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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Feb 12. 2023

내 일로 건너가는 법




먹고 살자면 일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일과 자아실현이 일치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 또한 녹록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일 한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그 끈적함만으로 모든 상황이 설명 가능하다.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있건 어쨌거나 우리는 일을 하며 자란다. 더 좋은 고민을 하며 한 뼘, 동료가 끌어줘서 한 뼘, 사람을 이해하면서 한 뼘 성장한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하루를 보내는 직장에서도 나를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워내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막내 카피라이터에서 한 팀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18년차 직장인 김민철이 전하는 일터의 기록을 들여다보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즐겁게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동화에나 등장할법한 완벽한 일이 과연 존재할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출근해야 하는 일 말고, 진정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느냐고.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어쩌다 보니 몇 권의 책을 내게 된 김민철 작가는 일과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하며 '이왕 하는 일, 즐겁게 오래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매일의 작은 성공을 향해 도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민철 작가가 글쓰기보다 먼저 시작한 일은 광고다. 50군데 넘게 원서를 넣어도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매일 울면서 이력서 쓰는 게 일이었다. 넓게 쌓아온 취향들은 있지만 돈을 벌기에는 애매한 특징들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단점을 채우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스스로를 증명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김민철 작가는 자비 없는 업무 강도로 유명한 광고회사를 다니며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은 일과 나, 서로 잘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셀프 설계자로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현장감 넘치는 18년 치 경험과 함께 담고 있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용기를 내며 다짐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일(My work)’을 통해 ‘내일(Tomorrow)’로 건너가는 법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성찰이 엿보인다.  


김민철 작가는 ‘일이 인생의 훌륭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동시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하는 동안에는 덜 괴롭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한결같기에 역시나 돌파구를 찾는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할 든든한 팀원들이 곁에 있다. 좋은 팀에서 하루의 절반을 일하고 나서 회사 밖으로 나오면 ‘작가 김민철'을 키운다. 그는 이 일에 있어서 혹독한 고용주이며 동시에 고분고분한 직원이 된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는 시간이 끝나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는 작가로서의 나를 키우는 일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 잘하는 일종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실용 에세이면서도 '나'라는 주어만큼이나 '우리'라는 주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는 주어와 '우리'라는 주어를 가려서 써야 하는 자리가 바로 상사의 자리다. '나'라는 주어를 쓰면서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고, '우리'라는 주어를 쓰면서 모두에게 이 일의 책임을 나눠주는 일. 바로 그 일을 하라고 회사에서 팀장에게는 조금이나마 월급을 더 주는 것이니 말이다. -p134 


조직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안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성장할 수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가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하루에 절반씩은 일하며 살아가는 운명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김민철 작가는 오래 했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어쩜 그렇게 회사원으로서 정밀하고 명석한 감각을 균형있게 유지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며 반짝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모두가 김민철 같은 팀장과 함께 일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이 책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는 있다. 일하는 스스로를 믿으며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려 깊은 선배가 되어줄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법을,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을, 내일을 살아가게 할 내 일에서 오늘치의 성장을 이루는 법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김민철 작가는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가 되어준다. 모두가 퇴사를 말하는 이 시대에 현명한 직장인의 태도와 일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보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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