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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May 04. 2019

웰다잉, 깨끗한 삶을 위한 조용한 준비

웰다잉, 깨끗한 삶을 위한 조용한 준비  



삶을 잘 사는 '웰빙'의 최고봉은 행복한 죽음, '웰다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내 일이 아닌 아득하게 먼 남의 일로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린다. 하지만 탄생과 삶, 죽음 모두 누구나 겪어야 할 당연한 과정이기에 이왕이면 당당하게 맞이하자.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물음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와 맥을 같이한다.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그 삶의 마지막 여정인 죽음과 그 이후까지도 행복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옳다. 관을 짜고 수의를 준비하고 보험을 드는 게 웰다잉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던 스티브 잡스처럼, 우리도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오늘부터여야 한다. 



유언장 써두기 

죽음 이후 모든 뒤처리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 자체가 때로는 분란이 되기도 하는데, 나의 마지막가지 내 의지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죽음 후의 결정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이것은 남은 사람을 위한 배려다. 유언장은 상속 문제를 포함해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둔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기는 이야기, 장례 방식, 시신 처리, 재산 분배 등은 유언장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이다.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장례식의 주인공은 고인 자신이다. 화장/매장, 장례식 방법 등 자신의 입장을 미리 밝혀둔다. 사전의료의향서(Advance Healthcare Directive)란 만약 불의의 사고나 병환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의료 행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두는 것이다. ‘당사자의 정신이 건강할 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해둔다. 이 서류에 들어갈 내용은 장기 기증 여부, 심폐소생술 및 기도삽관 등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 행위 여부, 의사에게 당부할 점 등이다. 작성해두면 남은 가족의 짐을 덜어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에서 한글 작성 가능 

현재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40개 주가 법적으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각 주마다 정해진 양식이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org) 사이트에 들어가면 양식을 다운받아 작성할 수 있고, 한글로 작성하고 싶다면 소망소사이어티(somangsociety.org)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의향서는 작성 후 증인 2명의 서명 또는 공증을 받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소망소사이어티가 제공하는 '소망 유언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지난 삶에 대한 기록, 남기고 싶은 말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연명치료 의사뿐 아니라 의료에 대한 법적대리인 지정, 장례 방법, 시신 또는 장기기증 의사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생전 장례식 고려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에는 몇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이 배우자 사별이다. 아내와 남편 모두 자신이 먼저 죽을 경우, 배우자가 먼저 죽을 경우를 대비해 충분히 의논해놓자. 유족 중 가장 측근인 배우자가 고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모든 상황을 지휘할 수 있다. 사후 장례식이 아닌 생전 장례식도 생각해보자. 일본 고마쓰의 전 사장 안자키 사토로는 온 몸에 암이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은 뒤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지인과 친구들 천여 명을 초대해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생을 마감했다.  



잊힐 권리 지키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사람은 가고 없는데, 웹상에서 고인의 기록만이 떠도는 일이 많다. 유언장에 미리 온라인 사이트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사망할 경우 가족이 대신 고인의 기록을 삭제하자. 온라인 기록은 없애더라도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아날로그 추억은 반드시 남겨놓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막상 찾아보니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더라며 한탄하는 사례가 있다. 매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옷과 구도로 가족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에게 죽음 교육하기  

무엇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야 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당연하게 죽음을 궁금해 한다.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감추려고 하지 말고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자. 죽음을 부정적인 것, 무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릴 것.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의 죽음, 또는 엄마, 아빠의 죽음에 대해 경건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학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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