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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Jun 07. 2019

은퇴한 시니어 '일터의 현자'가 되자

은퇴한 시니어 '일터의 현자'가 되자 



로버트 드 니로 주연 영화 '인턴'에는 40년 동안 전화번호부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부사장까지 역임하고 퇴직한 남자가 등장한다. 70세에 IT회사 인턴으로 취직해 새롭게 배우고 적응하면서 일하는 노년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50~60대에 은퇴를 맞는다. 아직 젊고 유능한데 40여년의 시간을 양로원에서 무료하게 보내야할까? 


에어비앤비 52세 '멘턴' 채용 

영화 '인턴' 이야기는 현실판에도 존재한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성공 뒤에는 IT의 I도 모르는 시니어 인턴이 있었다. 부티크 호텔 업계의 대부 칩 콘리이다. 28세의 관리자가 24세의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일해야 할 때 가장 두렵고 답답한 것은 뭘까? 50명을 관리하던 관리자가 갑자기 3,000명을 관리해야 할 때,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칩 콘리는 에어비앤비에서 ‘멘턴’(멘토+인턴)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직장에서 필요한 지혜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종합해서 그 ‘요지’를 파악하는 종합적이고 시스템적인 사고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이 있으면 더 큰 맥락과 패턴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나이와 경력이 확실한 우위를 제공한다. 


멘토가 거울이라면 현자는 편집자 

요즘처럼 지혜가 귀해진 때에  ‘남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지혜를 지닌 사람’을 현자라고 부른다. 과거에 내가 무릎을 다쳐봤기 때문에 오늘 누군가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일터의 현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모은 지혜 덕분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줄 안다. 멘토가 거울이라면 현자는 편집자다. 일하는 현자는 고문, 코치, 멘토가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의 독특한 가치는 자기가 조언하는 이들의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칩 콘리는 52세의 나이에 에어비앤비 멘턴으로 취직했다. 그는 어쩌면 지금 우리는 연령과 무관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강조하면서, 이 시대에는 실제 나이보다 지금 어떻게 자신의 삶을 추구하고 있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정의된다고 조언한다. 


경청하고 배우는 자세 필요 

아무리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 하더라도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업계에 말단사원으로 뛰어드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어린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이다. 또 아들 같은 동료들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을 하는데 그들이 나를 꼰대로 여기지는 않을까 두렵다.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 니로의 태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에게 자신의 과거나, 예전 이야기들, 빛나던 시절의 이야기를 과장한다거나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는 없다. 그는 그저 말없이 여성 CEO인 줄스를 지지해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 한마디 결정적 지혜를 나누어준다.  


기업은 지금, 베테랑 모시기에 비상 

나이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가르치려는 자세보다 경청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점차 그들과 융화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행동과 말에서 드러나는 당신의 연륜, 지혜가 아직 미숙한 스타트업 회사의 보석 같은 자산이 된다. 노년의 경험과 나이듦이 가져다주는 지혜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유효하다. 나이듦과 일하는 것, 나이듦과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에어비앤비 칩 콘리의 경험을 보면 사회에서 시니어 모시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엿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구글의 루스 포랏,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의 스승 빌 캠벨 모두 창업자들보다 15세 이상 나이가 많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주역들이다.  


아낌없이 노하우와 인맥 전수하기  

백 마디 말 보다는 한 가지 행동이 더 효과적인 법. 어설픈 조언으로 일을 그르칠까 망설여진다면 행동을 보이자.  칩 콘리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수십만 명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접객의 노하우와 지혜를 가르쳤고, 관계자들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축제인 ‘에어비앤비 오픈’도 개최했다. 한마디로 그는 젊은 직원들에게 ‘일의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그러자 직원들은 개인적인 고민거리까지 들고 그를 찾아왔다. 자신의 노하우와 인맥을 전수하는데 절대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지혜의 성숙자가 필요하다. 당신이 젊은 기업의 CEO라면 지금 당장 지혜의 성숙자를 모셔오고, 당신이 시니어라면 젊은 기업의 문을 두드려라.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퇴직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 말고 용기를 내보자. 젊은이들이 급류를 통과할 때 하류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석들에 대해 경고해주는 노련한 안내자는 인생 선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제는 사회에 내 경험 환원해야 할 때 

사회에서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인정욕구의 하나이다. 오죽하면 인간은 평생 '인정 투쟁'을 한다는 말까지 있을까. 사회적 기준과 자신의 기준을 맞추려는 인정 투쟁, 내가 나를 바라보는 수준을 어떻게든 맞추려는 내면적 인정 투쟁. 특히 현역에서 일하다가 은퇴를 하게 되면, 사회에서 나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큰 상실감을 느끼는데, 시니어는 자신의 경험을 환원하는 일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방법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은퇴를 한다. 노년에 하게 되는 일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젊은 시절 돈을 위해 일을 했다면, 이제는 다른 세대와 소통을 하며, 사회에서 나의 자리를 모색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일의 가치는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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