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칠드런스 디스커버리 센터
유아들에게 제격인 하와이 칠드런스 디스커버리 센터 (Hawaii Children's Discovery Center)
미국에 가면 막연히 우리나라 것보다 좋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사대주의일까? 하물며 내 어린 시절 동화의 나라 디즈니랜드도 이젠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시시하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와이는 분명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아일랜드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아이들의 놀이터를 생각해 보면 그리 으리 뻑적지근하지는 않다.
우리는 수요일에 하와이에 도착했고 신토불이 사나이의 학원 수업은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이었다. 미리 짜 놓은 계획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차 적응도 하고 주변 환경을 익히는 것이지만 그건 불혹의 엄마에게나 해당될 사항이지 아이들은 그곳이 어디든 눈만 뜨면 뛰어나가 놀아야 했다. 드디어 아빠가 없는 첫 주말을 맞이한 것이다.
아직 운전이 어리버리하던 시기라서 가깝고 이동하기 편한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하와이 어린이들의 키자니아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안 칠드런스 디스커버리 센터"가 근처에 있었다. 감사하게도 일요일에 문을 열어 주시고 주차도 쉽고 바로 옆에 공원도 있어서 아이들 놀기에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우와~”하고 뛰어 들어간다. 일단 성공이다! 입구에서부터 어린 아가들도 놀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았다. 제일 먼저 찾아 들어간 곳은 Tot Spot (어린아이를 위한 장소)이라는 코너였다. 이 곳은 어린아이들도 이것저것 만지고 놀 수 있도록 마련 해 놓은 곳인데 언니 오빠들을 따라온 아가들이 여기서 뒹굴뒹굴 놀면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앞치마를 두른 선생님이 생글생글 웃으며 상주하고 계시고 혹시라도 아이들이 불편한 것은 없는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계속 지켜보며 보호해 주신다. 웃는 얼굴이 어찌나 예쁘신지 인상적이었다.
뒤 이어서 아이들이 향한 곳은 Fantastic You였다. “Fantastic You (멋진 너)”로 뭘 보여 주려나 했더니 우리 인체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들이 우리 몸을 몸으로 배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몸속에 들어가 보고 만지고 올라타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의 내장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고 구강 안에 들어가 어금니에 앉아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시끄럽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으니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방방 뛰어다녔던 것 같다. 이렇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과 장으로 들어가서 응가가 되어 나오는 체험을 했다. 엄마가 응가가 되어 나오다니!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Your Town에서는 말 그대로 우리 동네를 재현해 놓았다. 아이들은 마트에선 장도 보고, 소방서에서는 소방관 옷도 입고, 극장에선 무대에 서서 노래도 불러보고, 방송국에선 아나운서가 되어 보기도 한다. 성격 좋은 우리 아이들은 마트에서 다른 아이들과 벌써 인사를 나누고 경찰서와 병원을 오며 가며 함께 어울린다. 소방서에서는 소방관 옷 하나로 약간의 신경전도 생겼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머리카락 색, 눈동자 색과 관계없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느 엄마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저 알아서 해결하기를 지켜본다. 나 역시 저 노란 머리의 동생에게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말하며 넘어갈지 구경하기로 했다.
Hawaiian Rainbow코너는 하와이안의 역사와 아픔을 보여준다. 옛날 플랜테이션 시절부터 지금 하와이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아름다운 해변 너머 아픔을 느끼고 다소 경건해지기까지 했다. 이곳에서 나는 우리 조상들도 이곳에서 죽어라 일해서 번 돈을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나는 확장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아직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재미있게 정리해서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당장은 자투리 이야기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나중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큰 불씨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2층에 위치한 Your Rainbow World라는 곳을 들렸다. 이 곳은 여러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하와이이다 보니 각지의 전통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드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한국관을 찾아 뛰어나셨다. 한국관에서 발견한 장구! 유치원에서 나름 장구 좀 배우신 분이라 반갑게 두드려 보니 구경하던 다른 여행객들이 신기한 듯 지켜본다. 아들 좀 멋있다! 역시 영어 하는 곳에 오니 영어 말고 다른 것이 튀는구나.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목에 아이들의 교실이 보였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섬머 캠프 아이들의 그림, 만들기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기 전에 이곳에서 아이들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늦게 알아서 접수를 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아이들 캠프와 스카우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하와이에서 한 달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미리 접수를 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 교실을 보니 더욱 아쉬웠다. 계속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말을 건넨다. 또 무슨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분께 우리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웃으며 자기가 캠프 선생님이란다. 용감한 엄마 또 막 드리댄다.
“제가 여름 캠프에 관심이 있는데요, 자리가 있나요?”
“한국에서 이메일을 드렸는데 그때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I am interested in the summer camp for my daughter. Is there availabilty now?"
Before leaving for the States, I emailed your staff to ask availability but he said no."
선생님이 정말 친절하시다. 이 분 말씀으로는 일단 부모님들이 등록한다고 말을 해 놓고 여행 일정 변경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메일만 써 놓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계속 전화를 해서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다. 일단 지금은 일요일이라서 캠프에 빈자리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남겨 놓으면 월요일에 답변을 주겠다고 하신다. 아, 감사하여라. 잠시나마 좀 행복했었다. 노란 메리야스를 캠프에 보낼 수 있게 돼서가 아니라 외지에서 타인의 친절함을 맛본다는 것이 기뻤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이곳에서 완전 이방인이 아니라 뭔가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였는지 캠프 말고도 다른 수업이 있다고 알려주신다. 아, 그래 모든지 나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인터넷을 뒤져봐야 잘 아는 한 사람과 잠깐의 대화를 넘어설 수가 없구나.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수요일마다 art 수업이 있고, 선생님이 책 읽어주시는 story telling수업도 있다면서 관심 있으면 그거라도 들어보라는 거다. 오우~ 좋다. 신토불이 사나이가 학원에 간 사이에 노란 메리야스가 뭐라도 해 줘야 할 것 같았는데 구경 왔다가 귀한 경험을 했다. 선생님 이름도 알았고, 연락받을 일도 생겼고, 또 아이들이 엄마와 선생님의 대화를 보며 좀 신기해했다. ‘맞다,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라고 했었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
[이 곳에서 선생님과 스토리텔링 수업이 있다. ]
혹시라도 우리 남매와 같은 눈빛으로 이 글을 읽으실 어뭉들이 계실까 봐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 “역시 엄마가 영어가 되니깐 그런 정보도 알고 좋네요, 저는 영어를 못해서...” 이런 말들을 많이들 하신다. 그러나 전 세계 엄마들, 선생님들도 겪어보면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언어와 상관없이 열정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겸손한 사람을 가까이 두려고 한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두려움을 버리고 친구를 찾아보자. 아이도 아이지만 엄마에게도 벗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관계를 통해서 영어도 엄청나게 성장하게 되어 있으니 움츠려들지 말자.
하와이 칠드런스 디스커버리센터에 대한 사견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라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아요.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쉬엄쉬엄 놀기에도 쾌적하고 중간중간에 만들기 수업도 있기 때문에 따로 돈을 내지 않고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볼 경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Fireworks(불꽃놀이)를 표현하는 Flying Explosions 코너에서 만들기를 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만드는 행위보다도 옆에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지를 보고 또 같이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잖아요. 가위나 풀을 서로 나눠서 써보기도 하고 약간의 영어만 좀 첨가해 주면 분위기가 확 살아납니다. 외국 아이라고 너무 예쁘다고만 하지 말고 “Good Job!" "You did very well."등 칭찬으로 범벅을 해주세요. 전 세계 어느 아이든, 부모든지 간에 칭찬 싫어라 하는 사람 없어요. 엄마가 너무 주책일까 봐 걱정이라고요? 저도 원래 굉장히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입니다만, 아이들 데리고 여행하며 얌전이 밥을 먹여 준 적은 없어도 주책이 밥을 먹여 준 적은 많아요. 엄마의 주책은 흉이 아니라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빠라면 이 곳에 오는 길에 엄마를 워드센터(Ward Center)나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에 내려주고 몇 시간 홀로 쇼핑의 시간을 허락한 후 아이와 올 것 같아요. 아이가 놀기에 안전하고 직원들이 친절하기 때문에 아빠 혼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돌볼 수 있거든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려 있는 엄마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한다면 향후 몇 년은 살기 편해질 것이며 대내외적으로 이 아빠의 센스는 회자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와이 일정이 일주일 미만이거나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된다면 디스커버리 센터는 패스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시시해~” 하며 스마트폰을 달라고 조를 수도 있거든요.
캠프에 대한 내용은 가기 전에 가장 최신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얻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