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열풍이다.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지방 성분이 많은 육류 섭취를 늘리는 방식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원리로 결과적으로는 살이 빠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육류뿐만 아니라 오일, 버터까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덕분에 우리집 식탁에도 고기반찬이 자주 오르고 있다. 그런데 고기 요리를 할 때마다 궁금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진 고기일까? 오로지 사람 입에 들어갈 목적으로 키워지는 동물은 과연 어떤 삶을 살까?’ 이 막연한 물음으로 출발한 책이 있다. 미국 워싱턴 출신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사진)이다.
육식은 과연 자연스러운 관습인가, 이 시대의 악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포어는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포어 작가는 발로 뛰며 보고 들은 내용들을 냉철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소나 돼지고기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가. 높은 수익만 생각하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동물들은 하나의 생산품으로 다뤄진다. 계란 생산용 닭은 이 신문지면 반쪽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고 알을 낳지 못하는 산란계 수평아리 2억 5000여만 마리는 매해 산 채로 폐기된다.
공장식 축산이 단순히 동물 학대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 한 마리의 배설물은 사람 16명이 동시에 배설하는 양과 같다. 미국의 대규모 농장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거름으로 자체 재활용할 수준을 넘기 때문에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폐기한다. 이렇게 쌓인 배설물은 도시 하수보다 160배 더 환경을 오염시킨다. 농장 동물들이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40%나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는 UN(국제연합) 발표자료도 있다. 책에서는 한 일꾼이 가축 배설물로 형성된 ‘인공 못’의 유독가스에 의식을 잃고 빠지는 사고를 당하는데 그를 구하려 뛰어든 친척들까지 함께 빠져 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공장식 대량 사육 방식이 결국은 인간을 늪에 빠뜨리고 가스에 중독시키는 현실을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 독감 등 우리의 먹을거리, 특히 육식 식단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빈번한 이유도 따로 있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 좁은 공간에서 짧은 평생을 스트레스 속에서 살다 죽는 공장식 축산업의 가축들은 면역력이 매우 약하다. 이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엄청난 항생제를 투여한다. 해마다 인간에게 쓰는 항생제는 1300톤이지만,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는 1만 1000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병원균은 늘어만 가고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바다 생태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형 어선의 쌍끌이 어업 결과 많은 어류가 멸종해가고 있다. 그물을 바닥까지 내려 끌고 다니는 트롤망 어업은 값이 나가는 고급어류만 건져 올린다. 전체 어획물에서 2% 이하밖에 차지하지 않는 목표 어획물을 얻기 위해 100여 종의 다른 어종을 함께 죽인 후 바다에 버린다. 인간이 지상과 해양의 모든 동물을 통째로 지배하고 ‘보다 많은 먹거리 생산’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의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고기를 먹으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고민이 든다. 하루아침에 비건(vegan: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돌아서기는 힘들다. 우리 입은 이미 고기 맛에 길들여졌고 우리 몸은 고기 단백질을 원하기 때문이다. 포어 작가 또한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느껴 채식을 하게 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우리가 마트에서 사오는 값싼 공장식 축산 고기가 정말로 저렴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식탁에 고기를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떠올리면 선뜻 고기반찬에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나 역시 오늘 저녁은 닭볶음탕 대신 두부구이를 요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