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끌로이 Jan 14. 2023

90년생이 온다

 



“요즘 애들 다 그래?” 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당신도 꼰대에 진입한 걸까. 그렇다면 여기서 요즘이란 언제를 뜻하는가. 관용어로 내뱉는 흔한 표현 '요즘 애들'을 궁서체로 파헤쳐보자. 


요즘 젊은 사람들을 흔히 MZ세대라고 부른다. 사전에서는 1980년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90년대 생은 이제 조직에서는 신입 사원이,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되어 우리 곁에 있다. 기성세대는 이런 산술적인 통계를 근거로 90년대 생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태를 비판하곤 한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기성세대와 요즘 애들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임홍택 작가가 쓴 <90년생이 온다>는 세대 통합 안내서와 같다. 기성세대 관점에서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조목조목 사례와 통계를 바탕으로 알려준다. 많은 90년대 생은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며, 회사와 제품에는 솔직함을 요구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꼰대질’을 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외면한다. 이 책은 몰려오는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워도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담고 있다.  


2018년 출간 당시 '세대론'을 촉발한 책이었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는 꾸준히 특정 세대를 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혀왔다. 90년대 생들이 특이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환경이 바뀌었으니까,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이 다채로운 취향을 가진 세대다. 다만, 싫어하는 점은 비슷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전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반대로 젊은 세대는 즐기는 건 다양하지만 회사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 그들은 상사가 회식을 강요하거나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임홍택 작가는 MZ세대 용어 자체에 반감을 표한다. 소위 386세대로 불리던 60년대 출생 세대 이후인 70/80/90년대 생들은 그에 걸맞은 세대명조차 없다. 88만원 세대와 같은 몇몇 굴욕적인 세대 명칭 외에는 말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각각 명확한 규정이 있지만, MZ는 서로 다른 세대를 공통점도 없는데 붙여놓은 용어이다. 한국에서 X세대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1993년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의 남성화장품 ‘아모레 트윈엑스’ 광고였다. 이렇게 X세대라는 단어는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을 위해 미국의 X세대론을 기민하게 수입한 것에 기인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X세대 이후 알파벳 순서에 근거하여 차례로 Y세대와 Z세대가 등장하게 된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나 인터넷 없는 세상을 경험한적 없는 첫 세대, 이들에게 보스는 필요 없다. 온라인에서 위계 없이 소통하며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익숙하다. Z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조직하고 세계를 바라본다. 권위가 분산된 공간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Z세대가 물려받은 세상은 엉망진창이다. 기후위기, 폭력사태, 온갖 혐오와 차별들이 난무한다. 이런 인류 위기 상황에서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를 구할 전사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길잡이가 되었다. Z세대는 버릇없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한 꺼풀 걷어내니 이들의 생존전략이 보인다.

   

기성세대, 즉 꼰대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90년생들은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꼭 꿈이 있어야 되나요?’ '그리고 꼭 회사에서 그 꿈을 회사 안에서 꿔야하나요?' 일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서로 다르다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70년대 생과 그 이전 세대에게 충성심이라는 것은 단연 회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충성의 대상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90년대 생들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156p  


지금 이 순간, 대학 졸업반이 바로 새로운 세대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들도 점차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세대들한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우선이다. 꼰대들은 자신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대와의 공존을 고민할 시점이다. 당장 무조건적인 이해는 불가능하더라도 고민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전망이 밝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구석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