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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Aug 14. 2024

아빠를 보내드린 이야기4

아빠가 다시 오랫동안 사셨던 동네로 이사를 하신다.

그 근처 대학병원에서 내 외래 일정이 있었다.


다시 내 차에 아빠의 짐을 싣기 시작했다.

2월의 원룸 이사인데도,

아빠는 선풍기며 많은 짐을 실으셨다.


선풍기는 여름이 되기 전에 내가 싣고 가면 되는데,

하나 하나 챙기시는 아빠를 보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번도 아빠에게 소리를 질러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땐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빠는 "하나만 더 빨리 가져올게!"를 말하시며

종종 걸음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셨다.


딸에게 짐 옮기는 일을 주고 싶지 않으셔서

미리 준비하려는 아빠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병원을 갔고,

아빠는 차분히 나를 서포트해주었다.

차분하고 느긋한 아버지의 성격 덕분에

미로같던 병원의 길도 잘 찾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쫄쫄 굶었던 터라

김밥 3줄을 사서 아빠의 원룸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뒷좌석에서 조용했으나

급하게 드시기 시작했다.

국물도 없이 김밥 한줄을 순식간에 드셨다.


아침에 내가 화낸 기운이 남아있던 터라

나는 여전히 쌀쌀맞았던 것 같다.


원룸에 도착하니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

청소비가 따로 있는데,

티비 뒤에 먼지도 수북하고 화장실 얼룩이 많았다.

창문에 붙여놓은 에어캡 뒤의 머리카락도 보였다.


내가 청소 상태를 보고 있는 동안

아빠가 트렁크에서 3층까지

짐을 하나씩 옮기셨다.

짐을 다 옮기신 것을 보고 나는 말했다.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청소비를 제하든가

지금 오셔서 청소해달라고 해~"


아빠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넘어가자고 하셨지만

딸내미가 원하는 대로 해주셨다.


집주인이 걸레를 들고 오셨고,

딸내미가 꼼꼼하다며 웃어주셨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남은 김밥 한 줄을

아빠께 드리며 말했다.


"ㅇ서방 주려고 한 건데 이건 아빠 드셔~

집주인이나 다른 사람 주지 말고. 알겠지?"

아빠는 알겠다며 조심히 가라고 웃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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