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도에서 뭐하니 시리즈
어느날 저녁 찰리와 밥을 먹는데, 오랫동안 인도에서 사업을 한 찰리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인도 차 뒤를 보면 다 'Blow Horn!' 이라고 다 쓰여져있다는거다. 그 이유가 지금이야 차에 사이드미러가 있지만 과거에는 사이드 미러가 없어서 (사이드 미러를 달고 다닐만한 도로의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라나?) 추월하기 위해서는 경적이 필수라고 했다. 트럭이 화려하게 꾸며져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차뒤꽁무니를 자세히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얼마 뒤 아그라를 방문하기로 했고, 나는 아그라를 향하는 4시간동안 차안에서 열심히 자동차 뒤꽁무니를 관찰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음)
정말로! 진짜로! 트럭 뒤에 빠짐없이 모두 경적을 울려달라고 쓰여져있었다. 빠짐없이 세상 모든 인도 트럭에 씌여져있으니 그전에 못알아챈것이 이상할 정도 였다.
아그라를 오고가는 8시간동안 관찰한 모든 트럭에는 'Blow Horn!' 이나 'Horn Please!' 이라고 거의 대부분 적혀져 있었다. 그 와중에 단 2대만이 경적을 멈춰달라고 씌여져있었는데, 당연한 그말이 어찌나 이상하게 보이던지.
캘라그라피와 인도인도한 그림들과 화려한 색상들로 꾸며져있기 때문에 똑같은 디자인의 트럭은 없다.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있으니 트럭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트럭의 디자인은 너무 이뻐서 찍고 싶었으나 드라이버 시암이 너무 빠른 속도로 차들을 앞질러가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안타까워 할때마다 시암은 그딴걸 왜 찍냐는 식으로 쳐다보며 나를 놀려댔다.
Blow Horn 의 글 말고도 Keep distance, speed 40km나, Use dipper at night (하이빔은 저녁에만 쏘세요)같은 글도 보통 함께 적혀있었는데, 시암은 트럭을 사고 나면 반드시 씌여져야 하는 정책같은 것이라고 했다. 곧바로 직접 그리는거냐고 물어보니, 시암은 쳇하고 비웃으면서 저렇게 차를 꾸며주는 샵이 있어서 방문하면 아티스트가 그려준다고 대답했다. 찰리셜이 맞는지 시암셜이 맞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Blow Horn 의 기원(?)에 대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Blow Horn! Horn OK Please! 는 왜 모든 트럭에 다 쓰여져 있는 걸까?
검색을 해보니, 시암셜처럼 정확한 정책은 아닌것 같았고 몇가지 가설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그럴싸하고 많이 언급된 가설은 아래 2개이다.
첫번째 가설, 추월하기 위한 경고
찰리셜과 가장 비슷했는데, 대부분 1차선의 도로였던 시절 추월을 하기 위해 주변의 차에게 알려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도는 운전석이 왼쪽이고 추월차선은 오른쪽임)
이 가설에 대한 설명은 Horn blow가 아닌 Horn OK Please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특히 OK가 그 해석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Horn OK Please의 변형형이 Horn blow나 Sound horn 이라고)
썰속의 썰-
세계 2차 대선 당시 정전이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해서 추월해도 된다라는 사인을 뒷차에 주기위해 OK 사인 위에 작은 등이 있었다고 한다. 전등이 차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OK란 글자가 가운데 존재한다는 썰
중심에 있는 OK의 위치가 현재의 차선이라고 할때 왼쪽으로 추월하려면 경적으로 알려주고(Horn), 오른쪽으로 추월하려면 그냥 가도 문제없고(Please), 현재 차선에 그대로 있다면 (OK)라는 썰
Tata라는 의미가 Bye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으므로, OK Tata가 OK Bye Bye를 의미한다. 즉, 나를 앞질러간다면 잘가~
그리고 마지막 썰은 추월이라는 뜻의 OTK(Overtake)가 OK 가 되었다더라 하는 썰
두번째 가설 등유 트럭에 대한 경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수송용으로 등유 트럭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OK는 'On Kerosene(등유)'를 의미하고, 등유는 불안정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트럭이 폭발하기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성으로 표기한 것이라는 썰
기타! Tata가 주도한다는(?) 썰
대부분 트럭 제조사는 Tata이고, Tata 그룹인 Tata Oil Mills에서 OK 라는 세재 브랜드를 릴리즈 하면서 홍보용 문구로 넣었다라는 썰
Tata가 트럭 테스트를 한 후에 통과한 경우 문제 없다는 뜻으로 OK라고 적어두었다는 썰
썰들을 찾다가 3년전인 2015년에 국가 교통 위원장인 Mahesh Zagade는 마하슈트라 주(인도 서부, 주도는 뭄바이)에서 트럭 뒤에 Horn OK Please등과 같은 문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경적을 울려 소음공해를 촉진 한다는 이유였는데,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번 뭄바이 출장때 특별히 평화로움은 느끼지 못했...)
트럭 뒤에 경적을 울려대라고 써있는 말의 기원과는 별개로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날때면 경적이 없이는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차선이라는 것은 지키지 않고,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건 물론이다. 질서라고는 1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질서 속에서 운전하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니까. 쉴새 없이 뺑뺑거리고, 급제동을 밥먹듯이 해서 차가 너무 출렁거려 없던 멀미가 생길 지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적소리와 교통상황은 최악이지만) 인도의 풍습(?)이 된 이 문장이 인도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가보다. (영국의 Mind the gap이 계속 생각남) 이 말이 너무 좋아 두차례나 발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1UB72jpp4qo
덧. 사이드미러 정말 없었나?
정확히 사이드미러가 없는 차량이 있었던 시절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여러 기사와 Quora의 질문과 답을 통해서 사이드 미러가 과거에는 분명 법적으로나 인식적으로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다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현재만 하더라도 우선 사이드 미러가 자동차를 구매할때 옵션이고, 특별히 왼쪽에 있는 사이드 미러에 대해서는 완벽한 옵션이라는 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왼쪽 사이드 미러가 없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right ORVM (Outside Rear Veiw Mirror, 오른쪽 사이드 미러)와 IRVM(Inside Rear View Mirror, 룸밀러)만 있다면 왼쪽의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 (도심의) 길거리에서는 대부분 차량이 양쪽 사이드미러를 가지고는 있고, 펼쳐진 상태로 운행되고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요즘의 인도는 모두 과거와 다르다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인도의 교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인도인들이 사이드미러를 접고 다닌다는 댓글이 꼭 끼어있다. 차선따위 있어도 지키지 않고 조금의 틈만 보이면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비집고 들어오는 차량들 사이에서 운전을 하려면 사이드 미러가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2014년의 한 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존재하는 사이드미러 조차 무시하고 운행을 하고 있고, 오토바이의 경우에는 사이드미러 없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면서 운행을 한다는 점이나, 2015년 한 기사를 통해 사이드 미러 없이 운전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했고 안전 운전에 사이드 미러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의 글이 실린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사이드 미러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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