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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산실, 버지니아 토피도 아트 센터

by 끌로이


예술의 산실, 버지니아 토피도 아트 센터 (Torpedo Factory Art Center)


워싱턴디시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올드타운.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예술 도시이다. 그리고 오늘날 예술 도시를 있게 한 배경에 '토피도 아트 센터'가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 집단 창작 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는 신개념 아트 센터가 개관한지 올해로 46년째다. 역량 있는 예술가들의 집합소이자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은 토피도 아트 센터를 찾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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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어뢰공장이 문화 예술 요람으로 탈바꿈

이곳은 과거 어뢰공장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어뢰 제작 공장이었던 곳을 알렉산드리아 시가 사들여 1974년 아트 센터로 만들었다. 워싱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내놓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3층 공간에 90여개의 개별 스튜디오와 6개의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조각, 공예, 사진, 회화 등 순수미술과 실용분야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작품을 창작한다. 창작과 전시 공간을 구분하지 않은 채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큐레이터나 아트 딜러 같은 중간 단계를 건너뛰기 때문에 거품 없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품 거래가 이뤄진다. 또 같은 길을 걷는 동지이자 경쟁자인 예술가들끼리 한 공간에 모여 예술적 영감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간다.



김현정 -미국.jpg Blind in Art - “LOVE in America” 2019, Canvas, Pearls, Gold Leaf, Wine dyed Silk Strings.
김현정-한국.jpg Blind in Art - “LOVE in Korea” 2019, Canvas, Pearls, Gold Leaf, Wine dyed Silk Strings.


김현정 작가, '블라인드 인 아트' 시리즈 선보여

그리고 이곳에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뚫고 선발된 한국인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있다. 김현정 조각가는 이곳에 단독 스튜디오를 가진 유일한 한국인 예술가로 인간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시각 예술로 표현한 '블라인드 인 아트(Blind in art)'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보석과 점자, 글자를 포갠 그의 예술은 유학 초기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자신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공간에서 숨 쉬지만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비주얼 아트로 표현한다. 김현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몬클레어 대학원에서 스튜디오 아트 석사를 마쳤다. 이후 뉴욕과 워싱턴디시를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뉴왁 뮤지엄, 벨스키 뮤지엄 등 미술관과 에얼 갤러리, 조지 시걸 갤러리 등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7년에는 전국 여성 민주당 클럽에 초대되어 각 개의 가치를 질문하는 작업들을 보여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특히 적대문화와 국가 간의 화합을 희망하는 작업인 <Blind in Art- Love>는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가 소장하고 있다. 올해 그리스 아테네, SOFA 시카고, SCOPE 마이애미 비치 전시에 참가했으며, 꾸준히 미술애호가와 전문인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Blind in art- Love> 작업을 한반도와 미국 지도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이혜순1.png Heasoon Arzberger Rhee ⓒ bettlehouse.com
이혜순2.jpeg Heasoon Arzberger Rhee ⓒ bettlehouse.com


이혜순 작가, '실크 공예' 눈길

한국 예술가들의 입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혜순 작가는 원사를 염색해 일정한 패턴으로 직조하는 실크 공예를 선보이고 있다. 곱고 풍부한 색채와 동양적인 단아한 문양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다 1980년, 미국으로 건너온 이혜순 작가는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에서 섬유과학 학위를 받았고, 연구소와 박물관에서 섬유공학 전문가로 일했다. 토피도 아트 센터 스튜디오에서 이혜순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베틀로 한 올 한 올 직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기꺼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함수민1.jpg STILL LIFE SERIES - SOOMIN HAM
함수민2.jpg Once Upon a Time Ⅱ - SOOMIN HAM


함수민 작가, '획기적인 멀티미디어 아트' 인기

워싱턴 지역에서 사진작가이자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함수민 작가는 토피도 아트 센터 3층에 공동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인물과 풍경들을 흑백의 조화, 빛의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소재에 새로운 상상력과 생명을 불어넣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함수민 작가는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과 비디오 석사를 받았다.



그림 같은 포토맥 강변 절경

토피도 아트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알렉산드리아 올드 타운의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거리와 포토맥 강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여기에 미술관과 골동품점 등이 밀집해 토피도 아트 센터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올 정도로 버지니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예술의 용광로에서 자신만의 예술혼을 뿜어내는 예술가들, 그 열정과 영감을 기꺼이 나누고 응원하는 관람객들이 만나 토피도의 전시 관람 문화가 하나의 전통이 됐다. 시간이 흐른 뒤, 이곳에서 탄생한 예술 작품을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지 기대된다.


Torpedo Factory Art Center

주소 : 105 N. Union St., Alexandria, VA 22314

시간 : 매일 10am - 6pm, 목요일 10am - 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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