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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Apr 17. 2023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이 문제를 연구하는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은 어느 날 자신의 두뇌 사진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발견한다. 반신반의하며 자신의 가계도를 살펴보는데, 자신의 조상들 중에 살인마가 즐비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게다가 유전자 분석 결과,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유전 형질이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제임스 팰런은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것이다. 뉴스에서 보는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들은 성장 배경이 거의 비슷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혹독한 학대와 가난에 시달려 비뚤어진 관계에 집착한다. 그런데 팰런은 온화한 가정에서 자랐고,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많은 친구를 둔 사교적인 사람이다. 폭력 전과도 없고 학자로서 가장으로서 꽤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사이코패스란 말인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실제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심오하고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진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나는 어떻게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왜 자연은 계속해서 사이코패스가 태어나도록 내버려두는가?’  


제임스 팰런은 사이코패스라도 때로는 명랑하고 근심 걱정 없으며 사교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이코패스로 태어나더라도 다음 세 가지 요인을 모두 갖춰야 사이코패시가 발현된다고 본다. 첫째,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둘째, 특정 변이 유전자 여러 개. 셋째,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신체적·성적 학대다. 제임스 팰런은 이 세 요소 중에서 ‘유년 시절의 학대’를 겪지 않았다. 그래서 사이코패스로 태어났지만 자칭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자라날 수 있었다. 


제임스 팰런이 주장하는 이 ‘세 다리 의자’ 이론은 고전적인 질문 하나를 이끌어낸다. ‘유전자와 환경 중 무엇이 인간을 결정하는가?’ 본래 제임스 팰런은 유전이 80퍼센트 정도를 결정하고 환경은 20퍼센트밖에 결정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을 본 이후로는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인간이 훨씬 더 복잡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는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스로 의심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 책은 유명 인사들의 말과 행동을 바탕으로 합리적 유추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군대를 향해 무게 잡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흉내 내는 재주가 일품이었고, 갈채를 받을 때는 겸손을 가장했으며, 장례식에서는 적당히 침울해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엄청난 슬픔을 연기했다. 고난도 연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공감 능력이 없어 보이는 그의 특징을 분석한 내용이다. 특히 금융계와 경제계에 많은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고 보는데, 이렇게 사이코패스가 사라지지 않고 일정 비율로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사이코패스들은 유능한 지도자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는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건다. -p.241 


제임스 팰런은 진화적으로 거짓말을 잘하고 불안을 느끼지 못하며 이성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이코패스들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사이코패스 덕분에 인류가 존속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시급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데, 그 빠르고 정확한 결정이 문명을 진보시켰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사이코패스들은 감정과 행동을 잘 분리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덜 겪는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사이코패시는 군사, 정치, 경제 등 다방면으로 사회에 필요한 존재들이다. 


제임스 팰런의 이야기가 2008년에 TED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전자와 환경 중 무엇이 더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의 주장대로 사이코패스가 반사회적 살인마로 성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년 시절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수 조건이라는 내용은 누구나 아는 교과서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과 태도가 필요한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 같이 성찰해 보자고 저자가 여지를 남겨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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