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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 미국 자연사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by 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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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기억하는가? 박물관의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시간, 낮 동안 북적였던 박물관이 순식간에 그들 차지가 된다. 잠들어 있던 전시물들이 하나 둘 깨어나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이 꽤 인상적이다. 과거 어느 때에는 분명히 살아있었지만 지금은 박제된 채 유리창 안에 갇혀 있는 동·생물들에 대한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가져와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영화 속 박물관이 바로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다. 껌달라고 보채는 모아이 석상을 따돌리고 로마 시대를 재현한 글래디에이터들과 주인공이 대결을 벌인 실제 무대다. 영화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사실 자연사박물관은 150년이 넘도록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뉴욕의 랜드 마크가 된지 오래다. 인류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거울인 동시에 뉴욕의 역사를 비추는 상징인 셈이다.


한 과학자의 작은 꿈에서 출발한 자연사박물관

뉴욕 센트럴파크 서쪽 77-81번가에 걸쳐 우뚝 자리한 자연사박물관은 총 면적 9만㎡가 넘는 세계 굴지의 박물관이다. 거대 박물관이 어떻게 뉴욕 한복판에 들어서게 됐을까? 자연과학자 앨버트 빅모어 박사(Dr. Albert S. Bickmore, 1839-1914)는 하버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뉴욕에 박물관을 지어 인류가 걸어온 역사와 자료를 전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사회 인식과 재정난이 맞물려 박물관 건립이 쉽지 않았다. 뉴욕 한 복판에 대규모 박물관을 짓자는 빅모어 박사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 쳤다.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여러 해동안 긴 설득작업을 펼친 결과 마침내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친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시니어(Theodore Roosevelt, Sr. 1831–1878)의 도움을 크게 받았는데, 자연사 박물관 앞에 말을 탄 루스벨트 시니어의 동상이 서 있는 것도 이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1869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됐다. 한 사람의 작은 바람으로 출발한 자연사박물관은 세기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손꼽히는 미국의 자랑이 되어 연간 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형 곤충관, '길더 센터' 개관 예정

박물관의 시작은 미미했다. 처음 센트럴파크에 있는 미군 병기창 건물 한켠을 빌려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1874년, 현재의 위치에 있는 4층 건물로 이전했다. 박물관의 모습 또한 오랜 세월동안 조금씩 바뀌었는데, 처음 박물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조시아 클리브랜드 캐디(Josiah Cleaveland Cady)는 네오 로마네스트 양식으로 붉은 벽돌을 사용했다. 이내 급격히 늘어난 자료 양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서쪽 77번가 모퉁이를 따라 길이와 높이를 늘렸다. 여기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추가했는데, 밝은 베이지색 화강암 정면에 지층의 형상과 빙하가 우거진 동굴 등 박물관에 전시된 자연 지형적 요소에 영감을 받은 곡선 디자인으로 전면을 꾸몄다. 빅토리아 고딕 양식과 리처드슨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돼 있던 기존 박물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지금도 꾸준히 변하고 있다. 뉴욕시는 자연사박물관 건물 사이에 '길더 센터(Gilder Center)'라는 이름의 새로운 곤충 전시관을 짓고 있다. 길더 센터는 6층짜리 건물로 3,000스퀘어피트 면적의 나비 전시관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곤충 화석 등이 전시된다. 새롭게 문을 여는 곤충 전시관은 내년에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구 역사와 인류의 진화를 보여주는 최고의 장소

자연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자연의 역사,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 예측에 이르기까지의 지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과거 지구에 존재했던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공룡 등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화석은 물론 인류와 더불어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의 생생한 모습 그대로 옮겨왔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모은 과학적 자료 3000만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자연사박물관은 세계 각지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해왔다. 특히 1880년부터 1930년까지를 황금기라 부른다. 이 때 자연사 박물관은 남극과 북극은 물론 시베리아의 오지, 몽골 초원, 고비 사막, 아프리카, 콩고, 아마존 밀림지대 등에 탐험대를 보내 희귀한 각종 자료를 가져 왔다. '인도의 별(Star of India)'로 불리는 세계 최대 크기의 사파이어, 34톤 무게의 '케이프 요크 운석', 높이만 10미터에 이르는 '브론트소로스 공룡화석' 등 갖가지 진귀한 자료들 역시 이 때 수집했다.

Pay-What-You-Wish (원하는 만큼 내세요)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기부금 입장이 가능하다. 권장 입장료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만 입장료를 지불할 수 있다. 최소 입장료는 1달러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해서 유지비가 나올까' 싶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박물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압도적인 규모와 사실감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면서 기꺼이 권장 입장료 이상의 관람료를 지불한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객이라도 단돈 1달러로 신비로운 경험을 살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자연사박물관은 늘 관람객들로 붐빈다. 요금은 자율에 맡기되 절대 관람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 이것이 세계 제일의 자연사박물관이 가진 힘이 아닐까.



미국 자연사 박물관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개관시간 : 10:00AM - 5:45PM (추수감사절, 성탄절 휴무)

관람요금 : 성인 $22, 어린이 $12.50, 학생 $17 권장

웹사이트 : https://www.amnh.org/

위치 : Central Park West at 79th Street New York, NY 10024

교통 : 지하철 B, C호선 81 Street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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