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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팬들의 성지, '애플스토어 1호점'

Apple Fifth Avenue

by 끌로이

애플 팬들의 성지, '애플스토어 1호점'
Apple Fifth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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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팬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은 어디일까? 흔히 애플을 탄생시킨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꼽는다. 명품거리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가 전 세계 504여개 애플 스토어를 대표하는 글로벌 플래그쉽 스토어로 자리 잡았다. 애플 이용자들의 팬심이 향하는 뉴욕 5번가 애플스토어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애플스토어는 단순 상점이라기보다는 ‘애플의, 애플을 위한, 애플에 의한’ 문화센터와 같다. 이곳은 유난히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데,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1km에 이르는 줄을 만들어 신문과 방송의 기사거리를 장식한다. 애플 스토어 중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투명한 정육면체 유리 디자인

우선 외관부터 특이하다.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로 구현한 정육면체 디자인은 전체가 투명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엘리베이터와 그 엘리베이터를 감싸고 타원형으로 지어진 계단도 투명이다. 지상에 드러난 장난감 같은 투명 상자와는 대조적으로 지하층 애플스토어는 자본과 기술, 마케팅의 집약체로 대표된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하의 거대한 애플 스토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선 투명한 유리 상자와 그 안에 휘영청 밝게 뜬 애플 로고만 볼 수 있다. 그 간결한 유리 상자 안의 사과 간판이 하루 만 명 이상, 매년 수백만 명을 끌어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90장의 대형 유리들을 이어 붙여 정육면체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2011년 말, 눈을 치우던 제설차의 실수로 매장 유리 패널 하나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후 애플이 670만 달러(약 80억 원)를 들여 기존 90장의 유리 구조물을 15장의 초대형 강화유리로 새롭게 장식했다. 미국 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한 ‘미국의 50대 걸작 구조물’에 이 애플 스토어 큐브가 포함되기도 했다.



제네럴모터스 빌딩 '지하'

애플 스토어가 위치한 GM 빌딩은 미국 자동차 회사의 하나인 제너럴 모터스의 건물로 이곳 광장한복판에 애플스토어가 세워졌다. 2006년, 애플 스토어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50여 층에 이르는 오피스 건물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1층에 마련된 자동차 전시장이었다. 그러나 일본산이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GM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애플 스토어의 사령탑을 건물 지하로 들여온 뒤 죽은 빌딩이 살아났고,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GM빌딩을 매각할 때에는 미국 역사상 단일 거래로는 최고가 금액으로 넘길 만큼 건물 가치가 높아졌다.


명품 매장이 즐비한 5번가 한복판에 하이테크 상점을, 그것도 지하에 집어넣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이 발칙한 계획은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 해리 매클로우의 머리에서 나왔다. 2003년 GM빌딩을 매입하기 전에 예전 건물주가 만들어 놓은 2,900㎡ 규모의 지하 공간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지하 상권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특히 GM빌딩과 5번가 사이는 전체가 지하로 푹 꺼진 특이한 지형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매클로우는 5번가의 랜드 마크가 될 만한 브랜드로 애플을 선택했다.



하이테크 전자가 자본의 중심이 된 현실 반영

단순하게 뉴욕 최초의 애플 스토어로 부르기에는 이곳의 사연이 너무나도 미국 역사와 닮았다. 미국에서 자동차는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성공과 자본을 의미하는 동시에 개인소비의 최고봉은 몇 만 불씩 하는 자동차였다. 그러나 이도 옛말이 된지 오래. 시대흐름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은 기름을 불태우는 자동차에서 욕망을 불태우는 하이테크 전자제품으로 옮겨갔다. 이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GM건물과 애플 스토어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이다. 구산업의 상징인 자동차가 물러가고 신산업의 상징인 애플이 그 자리를 차지한 현실과 닮았다.


오늘날 애플 스토어는 5번가의 쇼핑 관광객들을 GM빌딩으로 끌어들이고 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애플의 유리 큐브는 예술작품 이상의 디자인적 가치를 지녔고, 사람들은 더 이상 애플 스토어를 전자기기 파는 상점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인증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뉴욕의 명소가 됐다.


그리고 지금, 애플 스토어는 또 한 번 변신 중이다. 현재의 지하공간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 7,100㎡ 크기로 대폭 넓어진다. 애플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과 공간 배치가 더해질 전망이다. 애플 스토어의 새로운 모습은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있을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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