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단어, 올바로 고쳐써요
미국에 살다보면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영어를 사용할 일이 더 잦다. 더 자주,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어색한 순간이 있다. '어! 이때 이 말이 맞는 건가?' 헷갈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쓰느냐 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쓰느냐가 아닐까? 소중한 우리말,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파토 → 파투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약속했던 만남이 갑자기 깨졌을 때 '파토났다'라고 표현하는데,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파토는 틀린 표현이다. 파투가 옳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파투는 비유적으로 일이 잘못되어 흐지부지됨을 의미하는데, 화투 놀이에서 잘못되어 판이 무효가 될 때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엄한 → 애먼
“엄한 사람 잡지 말아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뭔가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당사자를 두고 엄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언론이나 매체에서도 많이 실수하는 표현이다. 정확한 표현은 애먼이고, 엄한은 엄격한의 뜻을 지닌다.
유도리 → 여유
"적당히 유도리 있게 하자" 라는 말도 흔히 쓰는 말 중 하나. 이는 국어사전에 아예 없는 말이다. 일본어에 발음 그대로 따온 말로 원래 뜻은 '시간, 금전, 힘의 여유'라는 의미이다. 대체 가능한 우리말은 '여유' 또는 '융통성' 이라는 말들이 있다. "적당히 융통성 있게 하자", 또는 "가장자리에 여유를 좀 둬서" 라는 말로 바꿔 쓰자.
하이바 → 안전모
하이바는 군대에서 유래한 말로 군대의 철모를 뜻한다. 강화 섬유 소재로 만들어져 섬유를 뜻하는 영어 'Fiber'가 그대로 일본식 발음으로 불린 것이다. 안전모 또는 방탄모로 부르는 것이 옳다. 이렇게 우리말 곳곳에 일본의 잔재가 있는데, 공사장 노동자들의 숙식을 위해 임시로 지어놓은 간이 식당을 '함바집'이라 부른다. 이 또한 일본어이다. 현장식당으로 순화하자.
빈정 상하다 → 비위 상하다
마음이 상했다는 의미로 쓰이는 빈정 상하다는 표현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남을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자꾸 놀리는 행동을 '빈정거린다'고 하는데 남을 대할 때 생기는 나쁜 감정을 뜻한다. 빈정상하다는 말은 빈정거리다의 어근에 상하다라는 동사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일 뿐, 합의되지 않은 단어이다. 우겨넣다라는 말은 어딘가로 억지로 밀어 넣는 행동을 뜻하는데 역시 문법상 틀린 말로 욱여넣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오지다, 조지다, 허접쓰레기’ 모두 표준어
“이 식당의 음식 모양은 허접쓰레기 같이 볼품없는데, 보기와 달리 맛은 정말 오진다” 여기서 비속어는 하나도 없다. 허접쓰레기는 ‘좋은 것이 빠지고 난 뒤에 남은 허름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진 허섭스레기의 북한말로 정식 등록된 표준어이다. 꼽사리는 ‘남의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이라는 뜻의 단어, 오지다는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조지다는 ‘호되게 때리다’의 뜻을 가진 표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