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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Jul 07. 2016

[영화:소셜포비아] 웃지마! 우리 얘기야!



 (소셜포비아:Socialphobia, 2014)



감독 : 홍석재

주연 :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줄거리 :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플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며 실시간 이슈에 오른 '키보드 워리어' 레나. 
 여기에 경찰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인기 BJ 양게가 생중계하는 현피 원정대에 참여한다. 
 하지만 현피 당일 날 ‘레나’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비난의 화살은 순식간에 이들에게로 향한다.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될까 불안한 지웅과 용민은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과연 그녀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다시 시작된 마녀사냥의 끝은?



극장에 걸린 메인 포스터는 주인공 변요한 얼굴이 크게 부각된 사진이 쓰였다. 그러나 영화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이 포스터이다.  무엇보다 더 귀를 세우게 했던 점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에 한 여성이 악플을 남기고, 이에 분노한 남자들이 그녀의 신상을 털었다. 그리고 집에 찾아가기 위해 근처 pc방에 모였다. 당시 악플러와 이름이 같은 여성 7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인터넷에 떠돌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소셜포비아 홍석재 감독은 '이때 실제로 사람들이 여성의 집을 찾아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라는 물음표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일상’이 돼버린 요즘. 막상 얼굴보고는 못할 말도 손가락 대화를 통해서는 가능한 씁쓸한 현실을 영화는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소셜포비아]:sns 공포증 이라는 제목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익명성을 무기로 인터넷 상에서 악마로 변신하는 과정을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이 풍자적이라거나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사실 그대로이기에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워보였다.


특히 영화에 등장한 현피 원정대는  실체없는 가설을 향한 맹목적 믿음으로 자신만의 수사를 펼치는 것도 모자라 단죄까지 감행하고 있었는데. 필요한 순간에는 '공통의 관심사가 통했다'는 이유로 마치 한몸인것 처럼 뭉치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은 과감히 배제시키는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 결말을 미리 말하자면, 줄거리를 뒤엎을 반전은 없다. 레나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을 멘 것이었고, 그녀 또한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스릴러라는 장르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 무색하게 이렇다할 반전도, 심장을 죄어오는 음악도, 그 흔한 피 한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분 동안 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남일같지 않아서..."이다. 


한 피씨방 안에 모여 있으면서도 카톡 채팅방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은둔형 외톨이에서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각계를 아우르는 악플러들의 실체는 더 이상 영화적 허구가 아니었다. 그저 우리네 이야기일 뿐.


또 한가지 섬뜩했던 장면은 목을 메달고 죽어가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아무도 신고하거나 구해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잽싸게 폰을 꺼내 찍어대기 바쁘다.  




첫째, SNS 상에서의 댓글이 총알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비판에 익숙한 당신은 과연 누군가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감독이 이야기하려고 했던 메시지도 그랬을까?   


줄거리가 반이었다면 영화의 나머지 반을 채운 것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변요한 영화로 말하고 있지만 내 눈은 배우 '이주승'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그의 악랄한 얼굴을 보았기에.. "맹숭한 얼굴로 저런 악마를 연기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소름돋았던 기억이 난다.


숱한 영화들을 보고서 그동안 다이어리에 끄적이기조차 안하던 내가 두시간을 엉덩이붙인채 어설픈 영화리뷰를 쓴 이유는.


나 또한 sns 사용자로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설득시키는 것보다 남의 사생활 엿보는 관음적인 행동에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자기반성적인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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