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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Aug 20. 2017

폴리네시안 컬츄럴 센터를 달리다. ㉞

PCC와 몰몬교 

그 유명하다던 지오바니 쉬림프 트럭에서 새우 각 1 접시를 해치우고는 폴리네이션 컬튜럴 센터(이하 PCC)로 향했다. 폴리네시아는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섬나라들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7개 사모아, 통가, 뉴질랜드, 마르케사스, 타이티, 피지, 하와이를 테마로 민속촌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신토불이 사나이가 영어 학원을 마치고 노스쇼어를 구경하면서 갔으니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PCC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당당하게 입장권을 사겠노라 말했는데 직원 얼굴이 영 시원치 않다. 5시~5시 30분이면 마감하는데 그래도 입장을 하겠냐고 묻는다. 이게 뭔 소리람. 여행 책자에서도, PCC 홈페이지에서도 오픈 시간이 12:00~21:00라고 해서 일부러 늦게 왔는데 내가 뭘 잘못 봤나? 책을 다시 뒤적여 봤다. OMG! 다시 보니 21시 옆에 작은 글씨로 ‘공연 마감’이라고 쓰여 있다. 아니 PCC에 가는 모두가 공연을 꼭 봐야 하는 것도 아닌데 정확하게 PCC의 폐장 시간을 알려줘야지! 어이가 없었다. 자세히 보지 않은 내 잘못도 있으면서 괜히 책 탓을 했다. 누가 그렇다고 알려 준 것도 아닌데 혼자 ‘날씨가 더우니깐 12시부터 개장해서 밤까지 구경하는 거구나’이런 말도 안 되는 '야간개장'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입장료로 어른 49.95, 어린이 39.95 달러(2014년도 기준)를 내고 들어가서 두 시간 만에 PCC를 훑고 나올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른 날 다시 와야 하는가. 만날 똑똑한 척하는 엄마가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대신 PCC를 뛰어다니기로 했다. 우리의 결정에 친절한 직원은 지도를 펼치고 그때부터 마감하는 순서대로 시간을 써주면서 어디서부터 뛰어야 하는지 알려줬다. 보통의 하와이안들은 정말 친절하다.  



뛰자! 사모아로! 이미 사모아 사람들의 쇼가 시작되어 엄청난 관객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지 못해 셋이서 뿔뿔이 흩어 앉아서 구경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라도 앉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나 역시 아이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사모아 민속 공연을 하는 중간중간에 한국말로 농담을 다 던지다니! 사모아 사람들이 직접 불을 만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코코넛을 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열광했다. 맨발로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나무에 발바닥이 착착 감기면서 올라가는데 저러다가 다칠까 봐 걱정이 앞섰다. 공연이 끝나자 아이들은 누가 뛰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다음 코스로 알아서 뛰었다. 사모아에서 타히티로 그다음 피지로 급하게 보다가 보니 폴리네시안 문화가 왠지 모두 한 나라인 듯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뛰면서도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이렇게 구경하니깐 운동도 되고 더 재미있단다. 나는 그 말에 고맙기도 하고, 진담인 것 같아서 기가 막혀서 또 웃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카누를 타기 위해서 호쿠피아 카누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쩌나, 아저씨가 싱긋 웃으며 이제 체험 시간이 끝났다며 손가락으로 스케줄이 적힌 푯말을 가리켰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어떡하지? 아침부터 카누 타러 간다고 좋아했던 아이들이었다. 어쩔 수 없다. 엄마가 잘못해서 이렇게 늦게 왔는데 뭐라도 만회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탁을 했다. 

우리 한국에서 왔는데 아이들이 아침부터 카누 탄다고 기대하고 왔거든..
어떻게 좀 안 될까?

친절한 아저씨는 문을 닫고 들어가시다가 다시 나오시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들과 나는 “땡큐 쏘 머치!”를 외치며 카누에 뛰어올랐다. 퇴근할 뻔하다가 붙잡힌 아저씨는 카누를 저으며 우리가 보지 못한 통가, 아오테아로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어찌나 유쾌한지 아이들이 말은 못 알아들어도 아저씨의 행동과 표정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저씨는 흥에 겨워 노래도 불러줬다. 아저씨 왕년에 베니스에서 곤돌라 저으셨나? 느낌은 곤돌라와 흡사한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를 노래였다. 그래도 따뜻하고 정겨웠다. 사실 카누 탑승객이라면 당연히 카누를 저어야 하겠지만 어린아이 둘이 힘이 있을 리가 없고 나 역시 연약한(?) 존재이니 결국 아저씨 혼자서 다 저은 셈이다. 카누 선착장으로 돌아왔을 때 또 다른 여행객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일정표는 보지도 않고 우리가 카누에서 내리자 바로 올라탔다. 친절한 카누 아저씨는 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바퀴 돌기 시작하셨다. 


“엄마! 엄마가 카누 타는 거 끝난 건데 다시 문 연거예요?”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아니, 영어가 문을 연 거지.”


라고 대답해줬다. 나 역시 매일 100%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실수도 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에둘러 표현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절대 쭈뼛거리지 말 것이며, 빨리 하는 영어가 멋진 영어가 아니라 차근차근 웃으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영어가 최고 영어라고 아이들에게 많이 강조한다.


[출처:PCC 홈페이지, 2017년8월 기준]


PCC를 구경하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 200달러가 넘는 슈퍼 앰버서더 패키지부터 우리처럼 50달러 내고 들어오는 입장료까지 몇 가지 단계별로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입장료만 내고 구경을 하기도 했지만 일찍 왔더라도 1인당 200 달러가 넘는 패키지를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다. 패키지 안에는 루아우 쇼와 저녁 식사 또 개인 가이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한국인 가이드들도 꽤나 많이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입장료만 내고 들어온 우리나 패키지 관광객들이나 어차피 같은 동선을 다니기 때문에 그들의 가이드가 마치 우리 가이드처럼 계속 마주치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입장료만 내고 앰버서더 패키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 PCC를 뛰어다녔다. 



[계속 마주치는 슈퍼 앰버서더 패키지의 가이드, 의도치 않게 계속 꼽사리 투어]



짧은 시간이지만 친절한 PCC 직원들 덕분에 거의 모든 액티비티를 다 해냈다. 정말 어메이징 했다. 뛰라고 또 열심히 뛰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대견했다. 자리를 옮겨 갈 때마다 만나는 슈퍼 앰버서더 패키지 한국인 가이드와 그 손님들은 우리를 마치 한 팀처럼 대해줬다.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하는 것이 대견하다며 우리를 반갑게 여겨 주셨다. 이렇게 또 뜻이 있으면 또 도와주는 이가 있으니 이것이 또 여행할 맛 아닌가.  


[제목: 여행의 부작용, 전생에 사모아 여인]






PCC에 가서 알게 된 사실



PCC는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 즉 몰몬교에 의해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었어요. 교회는 PCC를 통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폴리네시안들을 돕고 브리검영 대학교(BYU) 학생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PCC에서 우리를 도와줬던 선하게 생긴 한국인 가이드들도 모두 브리검영 대학교(BYU)의 학생들이었고요. 장학생들이랍니다. 저는 타인의 종교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성전을 사심 없이 바라보고 교리에 대한 설명도 귀 기울여 들었는데요. 같이 버스를 타고 오셨던 아주머니들은 PCC 뒤에 몰몬교가 있었다며 언짢아하셨어요. 투어의 끝에 갑자기 나타난 포교활동에 영 마음 불편해하셨던 모양입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라이에 트램 투어'만 피하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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