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싫다
제일 싫어하는 운동을 꼽으라면
단연코 달리기다
어렸을때부터 통통했던탓에
살빼는 운동은 다양하게 해왔는데
그와중에 절대 하지 않았던것이 달리기였다
달리기가 싫었던 이유는
땅에 발이 디뎌질때마다 느껴지는 무게와 살들의 진동이 너무나 불쾌했고 뛴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파오는 숨과 종아리 어디선가 묘하게 느껴지는 통증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와같은 고통을 버티기며 뛰기엔 달리기는 너무나 지루했다.
여느날처럼 한강에서 다양한 속도의 사람들 속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빨리 걸어가고 있는데 자꾸만 나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뒷태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랫동안 운동으로 다져진것같은 다부진 몸"들의 소유자였던 것.
저렇게 뛰니 몸이 저리 된건지 애초에 저런몸들만 저리 뛸수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당연하고 단순한 발견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 순간 달리기란 운동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의무처럼 다가왔다.
그날로 부터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작 500m를 뛰고 멈췄다. 뛰다 속도를 낮춰 걸으면 다시 뛰기가 곤욕스러웠다. 하지만 스스로를 책망하진 않았다. 난 10m도 못뛰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늘 얼마를 뛰던 어제보다 1m라도 더뛰자라는 심정으로 천천히 늘려갔다. 평소 급한 성격이라 조바심을 우선으로 경계했다. 달라기가 좋아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적응되기전에 지쳐버리면 곤란하니까.
뛰기 시작한게 작년 이맘때쯤이고 올 초부터는 3-4km씩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달리다보니 어느순간 5-6km를 뛰고 유난히 힘이 넘치는 날에는 10km도 뛸 수 있게되었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뛰는것을 목표로.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 6월 까지 1000km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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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달리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저 예전에 비해 오래 뛸수 있다는 것과 1000km를 달렸다는 기록이 뿌듯할 뿐이다.
여전히 달리기는 싫다. 내딛는 걸음마다 당장 맘춰설까하는 고민은 일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하지만 당분간 달리기를 멈추진 않을 것 같다. 달리기만큼 내게 필요한 운동이 생기기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