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는 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뉘었을까

기원의 기원

by 위니

역사책을 읽다 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B.C. 334년에 동방 원정을 시작했다.” 같은 문장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B.C. 는 무엇의 약자일까? ‘기원전’이라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한 기원일까? 왜 역사는 그 해를 기준으로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나눌까?




기원의 기준은 예수의 탄생이다. 기원전(B.C., _Before Christ_)은 예수 탄생 이전을, 기원후(A.D., _Anno Domini_ ‘주의 해’)는 예수 탄생 이후를 뜻한다. 이 체계는 6세기 초 로마 교황청에서 활동하던 수도사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우스(Dionysius Exiguus)가 제안했다. 당시 로마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연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기독교 박해자였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기독교 제국이 된 로마의 종교적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로마 내부에서만 쓰였지만, 중세 유럽의 학자와 연대기 작가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면서 점차 퍼져 나갔다. 근대 이후 유럽이 세계를 탐험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디오니시우스의 계산에는 오차가 있었다. 현대 연구자들에 따르면 예수는 BCE 6~4년경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다는 명분이 애매하다. 둘째, 연호에 ‘0년’이 없다는 점이다. BCE 1년 다음이 곧바로 CE 1년이므로 최소 1년의 단절이 생겼다.


연도 자체에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 중심적이라는 점도 비판받았다. 그렇다고 체계를 바꾸면 1000년 넘게 축적된 기록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현대에는 용어만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B.C./A.D. 대신 BCE/CE(Before Common Era / Common Era)라는 중립적 표현이 학계와 국제 출판물에서 점차 선호되고 있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동방 원정을 시작한 “기원전 334년”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일까? 현재 연도 CE 2025년에서 BCE 334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4년(CE 1~2024년) + 334년 = 2358년 전이 된다. (중간에 ‘0년’이 없기 때문이다.) 기원전 3000년은 3000년 전이 아니라 약 5025년 전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기점을 쓰자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 홀로세 연호(HE, Holocene Era)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농경이 시작된 약 1만 년 전을 기원으로 삼는다. 따라서 CE 2025년은 HE 12,025년이 된다. 또 빅뱅을 기점으로 하거나, 방사성 탄소연대측정을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이다.


따라서, 오늘날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기는 BCE/CE다. 하지만 실제 출판물에서는 여전히 B.C./A.D. 도 흔히 쓰인다. 한 번 굳어진 표준을 바꾸는 일은 QWERTY 자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기원전, 기원후’라고 번역해 사용하기 때문에 서구의 종교적 색채 문제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6세기 한 수도사가 정리한 체계가 전 세계로 퍼져 지금도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는 건 놀랍다. 한 종교 지도자의 탄생을 기점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종교의 힘을 잘 보여준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이 내려졌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연호를 쓰고 있을까? 달력은 단순한 시간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관을 공유하며 살아가는지를 말해 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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