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의 숨은 보석, 글렌스톤 미술관
메릴랜드의 숨은 보석, 글렌스톤 미술관
박물관이라 하면 흔히 워싱턴D.C.를 떠올린다. 스미소니언 계열의 권위있는 미술관들은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의외의 숨은 보석이 있다. 메릴랜드에 미국 최대 규모의 개인 갤러리가 있다.
억만장자 부부의 개인 소장품 무료로 전시
워싱턴D.C. 외곽 메릴랜드 포토맥에 위치한 글렌스톤 미술관, 거대한 목초지와 숲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감각적인 현대식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억만장자 밋치 레일스(Mitch Rales)와 미술사학자인 그의 부인 에밀리(Emily)가 만든 개인 미술관이다. 평소 미술품 소장과 경매에 관심이 많던 밋치는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8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를 겪은 후 자신의 소장품을 사회에 공헌하기로 마음먹는다.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돌이켜보고 가족에게 중요한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이다. 그래서 2006년부터는 글렌스톤 미술관을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대대적 증축 공사 마쳐
글렌스톤 미술관은 지난 가을,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레일스 부부는 뉴욕 예술 산업의 선구자였던 프리크 미술관의 현대판을 만들고 싶었다. 증축에 앞서 전 세계의 50여 개 박물관을 방문했고, 코펜하겐 외곽의 루이지애나 박물관,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 텍사스 휴스턴의 메닐 컬렉션 미술관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건축과 미술의 조우
그 결과 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에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건물을 짓고, 40만 제곱미터 녹지에는 최근 설치된 조각상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조경을 꾸몄다. 기존의 미술관은 6배 커지고, 수용 가능한 방문객 수는 2만 5,000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레일스 부부는 미술과 건물, 자연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예술이 탄생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 미술작가 전용관 설치
새로 지어진 파빌리온 건물에는 레일스 부부의 소장품 전시관을 비롯해 12개의 공간이 마련됐고, 마이클 하이저, 온 가와라, 마틴 파이어 등 여러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전용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대부분 세계 2차 대전 이후 작품들로 사진, 조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한다. 현재는 <루이스 부르주아: 고통을 해소하기(Louise Bourgeois: To Unravel a Torment)> 특별전이 내년 1월까지 열린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50여 년간 보여준 선구적 작품 활동을 담은 전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소장품인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1974) 등 그녀의 작품 30여 점을 함께 볼 수 있다.
야외 설치 조각품 눈길
이곳은 원래 여우사냥터였던 만큼 관람객들이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고요한 자연 환경과 드넓은 목초지가 자랑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박물관 건물인 파빌리온 까지 10분 동안 초원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마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고요한 자연 체험을 위해 떠나는 여행처럼 느껴진다. 특히 야외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거대한 조각품이 눈길을 끄는데, 호숫가 물안개 너머로는 엘즈워스 켈리의 높이 14m짜리 스틸 기둥이 우뚝 솟아 있고,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설치물은 하늘을 비추는 두 개의 웅덩이처럼 보인다.
느긋하게 사색하며 감상하는 곳
모든 방은 유리로 덮인 통로로 연결되며, 통로 주변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수생식물이 자라는 6만 제곱미터 규모의 워터 코트가 바라보인다. 조명은 커다란 창문과 천장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을 이용한다.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느긋하게 사색하며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배려가 돋보인다. 충분히 관람하려면 대여섯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미리 관람시간을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위치 : 12100 Glen RoadPotomac, MD 20854
시간 : 목-일, 오전 10시 ~ 오후 5시
홈페이지 : glenston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