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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Jul 23. 2017

하와이 단벌 아줌마 탈출기 ㉜

엄마의 쇼핑은 사랑입니다!

쇼핑에 대한 저마다의 주관이 있겠으나 ‘엄마의 쇼핑’은 일반적인 소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굳이 강조하고 싶다. 누군가는 실소를 보내며 그래 봤자 ‘돈 쓰는 거 아니냐?’라고 하겠으나 그래도 '이타적 소비'라고 우기고 싶다. 처음 하와이 한 달 살이를 계획했을 때에는 하와이에 가면 뭔가 굉장한 물건들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을 줄 알았다.  어디선가 하와이에는 세금도 없다, 아웃렛이 많다, 등등 주워 들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금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보다 4~5% 저렴하다는 것이니 나처럼 비싼 물건을 그냥 주워 올 것이라는 기대는 집에 두고 떠나도록 하자.  


정복하기 힘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앞서 짐 싸는 이야기에서 언급했지만 한 달 살림을 수트케이스 하나에 때려 넣고 왔더니 정작 내가 입을 옷이 없었다. 매일 빨아서 드라이어에 돌리지만 나에게도 나름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하와이 단벌아줌마가 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부푼 꿈을 안고 두 똥강아지들과 함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로 향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끝이 안 날 것 같은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가 집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와이 상륙 5일 만이었다. 메이시스(Macy’s), 노드 스트롬(Nordstrom), 니만 마커스(Niman Marcus),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백화점과 일본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로키야(Shirokiya)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쇼핑에 한 맺힌 자,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길을 잃어라. 

 



“우와----- 우와-----” 


애들이 왜 이렇게 촌티를 내는지 넓은 쇼핑몰을 보더니 강아치처럼 뛰어댄다(뭐, 늘 그렇긴 하다). 이럴 때는 딱 말라무트 새끼들 같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나야말로 그렇게 뛰고 싶었다. 쇼핑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없던 힘도 솟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 셋은 한껏 둥실둥실 새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장했다. 대문에서 10미터쯤 갔을까? 아니다 한 열 발자국 갔나 보다. 갑자기 신토불이 사나이가 이멀전씨를 외쳤다. 




아주아주 급하다고 한다. 엄마라면 누구나 겪어보는 이 기분 아실랑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식당에 들어가 겨우 밥 한 숟가락 뜨려는 순간, 아이 입에서 새어 나오는 “엄마, 나 덩 마려~”.  심정적으로는 숟가락이 날라 간다. 나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를 그렇게 체크인했다. 그때부터 한 분은 "급해, 급해", 또 한 분은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쫑알" 유체이탈하려는 정신을 붙잡고 뛰어야 했다. 그냥 뛰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고 뛰면서 눈알을 사방 군데 굴려 'Restrooms'라는 사인을 찾았다. 급하신 분이 화장실로 사라지고 나서야 익숙한 브랜드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에 가면 샤넬도 있고, 에르메스도 있고, 루이비통도 있고, 구찌도 있고... "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하와이에서 입을 옷으로 명품 브랜드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하와이에 왔으니깐 구경이나 좀 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랄까. 그런데 덩 싸고 나오신 분이 갑자기 또 사라지셨다. 어렵다 어려워. 하와이 단벌인 엄마는 티셔츠 한 장이 아쉬운 판인데 아이들은 도통 배려라는 게 없다. 신토불이 사나이는 그 순간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계신 곳에 혼자 낑겨 앉아 있었다. 기가 막혔다. 하와이 단벌 아줌마 탈출하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알라모아나 센터 중앙에 위치한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아이들은 기다렸다가 공연을 보고 가겠다고 버텼다.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데... 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옷 좀 보고 시작할 때 다시 오자고 떼를 썼다. 팽팽한 기운도 잠시, 하와이에 오면서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기로 다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착하게도 그냥 애들 옆을 지켜주기로 했다(하와이 상륙 5일째라고 이미 밝혔다. 5일째까지는 포기하지 않았었다). 하긴 말라무트 두 마리를 쇼핑센터에 데리고 온 사람은 없었다. 쇼핑몰은 사치였다. 그렇게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의 문턱은 말도 안 되게 높았다. 



공연을 본 후에는 또 배가 고프시단다. 무수리에게 틈을 주지 않으시는 상전들이시다. 우리는 1층 마카이 마켓 푸드 코트 (Makai Market Food Court)로 향했다. 셋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시계를 보니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허무했다. 그리고 그날도 세탁기와 드라이어를 위아래로 돌려댔다. 다 지나고 보니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그렇게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정신 사나운 신고식을 마친 후, 두 분을 모시고 쇼핑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을 학원에 내려주고 홀로 재빨리 나와 급한 물건들을 샀다. 서로를 위해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과 티제이 맥스(TJ Max)"


[출처: 구글맵]


첫 쇼핑은 급했고, 잘 알지 못한 상태로 마쳤으나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하기 위해서 나는 점점 진화했다. 특히 워드 스트리트(Ward st.)를 좋아했는데 와이키키처럼 붐비지 않고, 주차도 쉽고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그곳에 노드 스트롬 랙(Nordstrom Rack)과 티제이 맥스(T.J.Maxx)가 있다. 이곳이 나의 보물상자였다. rack이라는 것이 “걸이, 선반”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백화점 매대에서 물건을 찾듯이 노드스트롬 백화점 매대 매장이라고 보면 된다. 사이즈만 맞다면 괜찮은 브랜드의 물건들을 건질 수 있었다. 티제이맥스도 노드스트롬 랙과 비슷한 컨셉인데 훨씬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구경하기 좋았다. 두 곳이 주차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아이들 물건도 많으니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아이들과 따로 또 같이 쇼핑하는 것이 가능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이 두 곳에도 맹점이 있는데 한 번 월척을 건져보면 출근 도장을 찍게 된다는 것이다.


안 가면 섭섭하지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 


이 세상에 태어나서 배우지 않고도 잘 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엄마들의 글로벌한 핫딜 사냥이 아닐까 싶다. 하와이에 왔으니 나도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곳에 가봐야 했다. 공부할 때는 이렇게 치밀하지 않았던 나인데 쇼핑할 계획이 서면 우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는 길, 매장 위치, 쿠폰들을 확인한다. 물론 무작정 가서 본능적으로 쇼핑을 해도 잘할 수 있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매장들이 있고 두 아이들은 협조를 잘 안 하는 관계로 출발 전에 필요한 브랜드를 지도에 표시를 해 두었다. 




이 곳에서 주된 타겟은 남편의 셔츠였다. 옷에 신경 쓰는 시간을 어찌나 아까워하는지 남편은 와이셔츠(dress shirt)를 몇 년에 한 번 왕창 사서 쟁이고 다음 몇 년간 그것들을 교복처럼 돌려 입는다. 다행히 그가 사랑하는 ‘브룩스 브라더스 (Brooks Brothers)’의 팩토리 아웃렛(Factory Outlet)이 와이켈레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전면을 다 채운 와이셔츠 중에서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남편의 사이즈를 직원에게 내 밀면 남편의 몇 년치 생필품 쇼핑이 끝난다. 쇼핑 참 쉽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은 단연 폴로(Polo Ralph lauren)와 코치(COACH) 매장이었다. 폴로는 매장은 넓고 물건도 많지만 너무 붐벼서 아이들과 오래 있지 못했다. 직구와 비교해 봤을 때 메리트가 없었고 매장만 넓지 도대체 뭘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코치는 그날도 폭탄 세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쇼핑 품목에 있지 않은 관계로 허벅지를 찌르며 참아야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오시코시(Oshkosh), 갭(Gap)에 들려서 몇 가지 저렴한 옷들을 담았고 투미(TUMI)에 들려서 남편을 위한 가방을 하나 샀다.  


결국, 엄마의 쇼핑은 제 값 다 주고 사는 구매가 아니다. 아이 엄마라고 너무 저렴하게 하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나의 쇼핑이 결국 아이들에게 기회비용이 된다는 것은 알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서 소비하되 효율적으로 임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러니 엄마가 쇼핑 좋아한다고 너무 구박하지 말자. 엄마의 쇼핑은 사랑이니까.(써 놓고도 왠지 욕을 부를 것 같은 예감이...).





엄마 쇼퍼들을 위한 꿀팁!


쇼핑할 때 옆에서 보채면 정말... 뚜껑 들썩입니다. 아시죠? 

알라모아나 센터에 XBOX가 있습니다. 얼라들이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완전 환장합니다. 

얼라의 탈을 쓴 어른도 마찬가지고요.  쇼핑에 관심 없는 분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후 여유 있는 쇼핑 하세요. 


 


쇼핑을 마친 후 밥을 해야 한다고요? 우리 그렇게 살지 말기로 해요. 

마카이 마켓 푸드코트에서 먹고 들어오거나 시로키야에서 김밥, 초밥, 무수비, 우동 등등 사서 먹어요.  



주스 팩토리의 버블티... 맛있어요. 하나가 엄청 크기 때문에 각1잔은 아무나 도전하지 마세요!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을 가실 때는요. 홈페이지로 무슨 쿠폰이 있나, 어떤 브랜드에서 폭탄 세일을 하나 확인을 해 보시고요. 영업시간은 월 - 토: 9am-9pm, 일: 10am-6pm이에요. 우리나라 아웃렛 생각하고 일요일 저녁 어슬렁어슬렁 갔다가는 허탕 치고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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