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끝은 이혼이 아니라 졸혼?
최근 이외수 작가와 아내 전영자 씨가 졸혼을 했다고 밝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별거를 하다 최근 졸혼으로 합의했다고 하는데, 뿐만 아니라 배우 백일섭 씨 또한 졸혼을 하였다. 이들이 이혼이 아닌 졸혼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혼과 졸혼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졸혼을 하는 이유
졸혼이란 개념은 2004년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스기야마 부부는 걸어서 25분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따로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만나 식사를 하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기야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기에,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기 싫은, 자아성취욕구가 강한 부부에게 어울리는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졸혼이란 스기야마 부부처럼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부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사는 형태를 의미한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부부가 따로 각자의 삶을 즐기지만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별거와도 구분된다. 이 개념은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전영자 씨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이혼을 원치 않아 졸혼으로 합의했다.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백일섭 씨는 "무슨 특별한 계획도 없고 계기도 없고 그냥 언제부터인가 혼자 나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혼이혼과 무엇이 다른가
황혼 이혼이란 이혼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 또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혼하지 못하다 황혼이 되어 이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가 이혼하는 것으로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졸혼은 학교로 비유하면 자퇴하지 않고 졸업하듯이 결혼생활을 명예롭게 졸업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퇴직한 남편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아내는 도시에서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몇 번 만난다거나, 같은 집에서 살지만 남편은 사진 찍는데 시간을 보내고 아내는 수공예를 시작해 각자 취미생활에 몰두 하면서 사적인 것은 간섭하지 않는다. 졸혼은 부부나 부모로서의 역할은 유지 하면서 일종의 합의된 별거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황혼 이혼이 아닌 졸혼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존속된 상태에서 부부만 분리되니 사실상 같이 살지 않는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
자녀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졸혼의 문제는 부부 당사자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녀들이 있다면 그들의 의사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녀들이 이제는 다 성인이 되었을 것이며,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 상 개방적이고 유연한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모의 졸혼에 대해서 찬성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백일섭 씨의 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면서 유명인 아버지를 둔 탓에 본의 아니게 부모의 졸혼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만 아들은 부모의 결정을 존중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 자주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부부가 합의한 졸혼이라 해도 자녀와 대화를 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며 ‘졸혼의 정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넘어가야 한다. '이제껏 우리는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키웠다. 우리 가족 관계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해준다. 그래야 자녀들도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졸혼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서류상으론 이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 이래 50세 이상 성인의 이혼율은 두 배 증가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런 이혼 증가 추세보다 많은 성인들이 노년기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이 떨어져 지내지만 함께 살아가는 ‘LAT(Live Apart Together)’ 결혼생활을 했고, ‘TOM(Termination of Marriage, 졸혼)’이 ‘Divorce(이혼)’와 다른 용어로 명문화돼 있는 주도 있다. TOM은 건강보험 혜택 등 경제적 이유에서 주로 택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아직까지 LAT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법률적 이혼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이나 양육권 등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법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사전 합의가 중요하다. 또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자녀에 대한 의무는 졸혼이나 이혼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