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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의 아찔한 조우' 필라델피아 미술관

by 끌로이

'자연과 예술의 아찔한 조우'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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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영화 '록키'를 기억하는가. 영화 내용은 가물가물하더라도 실베스터 스텔론이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와 대항하기 위해 지옥훈련을 하는 장면과 배경음악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4회전 밖에 뛰어본 적 없는 삼류 복서 록키 발보아는 15회전을 이겨낼 체력과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 단숨에 72개 돌계단을 뛰어 올라가 뒤를 돌아보며 두 손을 번쩍 치켜올린다. 멀리 필라델피아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 덕에 영화와 함께 촬영장소가 큰 화제가 됐다. 록키가 매일 아침 전의를 불태우던 영화 속 명소가 바로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이다.


영화 록키 속 명소, 23만점 보유한 대형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페어마운트 공원(Fairmount Park)에 자리 잡고 있다.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모양을 한 아름다운 석조 건물이다. 건물 정면은 미네소타에서 가져온 백운석으로 단장했다. 아름다운 전경만큼이나 깊고 아름다운 역사를 지녔다. 1876년에 미국 건국 백주년 기념관으로 만들어져 1828년부터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 사용됐다. 건물은 거의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버금가는 크기이며 역사도 길어 미국의 미술관을 논할 때 항상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고대 동서양의 유물을 비롯해 근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작품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200개가 넘는 전시실에 23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그리스 신전과 같은 웅장한 공간에 압도되는데 가장 먼저 아우구스투스 세인트고던즈의 '다이애나' 여신상이 보인다. 천장은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 '고스트'가 걸려있다. 1층 근현대 회화관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고흐의 '해바라기', 세잔느의 '대수욕'을 비롯해 피카소, 모네, 마네, 샤갈,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가득해 관람객이 가장 붐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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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등 저명 예술가 컬렉션 진행

특히 뛰어난 소장품은 서유럽 고전회화인 존슨(J.G.Johnson:1841~1917) 컬렉션과, 근대회화의 아레스베르크 부부(Louise and Walter Aresberg) 컬렉션, 타이손 컬렉션 등이다. 이 가운데 마르셀 뒤샹의 작품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변기를 소재로 한 작품 '샘', '자전거 바퀴' 등 뒤샹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작가로 손꼽히는 브루스 노먼의 비디오 필름 작품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최고 자랑거리이다.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

미술관 곳곳에 시대를 대변하는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배치하고 있다. 유럽미술관에서 피터 폴 루벤스의 그림을 눈여겨보자. '사슬로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인간에게 금지한 불을 훔쳐다 준 형벌로 쇠사슬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끔찍한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과 금박 부조로 예수의 일생을 묘사한 작품 또한 명작이다. 1950년대 미국 유명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웨딩드레스를 찾는 재미는 덤이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그녀는 결혼식 후 웨딩드레스를 이 미술관에 기증했다.


19세기 수술실 풍경 사실적으로 그린 '그로스 클리닉'

필라델피아의 자존심과 같은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Thomas Eakins·1844~1916)의 대표작 ‘그로스 클리닉(The Gross Clinic)’이 이 미술관에 있다. 1875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당시로서는 드문 대작(240×200cm)이었다. 알맞은 전지 장소를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 2006년 지금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안착했다. 6800만 달러(약 800억 원)에 매각됐는데, 이 가격은 에이킨스 작품 중 최고 가격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 작품 중에서도 최고가였다. ‘그로스 클리닉’은 당시 유명한 의사이던 그로스 박사가 제퍼슨 의대에서 학생들을 앞에 두고 수술하는 광경을 그린 작품이다. 19세기 후반에 이미 수술이 의료의 한 분야였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수술실 광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의료사에서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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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대 배경으로 관람객 초대

동양과 서유럽 중세 미술품을 시대환경의 설정 속에서 보여주는 피어리어드 룸(Period Room)의 전시형식이 눈에 띈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장소로 관람객을 초대해 마치 VR안경을 쓰고 게임 속에 빠져든 착각이 든다. 인도의 사원을 그대로 옮겨놓거나 중국 궁전의 내부, 일본 다실, 프랑스 정원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한국관도 있는데 도자기 조각으로 남한 지도를 형상화한 작품과 족자 그림으로 채워졌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규모가 방대한데다 컬렉션 종류가 풍부해 하루 반나절로는 전체를 관람하기 어렵다. 시간 여유를 갖고 오전 일찍부터 방문하거나 이틀에 걸쳐 천천히 둘러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현재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내려다보는 스카이라인은 록키 영화 속 장면과는 사뭇 다르다. 70년대 초반, 영화를 찍을 때만해도 길 가운데 보이는 시청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이제는 높은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사뭇 대도시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미술관 정면으로 길게 뻗은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 길을 따라가면 로뎅미술관, 플랭클린 과학박물관, LOVE 광장, 필라델피아 시청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명소이자 산책 명소로 손색이 없다.


주소 : 2600 Benjamin Franklin Pkwy, Philadelphia, PA 19130

사이트 : phila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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