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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May 26. 2017

9시간 비행 끝! 알로하 하와이 ④

아이들과의 비행은 다르다

9시간 비행 끝알로하하와이!


인천공항에서 밤 9시 50분 이륙, 평소 같으면 아이들은 이미 잠이 들었고, 나는 빨래를 개면서 TV를 보거나 남편하고 하루를 얘기할 가장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그런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이 그리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집 대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쓰나미처럼 밀려올 줄 누가 알았을까? 아이들은 첫 번째 기내식을 대충 먹고 자정이 되어서야 아주 어렵게 잠이 들었고 그때 돼서야 아침부터 동동거리며 뛰어다녔던 내 육신이 이제는 나를 좀 봐 달라며 하나씩 신호를 보내왔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엄마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다가 실수를 하면 다시 되돌리는 일도 엄마 몫이 되고 덩달아 아이들도 고생이다.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정신줄을 꼭 잡고 있어야 한다. 하루 온종일 마신 커피 때문인지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차갑고 깜깜한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갑자기 나의 20년 지기 선배가 떠올랐다. 아이를 혼자서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그분을 통해서 봐왔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에 내가 처하니 이건 몸이 아파서 힘들거나 돈이 부족해서 어려운 것 이상의 막막함이 괴롭게 했다. 나는 이제 싱글맘처럼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내고 있었을까 그토록 담담하게... ’ 그녀를 그려봤다. 그리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생각을 할 틈도 과한 욕심인 것인가,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지만 터뷸런스는 여전히 무섭다. 그러나 무서워도 무섭다고 표현할 수 없다. 홀로 여행하던 시절과는 완전 다른 상황이다. 그때는 순서대로 주는 기내식 먹고 커피 마시고 불 꺼주면 자고 또 일어나 먹는 행복한 ‘사육’을 당하며 착륙했는데 엄마가 돼서는 아이들을 먹이고, 놀리고, 재워야 하는 ‘사육사’가 되어 있다. 벨트 사인이 꺼져야 하는데 여전히 켜져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푹 잠이 들었다. 



터뷸런스는 정말 두려운 것일까? 내가 얼마나 두려웠으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기장님께 터뷸런스 때문에 비행기 타는 게 두렵다고 징징거렸을까. 그러자 그분은 너무나 명쾌하게 “버스를 타도 덜컹거리는데 그건 안 무섭냐?”라고 반문하셨다. 그건 땅 위에서 얘기고 공중에서 덜컹거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미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1년에 30~60명이 터뷸런스로 부상을 입는데 그중 대부분이 서비스 중이거나 벨트를 매지 않은 승무원들이라는 것이다. 일 년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인구를 생각하면 그렇게 걱정할 수준의 숫자가 아니다. 또한 터뷸런스가 생기는 이유 중에 제트기류가 있는데 제트기류를 타는 경우에는 연료를 아낄 수 있으니 비행기가 흔들릴 때는 좀 저렴하게 가는 구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알고 보면 그렇게 무서울 것도 아니건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엄마의 마음은 항상 걱정이 앞선다. 좀 더 대담해지자. 




(자다가 깨어보니 신토불이 사나이는 홀로 비빔밥을 받아서 비벼 먹고 계셨다. 키즈밀은 질겁하시는 키즈)

"맛있냐?" 물으니 고개만 끄덕끄덕




정확하게 9시간을 날아서 비행기는 호놀룰루공항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와이는 작은 스머프 마을처럼 정겨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아이들은 뛰었다. 그렇지 너희들은 좀 뛰어야 정상이지. 뛸 힘이 있다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9시간을 날아서 왔건만 입국심사까지 걷는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선명하고 따뜻해 보였다. 배웅을 나온 항공사 직원들의 얼굴에 수수한 미소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야자나무들이 우리를 향해 반갑다며 손짓하는 것 같다. 여러모로 행복하다. 아이들은 잘도 걸어간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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