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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7호선'을 따라가 본다

by 끌로이

뉴욕 '지하철 7호선'을 따라가 본다

코리아타운에서 첨단 빌딩촌으로 새 옷을 갈아입은 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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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허드슨 야드. 2500개 계단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벌집모양 인공산 '베슬(Vessel)'은 개장과 동시에 뉴욕의 랜드마크 역사를 새로 썼다. 뉴욕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 지역이 멋지게 변신하자 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쏠리고 있다. 더불어 지하철 7호선으로 이어지는 퀸즈 플러싱(Queens Flushing) 지역까지 재조명된다.


허드슨 야드 개장으로 주목받는 동아시아계 이민사

허드슨 야드를 설명하면서 항상 뒤따르는 수식어가 '지하철 7호선을 맨해튼 미드타운 11번 애비뉴까지 연장한 역'이다. 당초 타임스퀘어역까지만 운행하던 열차가 정거장을 하나 더 늘려 2015년 여름에 허드슨 야드역으로 종점을 옮겼다. 허드슨 야드와 함께 지하철 7호선을 설명할 때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비춰지지만 역을 동쪽으로 하나씩 되짚어 올라가다보면 뉴욕 이민의 역사,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계 교민의 역사와 마주한다.


부와 권력의 중심지와 이민자의 도시를 잇는 7호선

7호선의 서쪽 끝은 허드슨 야드역, 동쪽 끝은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역이다. 흔히 뉴요커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바쁜 도시인의 모습은 대부분 맨해튼 뉴요커들이다. 7호선에 몸을 싣고 가만히 동쪽 방향 종점을 향해 가다 보면 동과 서의 극명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역까지 열 정거장이나 남았는데도 어느새 지하철 안은 검은머리 동양인들뿐이다. 이곳이 인종의 용광로 뉴욕 한복판인가, 서울 지하철 2호선인가 순간 착각이 든다. 그리고 지하철 객실에 동양인만 남아 있다는 자각이 드는 순간 주변에서 왁자지껄한 중국말이 들린다. 7호선의 종점,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역이 뉴욕의 차이나타운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초창기 코리아타운이었던 플러싱

플러싱은 차이나타운으로 불리기 전에 먼저 코리아타운이었다. 70년대 초반까지 독일계를 비롯한 그리스, 아이리시 등 백인계가 주로 거주하던 지역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상사 공관 주재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다가 맨해튼은 물론 브롱스, 브루클린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이 점차 몰려들었다. 맨해튼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고속도로나 지하철, 기차, 항공 같은 교통이 편리해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에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90년대 중국인 유입으로 상권 잠식

80년대는 그야말로 뉴욕 한인 경제사의 황금시대였다. 플러싱 역시 80년대 초반 한인인구가 1만 명을 넘어섰고, 식당, 슈퍼마켓, 선물가게, 서점, 보험, 의류점, 여행사 등 상권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호황도 잠시, 90년대 미국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한인상권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플러싱 한인업체끼리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렌트 폭등을 불러왔고 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인 유입이 크게 늘면서 점차 메인스트릿 상권을 잠식당한다. 이때가 코리아타운이 차이나타운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퀸즈 플러싱 지역은 아직까지도 한글 간판이 남아있다. 중국어 일색인 가운데 간간이 보이는 한글 간판 풍경이 플러싱의 고단한 동양인 이민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근 열차에서 관광 열차로 변모

플러싱을 주거지로 삼은 동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매일 7호선을 타고 일터로 나갔다. 근처 맨해튼으로 통근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출퇴근을 책임지던 통근 열차가 이제는 관광 열차로 변모한 모습이다. 한국인의 진한 피, 땀, 눈물이 서린 플러싱을 출발해 뉴욕 관광 1번지로 꼽히는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를 지나 허드슨 야드로 닿으니 말이다.


플러싱 고층 빌딩 개발 한창

허드슨 야드 개발의 나비효과 덕분일까? 7호선 반대편 끝자락에 있는 플러싱도 변화의 바람이 한창이다. 지하철역 공영주차장과 타겟이나 비제이 등 대형 쇼핑몰 주변으로 고층 콘도들이 들어섰고,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의 코트 스퀘어역 부근 그래피티의 메카인 파이브포인츠(5Pointz) 건물은 모두 철거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플러싱의 스카이라인을 바꿔가고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대부분 '럭셔리'라는 이름이 붙어 비싼 값에 분양된다. 땅값이 수직 상승하는 현상은 당연한 이치이다. 게다가 뉴욕 메츠 야구장,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이 플러싱에 있어 지역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한다.


허드슨 야드 개발 효과 7호선으로 번질 듯

신비와 화려의 뜻을 가득 담은 보라색 7호선은 과연 진짜 화려한 노선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미국 언론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 CBS는 허드슨 야드를 '뉴욕의 새로운 보물(New Treasure)'로 소개했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New West Side Story)’라고 묘사하면서 낙후된 철도부지를 최첨단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도시’로 재개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급효과는 맨해튼 주변 상권은 물론 보라색 7호선을 따라 쭉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7호선의 무한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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