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정말 행복한가요?” 20년째 혼자 세계를 떠도는 여행자 쨍쨍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솔직하게 툭 던진 이 말이 그대로 제목이 됐다. '파이어(Fire)족' 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에 확산되기도 전, 26년 동안의 교직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20년째 학교 밖 여행을 이어가는 쨍쨍. 올해로 65세인 그가 홀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겪은 일화와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태도를 담은 에세이다.
네모난 지도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상을 교실에서 책으로 배운 우리에게 여행은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쨍쨍의 첫 해외여행은 인도였다. 낯선 냄새가 뒤섞인 골목,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소음 속에서 쨍쨍은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나는 왜 이제야 왔을까” 하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다. 그 짧은 감탄이 결국 직장을 내려놓게 만든 결정적 순간이었다.
늘 남의 눈치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쨍쨍은 자유라는 단어 그 이상으로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같지는 않다. 타지에서 여권을 도둑맞아 불법 입국자 신세로 갇혀 있거나, 입국심사에서 ‘다음 여행지는 안 정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가 반나절을 대기실에서 보내고, 경비 계산을 잘못해 기껏 도착한 여행지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때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이런 나를 내가 사랑해야지. 사랑한다, 쨍쨍!”이라며 훌훌 털어낸다.
여자 혼자 여행한다고 했을 때 늘 뒤따르는 질문이 외롭지 않느냐, 위험하지 않느냐이다. 쨍쨍 작가는 외로울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작은 실수로 일정을 망치는 일은 다반사다.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곧잘 나아가다가도 삐끗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만약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세계가 두렵다면, 쨍쨍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네팔, 스리랑카, 인도, 세네갈, 에티오피아, 모로코, 우루과이, 볼리비아…. 찾아다닌 나라는 약 74개국. 지금 이 순간에도 쨍쨍은 어딘가 발길 닿는 곳에 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쨍쨍식 세계지도를 그리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곳의 바람, 향기, 햇빛의 감촉, 사람 소리는 실제로 가봐야만 느낄 수 있다. 당장 집 현관을 나서서 발길 닿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다.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추억은 덤이다. 짜릿한 순간은 SNS에 남겨 기록한다. 멋있는 문장을 뽐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역사를 남긴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 사람만의 흔적은 값을 매기기가 힘들 만큼 가치가 있는데 쨍쨍은 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들 이야기가 흥미롭다. 쿠바에서 강도를 당해 여권과 돈, 소지품을 다 잃어버리고 이민국 사무실에 열다섯 시간 억류된 사연은 입을 틀어막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당시 쿠바와 한국은 비수교국이었다. 여권이 없으면 무조건 불법체류자가 되는 때였다.
또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선 비자 문제 때문에 대사관과 호텔, 경찰서 여러 곳을 전전한 일도 있었다.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다행히 압둘라라는 친구가 구원자처럼 나타났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 겁이 날만도 한데 쨍쨍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고, 언제나 그렇듯 방법은 늘 생긴다.
그럼에도 여행을, 새로운 도전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쨍쨍은 “서툴어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떠나기 망설여질 때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다. 삶도 마찬가지로 끝없이 어두운 터널이 이어진 듯해도 언젠가는 나아진다. 잘하려는 욕구를 버리고 그냥 해보면 그만이다. 남이 나보다 더 나아 보인다고 따라 하려 하지 말고, 편한 대로.
모두 선하고 친절했다. 그래서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지금의 당신처럼, 내가 난관에 부딪혀 있으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니까. 아버지, 사람 좋아하는 내게 살아생전 “자야, 니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데이” 하셨죠. 나는 그 말을 자꾸만 자꾸만 까묵습니다. 아부지요, 하지만 저래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아부지. - p.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