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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Aug 14. 2024

아빠를 보내드린 이야기11

평소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고,

선비처럼 조용하신 아빠의 마지막은

18개의 뉴스 기사와 함께 했다.


아빠의 사망 소식은 기자들이

'숨졌다'라는 표현을 쓰며

옮기기 바빴다.


경찰에서는 장례 먼저 잘 치르고 오라며

알려주지 않았던 사고의 전말을

뉴스 기사를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발인날,

화장장에서 아빠가 좋아하셨던 노래를

들려드리고 보내드렸다.


1시간 10분이면 끝난다던 아빠의 육체는

뒤에 도착하신 분들이

모두 끝나고도 진행 중이었다.


키 178cm에 건장했던 우리 아빠는

2시간 40분을 타게 되었다.


그마저도 통뼈에 튼튼하셔서 한참을 빻았고,

한줌 재는 무슨,

유골함 가득 존재감을 채우셨다.


유골함에는 아빠의 음력 생신과

돌아가신 날 음력이

같은 4월로 기록되어 있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분은

49재를 지내주면 좋다라고 들었다.


장례지도사님의 소개로

근처 사찰을 소개받아서 아빠를 모셨다.


차량에 치여 갑작스러운 쇼크사로

도로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우리가 안타까워했을 때,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돌아가신 분은 영혼이 튕겨나가는 순간

신경도 다 끊어졌어요.

고통을 느끼지 못해요.

지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쁘십니다."


- 그리고 그동안의 일이 참 신기했다.

1. 아빠가 돌아가신 그 주부터 나는

더이상 아프지 않는다.

내가 아픈 걸 싹 다 가져가신 것처럼.


2.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지지해주시던 아버지가

올해 우리 부부가 준비하던

자격증에는 시큰둥하셨다.

그리고 자격증 시험일과 발인 일이 겹쳤다.

마치 별로라는 신호를 보내주신 것처럼.


3. 우리집 고양이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아빠 방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원래 그 위치에 앉아있지 않는 녀석이다.

고양이를 아빠가 참 예뻐했었다.


4. 내가 아빠를 모신 절에 갈 때,

운전하는 동안은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49일 동안.

비가 오더라도 내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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