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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May 26. 2017

세계 최고 인천공항에서 공항 놀이 ③

아이들과 즐겁게 기다리기 

세계 최고 인천공항에서 공항 놀이!


인천공항에 너무 일찍 와 버렸다. 혹시라도 아이들과 짐 들고뛰게 될까 봐 여유 있게 온 다는 것이 너무 일찍 온 것이다. 그래, 이렇게 된 김에 세계 1등 인천공항을 구석구석 구경이나  해 보자. 일단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가서 짐을 보내고 탑승권을 받고 몸을 가볍게 한 후 공항 놀이를 시작했다. 



요즘엔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해 주는 공항 무료 서비스들이 많기도 하다. 그런 것도 똑똑하고 부지런해야 챙겨 먹는데 이 시기에 가장 핫했던 카드는 단연 크로스 마일리지(크마) 카드였다. 이 카드 한 장이면 공항 곳곳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많으면 뭐하나 오직 한식 사랑이신 분들과 함께하니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2층 한식당 ‘하늘’에 가서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세트메뉴를 시키고 공깃밥을 추가했다(현재 ‘하늘’은 서비스 제외). 식사 전에 “우린 크마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만 하면 서비스가 가능한 카드인지 확인하고 주문을 받는다. 아이 둘과 엄마가 이렇게 공깃밥 값 천 원만 내고 식사를 해결하니 어찌나 기특한 카드인지. 엄마는 숟가락을 드는 아들에게 비장하게 한 마디 날린다. 


"아들아, 우리 당분간 된장찌개 못 먹을 수 있으니깐 많이 먹어둬!" 



누가 들었으면 ‘애가 무슨 낙타도 아니고 뭐 저런 무식한 말을 하냐...’ 하겠지만 이분 취향이 그렇다. 돈가스,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이런 건 정말이지 사 주고도 돈이 아깝다. 찔끔 먹고는 배부르다고 내려놓는다. 그러면 결국 남은 건 누구 몫인가?  방학을 하면 나는 삼시 세 끼를 한식으로 해 바치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개학식 아침, 나는 집 앞 맥도널드로 달려 나가 스프라이트와 1955 햄버거를 시켜놓고 미친 듯이 해갈을 한다. 이런 독특한 엄마와 신토불이 아이들이 하와이를 가고 있다. 그러니 인천공항 한식당 ‘하늘’에서의 된장찌개가 아들에게는 이번 여행 최고의 만찬이 될지도 모른다. 




공짜 밥 is 뭔들.(Feat. 크마)





공항은 언제나 붐빈다.  최근에는 자동출입국심사가 생겨서 줄이 좀 짧아질 만도 한데 그래도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긴 어지간히 많은가 보다. 애들을 데리고 출국하는 사람들은 짐도 많지만 아이 때문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라는 게 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움직여도 참 빠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출입국심사는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들에게 제격인 시스템인데 정작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자는 이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현재는 만 7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은 사전 등록 가능). 그래서 결국 아이 둘을 데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기다려서 출국심사를 통과했다.  




오! 드디어 나의 사랑 면세점이다. 



 (출처: 인천국제공항 브로셔) 핑크 박스가 키즈존 


(출처: 인천국제공항 브로셔) 핑크박스가 키즈존




면세점에 들어가면 누이귀똥(Louis Vuitton)도 있고, 채널(Channel)도 있고, 구씨(Gucci)도 있는데 우린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키즈존을 찾아 나섰다. 우와우와! 사실 별것도 없는데 아이들은 완전 신났다. 키즈존 중에 면세구역과 라운지 근처는 간단하게 미끄럼틀 정도만 있고 탑승동은 새로 생겨서 훨씬 좋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키즈존에서 노는 것을 보니 사실 그곳에 어떤 놀잇감이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에만 있어도 전 세계 어린이들을 다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잠깐이나마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별하며 서운해하기도 했다. 모든 키즈존을 투어 하면서 운동도 되고 오고 가는 길에 간식도 사 먹고 공항을 마치 백화점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엄마, 저 브라질 월드컵 공 갖고 싶어요.” 



그러고 보면 신토불이 사나이의 물욕(物慾)이란 오직 공뿐인 것 같다. 워낙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없는 아이라서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진다. 아이는 눈을 껌뻑이며 그 앞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스포츠 브랜드 '어디다써'에서 프로모션으로 면세점 한복판에 좌판을 벌였다. 축구공을 차서 그 공이 트랙을 따라서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바로 그 브라질 월드컵 공을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이거 파는 거 아니야. 필요하면 엄마가 하와이 가서 사 줄게.”  


시간은 7시 35분을 가리켰다. 아이는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때 직원이 나에게 다가와 살짝 귀에 대고 이야기를 건넸다. 


“어머니, 아이를 보니 제가 마음이 너무 약해져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저희가 7시 40분에 이 부스를 철수해야 하거든요. 얼른 면세점에 가셔서 100불 이상 사신 영수증 가져오시면 아이가 공을 차서 성공한 걸로 해 드릴게요” 


솔직히 이 아이의 눈을 봤다면 나라도 그냥 지나치지는 못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5분 안에 100불짜리를 갑자기 어떻게 산단 말이냐. 100불이면 저 공을 몇 개를 살 텐데 나는 이게 맞는 계산인지 고민스러웠다. 반면에 아이의 마음은 조급해져 갔다. 5분 안에 저 공이 과연 내 손안에 들어오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는데 엄마는 계속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나름 답답했던 것이다. 시간이 다 되어도 어쩌지 못하자 이번엔 또 다른 직원이 쓱 속삭이며 지나간다.


 “어머니, 시간이 없어요. 아무거나 사시고 환불하세요.” 



히야. 신토불이 사나이, 너는 정말 복도 많다. 너의 해맑은 눈망울에 여러 명이 지금 룰을 어기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다. 어쨌든 그 두 분의 노고로 하와이 가는 길이 상큼하게 시작되었다. 아이는 걸으면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찌그러진 축구공을 붙들고 있었고 만나는 모든 아이들의 부러움 가득 찬 눈빛을 받았다. 이제 밖은 깜깜해졌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노란 머리, 까만 머리, 터번 두른 아저씨들을 구경하며 그렇게 밤 9시 50분까지 공항을 즐겼다. 탑승 싸인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빠는 뭐할까? 갑자기 남편이 있는 세계와 우리가 있는 세계가 분리가 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빠는 퇴근하고 테니스 치러 가셨겠지? 아이들은 마치 아빠를 내일이라도 볼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 논다. 아이들은 정말 괜찮은 걸까? 활주로에 불이 켜지고 탑승이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남편 목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이미 지치고 피곤했고 집에 가고 싶어 졌다. 그런데 내가 하와이에 왜 가는 거지?  




공을 주신 여러 분들의 노고 덕분에 여행의 시작이 상콤했노라. 전하고 싶다. 



 





인천공항에 키즈존 정리

3층 면세구역:  동편(10번, 15번 gate) 서편(40번, 45번 gate) 

4층 환승라운지: 동편(대한항공 라운지 앞) 서편(아시아나 라운지 앞)

탑승동 : 3층 동편(113번 gate) 서편(119번 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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