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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온기가 간절할 때, 뉴욕 윈터 가든

by 끌로이

한겨울 온기가 간절할 때, 윈터 가든 아트리움 (Winter Garden Atrium)


뉴욕의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고 푸르게 즐기고 싶을 때, 야자수 나무가 무성한 윈터 가든으로 가보자. 혹독하게 시리다고 이름난 뉴욕이지만 이곳에서는 한여름 열대우림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을 준다. 바쁘게 움직이는 맨해튼 금융맨들 사이에 유유히 자리 잡고 있는 브룩필드 플레이스 윈터 가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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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온실 속 야자수 나무숲

단조로운 회색 건물 사이 유난히 반짝이는 유리 원형 지붕이 눈에 띈다. 그곳이 바로 겨울 정원으로 불리는 윈터 가든이다. 프리덤 타워에서 길을 건너 브룩필드 플레이스 건물로 들어서면 윈터 가든이 짠하고 펼쳐진다. 도심 속 사무실과 쇼핑몰이 즐비한 공간에 우뚝 솟은 키 큰 야자나무가 얼핏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색다른 조합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발 기둥 형태가 그리드로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 마치 울창한 우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둥근 테이블과 철제 의자, 벤치는 윈터 가든을 찾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기도 하고, 친구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걷다 지친 관광객들은 다리를 주무르며 한숨 돌리기에도 좋다. 공간의 규모와 짜임새가 마치 유리 온실 같다. 천장과 측면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채광이 멋들어진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작은 전구들이 실내를 밝히고, 쨍하게 맑은 낡은 눈부시게 뜨겁다. 또한 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시간대별로 다른 조도를 뽐내는 것도 윈터 가든 만의 매력이다.


9.11 테러 이후 완벽하게 재건

이 독특한 공간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과거 월드 파이낸셜 센터였다. 주변 세계 금융 센터와 함께 1985년 건축가 세자르 펠리(César Pelli)가 설계했다. 그 중 윈터 가든 아트리움은 다이애나 발모리(Diana Balmori)가 디자인을 맡았다. 1988년, 6 천만 달러를 들여 완성한 아트리움은 원래 120피트 길이로 세계 무역 센터와 연결돼 있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으로 세계 무역 센터가 무너졌다. 이때 아트리움도 유리창이 터지고 주저앉았다. 이후 5천만 달러를 들여 유리창 2천여 개를 교체했다. 5,400제곱미터의 대리석 바닥과 계단도 모두 원래대로 복원했다. 16미터 높이의 대형 야자나무도 새로 공수했다. 9.11 테러 이후 정확히 1년이 지난 뒤, 2002년 9월 17일에 다시 문을 연 윈터 가든은 테러 이후 완전히 복원을 마친 최초의 주요 건축물 중 하나로 기록된다. 윈터 가든의 상징과도 같은 야자나무는 아트리움에서 해마다 약 6인치씩 쑥쑥 자라고 있다. 최대 80피트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쉼터 이상의 종합 문화예술 무대

윈터 가든 아트리움은 세계 금융 센터들과 공동으로 콘서트와 공연을 주관한다.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의 모형을 본뜬 중앙홀은 공연을 하기 좋은 구조이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연장은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기 안성맞춤이다. 윈터 가든은 2002년 다시 문을 연 이래 발레, 콘서트, 빅애플 서커스 공연 등을 열었다. 헨델의 클래식 오라토리오를 리처드 바론 감독이 현대적으로 해석해 연출한 다운타운 메시아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매년 봄에 열리는 트라이베카(TriBeCa) 영화제 기간에는 멋진 극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 매년 겨울에는 루미나리에 전시를 한다. 윈터가든 천정 캐노피에 650개의 반짝이는 전등을 걸고 방문객들은 자신의 소원을 빌어 랜턴으로 보낼 수 있다. 여러 개의 주제를 나눠 색다른 빛의 축제를 선도한다. 이밖에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 쇼가 수시로 열려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주변 9.11 추모 기념관, 오큘러스 역사는 색다른 볼거리

윈터 가든을 가보고 싶다면 주변 9.11 추모 기념관과 오큘러스, 허드슨강 놀스 코브 마리나를 하나의 코스로 묶어 동선을 짜보자. 9.11 추모 공원은 테러 10주기가 되는 2011년 9월 11일에 문을 열었다. 공모전을 통해 5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Michael Arad)가 설계했다. 미국 뉴욕의 911 테러 현장이 '그라운드 제로'에는 스페인 출신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 Valls)가 설계한 환승 역사가 있다. 칼라트라바의 건축물은 유기체를 형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오큘러스(Oculus: 라틴어로 눈을 의미하는 건축물)라 불리는 이곳은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친 천사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거대한 고래의 뱃속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웅장함과 세련됨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어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지에 12년 만에 완공된 오큘러스는 당초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40억 달러가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지은 역사로 꼽힌다. 오큘러스는 뉴욕시를 운행하는 지하철 9개 노선이 지나고 있고, 맞은편 뉴저지를 연결하는 허드슨 도시철도와도 연결돼 있다. 양쪽으로 뉴욕 지하철과 도시철도가 지나고 나머지 공간에는 애플스토어를 비롯한 상점이 즐비해 있다. 윈터 가든의 젊은 푸르름, 오큘러스의 장엄함, 허드슨강의 눈부신 풍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 뉴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임에 틀림이 없다.


Winter Garden Atrium

주소 : 230 Vesey Street, New York, NY 10281

시간 : 월 – 토 8am–9pm, 일 8am–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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