 잠이 들었다.


며칠째 봐도 질리지 않는다



산타 까딸이나에서 출발할때 주인아저씨가 라바날 성당에 저녁 7시에 미사가 있고 한국인 수사님(Monk)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마을에 한국인이 수사님느로 있다는게 신기해서 미사에 참석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에이미가 잠을 깨웠다. 해는 넘어가서 하늘은 분홍빛이었고 밖에 나갈 준비를 했다. 가방을 뒤지다가 여별로 가져온 후드티가 없어진걸 알았다. 짐을 넣고 싸다가 어디선가 놓친 모양이다. 여러 여행지를 함께한 옷이었는데 살짝 속이 상했다.


도착할때 찍은 성당샷, 이 작은 마을에 성당이 3개나 있다.


성당까진 1분거리, 성당 문앞에 여러 언어로 설명이 되어있는데 한국어도 있었다.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사가 이미 시작했다. 성당 내부는 아주 오래 되어 낡은 상태였다. 거의 대부분의 공간이 마감없이 돌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관광지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만 가봤지, 이런 날 것이 공간은 처음이라 왠지 모르게 한층 더 경건해졌다. 대충 눈치껏 사람들 따라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보니 미사가 끝났다. 끝나고 나서 신부님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는 한국인 수사님은 지금 한국으로 휴가중이라고 설명해줬다.


감바스는 역시 맛나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식당에서 감바스와 와인 한병을 시켰다. 호텔 직원이 심각한 얼굴로 와서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가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물었다. 남쪽이라고 하니 다행이다라는 표정을 짓는거 보니 동료들끼리 내기라도 한 모양이였다. 여행이야기, 놓고온 후드티이야기,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다가 와인 한병을 (나혼자) 다 비우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낮잠을 자서 쉽게 잠에 들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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