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필수 코스 , 와이키키 트롤리!
아이들의 필수 코스, 와이키키 트롤리!
스스로 택시 드라이버를 운운하는 건방진 엄마를 둔 아이들도 하와이에 도착하니 길에 다니는 트롤리를 반드시 타셔야겠다고 한다. 돈 주고 차도 렌트했는데 그냥 좀 다녔으면 좋겠구먼 아이들 눈에는 트롤리가 에버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로 보이는지 될 때까지 계속 조른다. “엄마우리저거언제타요엄마우리저거언제타요엄마~”
그래, 타자! 그까이꺼, 트롤리!
가능하면 뭐든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하와이에서 내 공약 아니었더냐!
우선 차를 몰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까지 갔다. 와이키키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답게 드넓은 주차장을 자랑하는 곳이다. 게다가 무료다. 나 같이 주차비 한 푼에도 연연하는 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이며 주차가 어려우신 초보 운전자도 어렵지 않게 주차가 가능하다. 고만고만한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외출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에 나처럼 주차비 혐오증 환자들은 뭔들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엄마의 이런 지병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안다 한들 엄마를 위해서 후다닥 움직여주지 않으니 내 맘 편하려면 스스로 알아서 세팅을 해 놓아야 한다.
[출처: 와이키키 트롤리 홈페이지]
하와이는 여행자를 위해서 몇 가지 색깔의 트롤리를 운행하는데 핑크라인은 쇼핑, 레드 라인은 역사문화, 그린 라인은 오션 코스트, 블루라인은 파노라마 해안선을 도는 루트이다. 차를 렌트한 경우에 다른 노선들은 탈 필요가 없고 주차가 힘든 와이키키는 핑크 트롤리를 타고 도는 것이 나와 같은 환우들에게 꼭 권장해 주고 싶다. 티켓은 편도 2달러로 애고 어른이고 똑같다. 그렇다면 우리 셋은 2불씩 3명 그리고 왕복이 되니깐 12불이 되는데 그 가격도 괜찮지만 한국에서 JCB 카드를 만들어 가면 카드 한 장에 4인(어른 2, 아이 2)이 무료로 핑크 트롤리를 탈 수 있다. 전월 실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빡에 카드를 딱 붙이고 트롤리에 올라타며 "Family”라고 말하면 끝이다. 그러니 일단 트롤리를 탈지 안 탈지 몰라도 하와이를 계획하는 부모라면 일단 JCB 카드 한 장쯤은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핑크라인 트롤리라도 앞에 JCB라고 쓰여 있는 트롤리만 무료로 운행된다는 것이다. 영어는 알파벳 J.C.B만 알면 되니 얼마나 마음 편한 여행길인가. 쿨하게 2불 내실 분들은 아무 핑크 트롤리를 타시면 된다.
[정말 마빡에 카드 붙이고 타시는 분은 저의 독자님이십니다. 서로 인사 나누세요. ㅋㅋㅋ]
술도 못 마시고 낙이라고는 커피뿐인 내가 모닝커피 한잔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커피 한 잔을 겨우겨우 테이크 아웃했다. 트롤리에 올라 타 상쾌한 하와이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코나 커피를 홀짝일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멋 들어졌다. 그런데 된장, 트롤리 앞에서 바로 뺀찌다. 트롤리에 음료를 갖고 탈 수 없단다. 트롤리 기사 아저씨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여유 있게 걸어 나오는 나를 아주 묘한 눈빛으로 주시하더니 이 아줌마가 서슴없이 트롤리에 올라타자 바로 “Nope! No Drinks!”하신다. 난 또 너무 빤히 보시길래 내가 하와이에서 어필하는 외모인가 했다. 커피 때문에 안 태워 준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원샷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피 같은 커피를 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 대신 입천장이 홀랑 벗겨지는 편을 선택했다.
트롤리에 탑승하니 우리 어린이들은 진정 사파리 버스를 탔을 때와 같은 반응들을 보이신다. 아이들은 어느 쪽에 앉아야 사자가 달려들지 궁리하며 우왕좌왕하고 불혹의 엄마는 어느 쪽에 앉아야 기미를 좀 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은 지글지글 베이컨 익는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나의 기미는 어쩔 테냐? 너희들이 나중에 엄마 IPL이라도 해 줄 거냐? 맞다, 내가 트롤리를 타고 싶어서 타는 게 아니지 너희들이 원하니깐 타 주기로 한 거였지. 매 순간 나의 욕구와 아이들의 바람이 상충되지만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베이컨이 되기로 했다.
트롤리를 굳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타라고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주차도 맘 편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이 종점이기 때문에 무조건 자리가 있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출발한 트롤리는 와이키키를 달리며 중간중간 유명 호텔 앞에 정류하게 되는데 그곳에 긴 줄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미 타고 있는 우리 같은 승객들 때문에 중간 정류장에서는 자리가 많지 않다. 그러면 다음 트롤리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른들끼리라면 좀 더 기다려도 되고, 트롤리를 안 타고 걸어도 좋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건 해 본 사람은 다 아는 안비밀! 트롤리 타고 동네 한 바퀴 돌려고 나왔다가 트롤리 타기 전에 벌써 버럭 하는 일이 발생한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출발한 트롤리는 금세 DFS 갤러리아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많은 인원이 우르르 하차하신다. 이러면 왠지 불안하다. 모두 내리니 왠지 우리도 내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면 트롤리는 다시 출발하고 가던 길을 가게 된다.
"Trolleys arrive every 10 minutes – allow 1 hour to ride it as a circle tour."라는 안내가 있다.
(10분 단위로 운행되고 순환버스로서 1시간까지 탈 수 있다)
엄마 마음은 DFS에서 면세점 쇼핑이라도 하고 싶지만 하와이 면세점이 그리 핫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안삼아 눈 찔끔 감고 참는다. 나는 오늘 베이컨이니깐.
트롤리가 달려 "DUKE KAHANAMOKU STATUS" 정류장에 도착하면 유독 사람들이 많은 해변이 보인다. 바로 그곳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와이키키 해변이다. 자! 와이키키의 바람과 햇살을 맘껏 느끼며 산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너희들이 즐거우니 베이컨도 신이 난다. 그런데 시작도 전에 아이들이 발견한 것이 있으니 아뿔싸 그것은 바로 ‘Honolulu Cookie’ 과자점이다. 냥이가 생선 가게 앞을 어찌 그냥 지나가리오. 다른 때 같으면 식사 전 간식이라고 잔소리를 했을 법도 한데 이 쿠키가 어린이 여러분들의 씩씩한 걸음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일단 쿠키 쇼핑부터 하기로 했다. 우리는 쿠키를 한 아름 안고, 시식으로 왕창 때려 먹고, 정수기에 있는 물까지 깨알같이 챙겨 드시고는 걷기 시작했다. 트롤리 타기 전에 원샷한 커피가 눈에 아른거렸다.
아이들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은 붙잡아 앉혀 놓고 이야기할 때 보다 걸으며 이야기를 할 때 쉽게 마음속 깊은 곳을 보여준다. 고마웠던 일, 서운했던 일, 억울했던 일들을 술술 풀어낸다. 엄마이기 때문에 참았다고 생각했던 그 사건이 알고 보면 자식이기에 엄마를 용서했던 일로 드러나기도 한다. 눈치 빠르고 애교 많은 여동생을 무념무상 바라보기만 하는 줄 알았던 아이의 마음속에 서운함과 경쟁심도 만져진다. 그 순간 내 가슴은 찡해졌다가 먹먹해졌다가 다시 벅차오른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며 걸었다.
로열 하와이안센터에 도착하니 정원에서 훌라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부끄럽다고 난리다. 왜 옷을 저렇게 입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냐며 웃음이 터졌다. 나 역시 아들과의 대화 속에 있었던 행간 읽기를 잠시 쉬며 즐겨 보기로 했다. 주차에 대한 조바심이 없으니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구경하고 점심 먹을 식당을 고르기 위해서 배회했다. 다음번에는 로열 하와이안 센터에서 무료로 가르쳐 주는 우쿨렐레, 훌라춤, 레이 만들기 수업에 참가해야겠다. 물론 영어로 진행되겠지만 아이들의 영어가 걱정되지는 않는다.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하와이는 여행자가 갑인 도시이다(그렇다고 갑질을 하라는 소리가 아니라요). 그러니 영어를 못해도 의기소침해질 필요 없다. 아이들의 비행기표 삯에 영어학원비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두 분을 자꾸 벌판에 버려 드려야 한다. 그래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꺼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외국어가 별거 아님을 빨리 깨우치게 해 주는 것이 나의 몫일 것이다.
사실 트롤리를 타면 숙제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트롤리를 타고 돌다 보니 이젠 이층 버스가 보이는 거다. 그때부터 우리 어린이들은 곡명을 바꿔서 돌림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우리이층버스는언제타요엄마우리이층버스는언제타요~”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일타쌍피, 하는 김에 다 하고 가자. 나는 DFS 갤러리아에 트롤리가 정차했을 때 직원에게 이층 버스 스케줄을 미리 물어봤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맞춰서 DFS 갤러리아로 돌아와 핑크라인 이층 버스를 타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로 귀환했다. 그렇게 트롤리와 이층 버스를 일타쌍피로 미션 클리어가 가능했다. 그리고 달달한 쿠키에 목이 메인 베이컨은 결국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Island Vintage Coffee)에서 소원풀이 한 잔을 했다. 커피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Cheers!”
저의 루트가 맘에 드실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계시다면 그 분들을 위해서 정리해 드립니다.
Ala Moana Ceneter (ocean side) 탑승 -------> T Galleria Hawaii 더블데커 트롤리 스케줄 체크 -------> Duke Kahanamoku Status 하차 -------도보 이동-------> 로열 하와이안 센터에서 식사 후 구경 --------> T Galleria Hawaii에서 더블 데커 트롤리 탑승 ------------> Ala Moana Ceneter 하차 -----------> 차량 픽업 후 다른 곳으로 이동
#엄마의 영어
"이층 버스는 얼마나 자주 운행되나요?"
" How often do the double deckers run?"
또, 혹시 트롤리 가이드 필요하신 분이 계실지 몰라 파일 첨부했습니다.
제 글들이 책이 아니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런 건 공유할 수 있어서 좋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