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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May 01. 2019

아이 없는 삶은 ‘결핍’이 아닌 ‘선택’




아이를 낳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것과 반대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늘 “왜?”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엘렌 L. 워커는 아이가 있어도 불행할 수 있듯이 아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산과 양육은 인생의 필수 기본 코스가 아니라 ‘다른 경험’일 뿐이고 자신이 선택한대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가 없는 부부,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은 여전히 가시돋혀 있다.  



속단하지 마세요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또한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왜요?"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말고, 이유를 아는 척 해서도 안 된다. 좋은 의도로, 칭찬까지 담은 질문을 했다해도 듣는 사람이 본인의 번식 능력의 역사까지 낯선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부부의 합의로 딩크족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의학적이나 다른 가슴 아픈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동정하지 마세요 

또래 여성들이 모였을 때 가장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대화 주제가 아이와 가족 이야기다. 이때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어요.” 대답하는 순간 대화는 뚝 끊긴다. 상대방은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또래의 남도 아이를 낳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딩크족을 선택한 여성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안쓰러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불임인가 보구나. 슬프겠구나.’하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만 같다.  



재단하지 마세요 

어떤 여성들에게는 아이가 없다는 것이 큰 콤플렉스이자 상처이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데도 오랜 난임을 겪은 여성은 이미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다. 그럴 때 주변의 딱한 시선은 난임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한다. 최악의 말은 “입양하라”는 조언이다. 모두가 아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 생각보다 많다. 아이를 왜 낳았느냐 물었을 때 또렷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를 안 낳는다 해서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여자로 보지 말자. 
 


무례한 말은 하지 마세요 

'아이라는 끈이 없으면 부부가 오래 못 간다던데', '마음이 바뀔 거야', '네 친구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하면 너도 낳고 싶을 걸' 주변 반응이 가장 공격적인 시기가 여성 가임기 절정인 30, 40대이다. 이 표현들 역시 그 나이대에 흔히 듣는다. 폭력인줄 모르고 무심코 말을 던지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많은 여성들이 이런 무례한 말에 익숙해진다. 그냥 흘려버리거나 상대의 입을 닫게 만든다. 그러나 조금 태연해졌을 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거슬린다. 그들이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불쾌한 말을 참아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아이 없는 부부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무한한 희생과 이해, 노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임신, 출산, 양육을 해야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어른스럽지는 않다. TV만 틀어도 개차반 같은 부모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아이를 낳든, 낳지 않았든 그들은 이미 어른(만 18세 이상 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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