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진짜 뭐하니 시리즈
보통 영화관은 혼자가는 편이고, 앞자리보다는 뒷좌석을 선호하는데 의자로 발로 툭툭 건드리는 것을 특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용히 영화보는 편이여서 가끔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일때가 있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인도영화관은 말그대로 다른 차원이라 차마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 영화관에 간 지인들이 겪어던 에피소드의 공통점 몇개를 적자면 아래 정도이다.
1. 등장인물이 나올때 박수를 친다.
2. 큰소리로 웃거나 말한다.
3. 노래를 따라 부른다.
4. 영화를 보고 있는데 중간에 음식을 배달(?)해준다.
5. 인터미션이 있다.
6. 인도 국가를 부른다.
차마, 갈 엄두도 사실 보고 싶은 영화도 없어서 잘 넘기고 있던 차에 어벤저스 인피니티워가 개봉하고야 말았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하나 둘 영화를 보러 갔다와서 위와 같은 제보가 줄을 이었다. 거기에 애들이 워낙 많이 봐서 엄청 떠드니, 영화를 아예 새벽같은 아침이나 늦은 저녁것을 보는것을 추천했다. 곧 한국을 들어갈테니 좀만 참자 하다가 결국 연기되고 나서는 유투브와 페이스북에 관련한 컨텐츠들을 더이상 피해다니기 힘들었다. 고로, 지인들이 다녀온 영화관 대신 이전에 버디언니가 추천해준 영화관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예약은 bookmyshow에서. 좌석은 등급이 3가지 정도였는데 가격차이가 크게 없어서 가장 좋은 맨 뒷좌석을 선택했다. 주말이라 425루피 정도. 지난번도 그렇고 카드가 결제가 안되서 Paytm(인도의 압도 1위 월렛)으로 결제 했다. 전화번호 입력하고 OTP만 받으면 끝. 간단하네.
델리투어로 노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워서 조금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우버를 타고 도착지에 내려서 조금 걸어올라가니 고급진 건물이 눈에 띈다. 영화관 입구로 들어가보니 명품쇼핑몰에 있는 영화관임을 알았다.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보니 화려한 실내가 압도한다. 1층에 에르메스와 롤렉스가 있다. (아는 브랜드가 그것뿐) 인도에서 본 쇼핑몰 중에 가장 럭셔리 하다랄까. 관광객처럼 사진을 찍고 있으니 경비원이 다가와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아무래도 너무 대놓고 찍은듯.
머쓱해져서 다시 영화관쪽으로 올라가니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한다. 영화시간 25분전쯤 도착해서 로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음식을 판매하는 키오스크 앞에 섰다. 딤섬까지도 파는 모양이었는데 간단하게 팝콘을 주문했다. 크기와 맛을 고르고 넘어가는데 아래 화면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헐. 이게 바로. 그것인가. 영화보는 중에 음식을 배달해주는 시스템. 허허- 한번 해보려다 이내 관두고 결제하려는데 결제가 안된다. 몇번이나 안되니 그걸 지켜보던 매니저가 와서 도와줬지만 역시나 같은결과, 그러니 나를 직접 팝콘파는데로 데려가서 주문을 대신 넣어주더니 사라진다. 카라멜반 치즈반 팝콘을 받아들고 반자리에 앉아서 우적우적 팝콘을 먹는데 마살라맛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따라 나도 같이 움직였다. 자리를 확인하고 들어서는데 봉지에 밀봉된 3D안경을 나눠준다. 얼마전 3D로 영화를 본 한이, 안경이 너무 흐릿해 안보여서 한번더 영화를 봐야 했다면서 나보고 물티슈같은것을 꼭 챙겨가라고 했는데, 이곳은 뭐랄까 그럴리없어보였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봉지를 뜯어 살펴봤다. 다행이 기스하나 없이 깨끗했다. 맨 뒷좌석 자리는 앞에 좌석들보다 간격이 넓었고 의자가 살짝 컸?나? 기분탓인가, 여튼 공간은 충분했다. 영화 볼 준비를 주섬주섬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인도 국기가 펄럭거리면서 국가가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한명도 예외없이 일어났다. 나도 모자를 벗고 따라 일어나서 노래가 끝날때까지 서 있다가 앉아있었다. 부산스러움은 없었고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히어로가 한명씩 등장할때마다 박수를 치는 사람은 없었고 앞좌석 사람들이 크게 들썩거리지만 않으면 내 시야는 가라지 않았다. 한창 보다보니 중간중간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도 보였다. '아 이것이로구나' 마음을 크게 먹고 와서인지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될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영어 자막이었으니 스스로 몰입 100%는 될 수 없...
영화 중반이 지나자 갑자기 뚝하니 화면이 끊기더니 화면이 바뀌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맥락없이 끊어버리는 인터미션인가. 모든 영화에 인터미션이 있는데 줄거리와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러닝타임 중간에 딱 시작한다고 했다. 어떤 영화관에서는 음식을 판다고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것은 없었고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다. 5분쯤 흘렀을까 아직 영화관 문은 열려있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영화가 끊어진 그 시점으로 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잠시 뒤에 사람들이 우르르몰려들어 자리에 앉았다.
영화 중간중간 웃기는 장면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웃는 편이었다. 특히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했는데 조심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느낌.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끝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아니 여러분, 쿠키영상 안보나요? 2/3쯤 사람들은 빠져나갔고 남은 사람들과 끝까지 기다려 쿠키영상을 보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지금까지 주변을 통틀어 들었던 영화관 체험에 비하면 지극히 한국스타일에 가까운 체험이었다.
쇼핑관 지하로 내려가니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팔았는데, 백화점 식품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고급고급한 느낌이 제대로-빠르게 휙하니 둘러보고 우버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30m도 안떨어진 곳에서 길거리 이발사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인도의 매력인가싶기도 하고- 뭔가 냉탕열탕이 너무 차이가 큰 것?
결론은 델리에도 아주 훌륭하게 좋은 영화관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