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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Mar 08. 2023

마녀 위니


 


요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녀! 고양이 윌버! 제목은 잊었어도 이야기와 그림체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어렸을 때 닳도록 읽은 바로 그 동화책이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응당 거실에 꽂혀있는 책이어서 마치 국민 동화책이라 불렸다. <마녀 위니> 시리즈의 첫 이야기가 지난해 35주년 특별판으로 나왔다. 나 홀로 반가운 것도 잠시, 요즘엔 위니를 아는 어린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글픈 마음 가득 담아 이참에 고전 그림 동화책을 한번 소개해 본다. 


어린 시절에 사랑했던 그림책을 어른이 돼 소개하는 기분은 영광스럽다. 우선 밸러리 토머스 작가가 1987년 이후 꾸준히 40권이 넘는 마녀 위니 시리즈를 써줘서 고맙다. 추억과 동심을 지켜줘서 고맙다. 예전만큼 뜨거운 인기는 아니어서 동화를 계속 쓰고 발간을 하기 많이 부담이었을 텐데 그래도 위니를 기억해주는 몇몇 독자들을 위해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밸러리 토머스 작가는 위니와 함께 온갖 모험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술 빗자루와 하늘을 나는 양탄자도 타 보고, 아기 용에게 엄마를 찾아 주기도 하고, 슈퍼 호박을 키우고, 바닷속과 우주에도 다녀왔다. 지금은 호주에 살면서 비록 진짜 요술 빗자루는 없지만 세계 여러 나라를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가 만든 판타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부스스한 머리와 풀린 눈, 매부리코 등 장난기 가득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의 마녀 위니와 새까만 고양이 윌버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마법의 세계에 열광했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요술 지팡이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며 매일밤 소원을 빌었다. <마녀 위니>가 긴 세월 세계 어린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눈높이에 딱 맞기 때문이다. 시리즈 첫 책인 <마녀 위니>는 어린이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영국 어린이 도서상(Children’s Book Award)’을 받았다. 어린이 손으로 직접 뽑은 작품이기에 쉽고, 재미있고, 아름답다.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를 익살스럽고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와중에 교훈도 한 스푼 남긴다.  


마녀 위니는 숲속 까만 집에서 고양이 윌버와 함께 산다. 그 까만 집은 의자도 까맣고, 침대도 까맣고, 담요도 까맣고 심지어는 목욕통까지도 온통 까맣다. 그런데 문제는 윌버도 까만 고양이라는 것! 윌버가 두 눈을 감을 때마다 위니는 윌버를 알아볼 수 없었고, 결국 어느 날 위니는 윌버에 걸려 심하게 넘어지고 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위니는 마법을 부려 윌버의 색깔을 바꾸기로 한다. 위니는 처음에는 초록색 고양이로 윌버를 바꾼다. 집 안에서는 괜찮지만 윌버가 집 앞 풀밭에 가면 다시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번엔 알록달록한 고양이로 바꿔 버린다. 윌버는 위니가 마음대로 바꿔 버린 자신의 모습에 무척 슬퍼한다. 그런 윌버를 본 위니는 윌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대신 온통 새까맣던 집을 형형색색으로 꾸민다.  


고양이 윌버는 아주 큰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숨었어요. 윌버는 우스꽝스럽게 보였고, 자기도 우스꽝스럽다는 걸 알았어요. 새들도 윌버를 보고는 깔깔 웃었지요. 고양이 윌버는 너무나 슬펐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밤까지 나무 꼭대기에 있었지요. - p.19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검은 고양이 윌버를 바꿔야 한다고 믿었던 마녀 위니가 자신이 진정 바라는 건 윌버의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뭉클하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꾸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주변을 바꾸는 것을 택한 마녀 위니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말이 쉽지 그런 마음을 먹기 쉬운 일은 아니다. 윌버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 된 위니를 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마녀 위니>는 유쾌한 이야기에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마녀 위니 35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은 무려 한 작품을 35여 년간 함께 집필해 온 코키 폴과 밸러리 토머스, 그리고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그림책이다. 먼저, 기존 마녀 위니 시리즈보다 커다란 판형과 번쩍번쩍한 금색 별이 잔뜩 박혀 있는 화려한 축제 같은 표지는 시선을 강탈하며 한정판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한국에 소개된 <마녀 위니> 시리즈는 그림책만 25권으로, 그동안 위니와 윌버는 바다 밑과 우주를 여행하기도 하고, 공룡을 만나거나 중세 시대로 떠나는 등 온갖 모험을 함께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모험을 함께한 위니와 윌버가 각자가 꼽은 최고의 순간들을 모아 놓은 장면도 담겨 있다. 


두 작가의 인사말에는 마녀 위니의 탄생 배경부터 그동안 독자들이 몰랐을 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속속들이 담겨 있고, 특히 코키 폴은 오직 한국 독자들을 위한 사인과 그림을 그리며 오랜 시간 사랑해 준 한국 어린이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고 요술 지팡이를 흔드는 마녀 위니를 찾는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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