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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Jul 25. 2023

사자마트


 


아파트 상가에 사자 씨가 '사자마트'를 열었다. 물건을 반듯하게 진열하고 청소를 한 뒤 손님 맞을 준비를 하지만, 사자 씨의 외모가 조금 우락부락한 모습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가게이건만, 물건을 사는 손님은 없고 커다란 덩치와 머리칼 때문에 오해만 샀다. 한 아주머니가 사자마트에 들어섰다. 사자 씨가 인사를 했는데, 아주머니가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뒤돌아 나가버렸다. 그리고 무섭게 생겼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퍼트린다. 그 뒤로 동네 사람들은 사자마트에 대해 수군댔다. “성격이 고약해 보이던데요.”, “꼭 사자 같더라고요.” 사람들은 사자 씨의 외모와 아주머니에게 들은 말 때문에 사자 씨를 오해한다. 어느새 물건을 사자가 아닌, 무서운 사자가 있는 곳이 되어 버린 사자마트.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단지가 정전이 되고 온통 까만 세상이 된다. 안경을 써도 안경을 벗어도, 아파트도 사자마트도 사람들도 까맣다. 그리고 드디어 사자마트에 첫 손님이 들어온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던 사자 씨가 미리 촛불을 켜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린이 자매는 어둠을 걱정하는 사자 씨에게 “자세히 보니까 잘 보여요.”라고 말한다. 깜깜해지니 마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멀리 나가지 못하고 사자마트에 와서 초를 산다. 불이 꺼진 깜깜한 마트에서 사람들은 사자 씨의 친절함과 가까이에 마트가 있는 현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후 마법이 일어나듯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고, 사자 씨를 색안경 없이 바라보게 된다. 역시 우리의 시야를 흐리는 건 어둠보다 선입견이다.   


이야기 마지막에 어린이 자매를 닮은 고양이 자매가 등장한다. 아마도 사자마트로 손님을 부르는 마법을 일으킨 요정이 아닐까 싶은데, 이들이 어두운 곳을 찾아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고양이 자매가 도착할 다음 목적지에서도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이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유, 소복이 작가의 그림책 <사자마트>는 선입견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 절대 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자 씨의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한 것은 경솔하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사자 씨는 자신의 외모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밝고 신뢰 가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든지 활짝 웃는다든지 하는 서비스는 전혀 없다. 그저 사자 씨는 본래 하던 대로 마음씨가 드러나는 행동을 보여줄 뿐이다. 엉뚱한 소문이 퍼지는 억울한 상황이지만 화를 내지도 속상해하지도 않는다. 한결같이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빗질을 하고, 길고양이 밥을 챙겨준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를 기다리느니 첫인상을 깔끔하고 강렬하게 각인하면 어땠을까. 첫인상이 안 좋았던 사자마트에는 해가 지도록 손님이 한 명도 안 오는데 무작정 기다리기 만한 행동이 과연 옳은가. 사자 갈기를 정돈하고 친절과 상냥을 온 몸으로 말해주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타고난 외모는 바꿀 수 없어도 첫인상 정도는 스스로 바꿀 수 있지 않은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선입견은 미리 보거나 들은 것으로 생각이 고정되어, 다른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선입견을 가진다는 건 누구의 잘못일까? <사자마트>는 외모를 가꾸지 않는 사자 씨도,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도 지적하지 않는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주 오해를 한다. 중요한 것은 오해임을 인정하는 용기와 다시 잘 들여다보려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갖는 선입견이나 편견은 도드라지는 어느 한 면만을 바라보고 재단하는 것이다. 이것을 책에서는 무채색과 유채색 대비로 표현하고 있다. 인물들의 얼굴이나 신체는 색상이 없다. 다만 저마다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알록달록하게 보여준다. 개성이 드러나는 의상을 통해 그 사람을 바라보고, 성격 등을 짐작하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을, 나의 내면의 색이 감춰져 있듯, 모든 사람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사람도 그림책도 자세히 보아요. 자세히 보면 반갑고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 김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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