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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Aug 14. 2024

아빠를 보내드린 이야기2

그 꿈의 신호를 개꿈으로 여기고 넘겨서일까.

나는 계속해서 다치거나 아프기 시작했고,

꿈을 자주 꾸기 시작했다.


11월에 그 꿈을 꾸고,

12월에 그 집에서 떠날 준비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빠랑 같이 살고 싶으니까.


우리가 구매한 새 집으로 모셔오는 작업을 했다.


나는 아빠랑 어릴 때부터 친하고 분신과 같았는데,

이상하게 그 꿈을 꿨을 때 즈음부터 시작해서

아빠한테 짜증내는 빈도가 잦아졌다.


이 역시 이유가 간단했다.

- 이삿짐센터를 안 부르고 우리가 하나씩 옮길건데

짐 을 줄이지 않으셔서

- 짐정리하기도 촉박한데, 세입자에게 선물한다며

후드 바꿔주시고, 환풍기 바꿔주시고,

현관 노루발 바꾸시고 등에 집중하셔서

(이미 시세보다 15만원 저렴하게 월세냈고,

도배장판을 해드림)


한숨도 못 주무시고 고쳐주셨다.


나는 남에게 퍼주길 좋아하시는

아빠의 성향 때문이라 생각했고,

같이 살기 위해서는 아빠의 성향을 바꿔보자고

마음 먹었다.


딸의 느닷없는 잔소리에 아빠도 많이 당황하셨을 거다.

아빠는 내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주는 분이셨고,

나도 그런 사랑에 응답하는

무조건적인 딸이었으니까.


11월의 꿈과 이사를 준비하던 12월의 나는

자잘한 병원을 여러 개 다녔다.


1. 일하다가 갑자기 삐----거리더니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

2. 업무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더니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3. 갑자기 치아 여러 개가 썩고 약해지더니

3개의 치아를 치료하게 되었다.

4. 신혼 3년까지 지원해주는

산전 검사를 그냥 해봤는데,

자궁경부이형성증2단계라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냅두면 암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일을 휴직하고, 수술날짜를 잡고,

수술전 검사까지 받고 입원 준비를 했으나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이 무기한 취소되었다.

5. 오븐에 손목을 데여서 심재성 2도 화상을 입고

몇달에 걸쳐 치료를 했다.

6. 손목 치료가 한참일 때,

반대편 손등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 또 화상을 입었다.

7. 화상 치료가 나아갈 때 즈음,

손가락 끝이 채칼에 잘려서 외과에서 봉합을 받았다.

8. 이유없이 속쓰림, 신물 올라옴,

갈비뼈에 가스가 찼다.

초음파나 검사를 아무리 해도 이유는 없었다.

9.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숙면 환경을 아무리 만들어도 마찬가지였다.

10. 목디스크와 허리 통증으로 인해

걷는 데 힘들어서 도수치료를 받았다.


위의 증상들은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주의 월요일부터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


아버지는 수요일에 돌아가셨다.

이상하게 일요일부터 기분이 슬슬 좋기 시작하더니

나를 괴롭혔던 갈비뼈, 배의 가스,

속쓰림 등이 말끔하게 사라졌고,

햇살에 흩날리는 은색 나뭇잎마저

싱그러운 천국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행복한 순간이 오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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