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모의 준비

by 다잘쓰는헤찌


"여보... 아버님 돌아가셨대."




남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나지막이 들려왔다.


잠결에 들은 그의 목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눈꺼풀이 무겁게 감겨 있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오른편에서 나를 응시하는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평소의 평온함이 없었다.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누구 아빠?"



한참을 멍하니 물었다.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아직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남편은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모든 답을 대신해 주었다.



"우리 아빠?"



내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이 떨리고 있었다.


가슴이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졌다.




유난히도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 날 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포근한 이불,


적절한 습도,


온몸 가득 퍼지는 편안함.




그 날 밤에 남편은 아주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를 깨웠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공허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빠와의 마지막 이별이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6월 새벽의 공기는 차갑고, 또 어두웠다.



잠에서 깨자마자 들은 아빠의 사고 소식은 마치 비현실처럼 들렸다.


남편과 나는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고 짐을 꾸렸다.




손이 떨렸다.


어딘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정신없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급히 친가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새벽이라 대부분은 받지 않았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모두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비보는 내 속에서만 맴돌았다.




그렇게 우리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아빠가 계신 병원이었다.


남편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아빠가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어두운 새벽길을 달리며 나는 한 가지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아빠가 진짜 돌아가셨을 리 없다.


아마도 많이 다치셨겠지. 그래, 분명 그렇겠지.




그렇게 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도로 위에 부는 바람은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빨리 오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창밖에서는 무언가가 펄럭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차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이상했다.


새 차로 출고된 지 겨우 3개월 된 차였는데, 이런 소리가 날 리 없었다.

그 소리는 내 머릿속에 부정적인 예감들을 쌓아 올리며, 한층 더 불안을 점철시켰다.




가는 동안에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아빠가 정말로 돌아가셨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아빠는 늘 강건하셨고, 식사도 잘 챙겨 드시던 분이었다. 대식가인 아빠는 우리가 함께하는 식사 시간마다 맛있게 음식을 드시며, 건강을 자랑하셨다.


그런 아빠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머릿속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나는 멍한 상태로 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어쩌면 병원에 도착하면, 아빠는 다친 몸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품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안내한 곳은 응급실도 중환자실도 아니었다.



내가 두려워했던, 그러나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던 그 장소였다.



영안실.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아빠가 아닌 차가운 현실이었다.


모든 것이 그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토록 강하던 아빠가 이제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을, 그제야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영안실에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아빠의 얼굴을 확인해야 한다는 담당자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사망자의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남편과 나는 남동생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영안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6월의 날씨는 무더운 여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와는 정반대로 차가운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아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룩덜룩한 하얀 천에 피가 묻은 채, 아빠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계셨다.


그의 평온한 얼굴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 피부는 여전히 촉촉하고 말랑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빠는 평소처럼 주무시고 계셨고, 그 모습은 마치 아빠가 다시 눈을 뜨실 것 같은 희망을 주었다.




아빠의 속눈썹은 너무도 곱고 길었다.


사내가 뭐 그리 속눈썹이 기냐고 타박을 받았다던 아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속눈썹이 살포시 덮여 있는 모습이, 아빠의 그리운 젊은 날을 떠오르게 했다.

아빠는 면도도 깔끔하게 하셨고, 헬멧을 쓰셨음에도 멋있게 빗어넘긴 머리는 여전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으나 아빠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불렀다.




“아빠…”




영안실 담당자는 신체가 훼손될까 봐 만지지 말고 신원 확인만 하라고 했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의 슬픔이 터져 나왔다.




“타지에 산다고 자주 못 봤단 말이에요!”




내 목소리는 절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담당자는 한 걸음 물러서며, 조용히 우리의 시간을 존중해주었다.


남동생과 나는 서로 아빠의 얼굴을 붙잡고 울음을 토하며 아빠를 위로했다.

어딘가에서 돌아가신 분의 귀가 가장 늦게 닫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5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아빠의 귀에 속삭여 드리기로 했다. 남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빠는 최고의 가장이었데이. 책임감 있고 성실한 아빠였다.”




나는 그저 아빠에게 ‘잘 가시라’는 말과 ‘걱정하지 마시라’라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빠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던 내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장례식장을 정하고, 화장터를 정하고, 납골당을 선택하는 등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빠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결정을 재빠르게 내려야 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고, 마음속에서 그리움과 슬픔이 얽히며 뭉클해졌다.


아빠는 물리적으로는 내게서 떨어져 있었지만, 그의 기억은 영원히 내 안에 살아 숨 쉴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를 위한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며, 그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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