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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May 31. 2017

하와이 운전 핵심 정리 ⑧

와이키키에서 길을 잃다

와이키키에서 길을 잃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부터 스피디 셔틀을 타고 오는 순간부터 나는 셀프 도로연수에 들어갔었다. 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다른 교통 시스템을 빨리 캐치해야 했다. 솔직히 한국에서, 특히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세계 어딜 가도 '운전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나오겠으나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안전’이 우선인 겸손한 운전자가 되어야 했다. No! 깝죽깝죽!!




우리를 한 달 동안 데리고 다녔던 Ford  Focus,  작고 연비 좋고.. 착한 자동차




도착한 첫날 저녁, 겁 없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와이키키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분명히 낮에 스피디 셔틀을 타고 오면서 익힌 길인데 저녁이 되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러고 앉아 있다. 어리벙벙 해진 정신줄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나의 회귀 본능에 집중했다. 그런데, 된장..  어디선가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놈의 좌회전 신호(초록 화살표)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 표지판에 어떻게 좌회전을 하라고 쓰여 있을 텐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오호통재라! 오늘 안에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냐!  어린 시절 신호등 사탕이라는 걸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랑가. 빨, 노, 파(우리 때는 파랑으로 배웠다)의 색소와 설탕을 뭉쳐 표면을 까슬까슬하게 만든 것이었는데, 세 개를 다 먹고 나면 입천장이 쑤왁 까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하나가 부족했다. 그때도 좌회전 신호가 있었어야 했다(뭔소리..ㅠㅠ).


 

오직 빨노초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뭐야, 얘네들은 좌회전도 안 하고 운전해?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차는 점점 많아졌다. 좌회전 신호등도 없는데 좌회전 라인에 서 있었다. 사방 군데가 차로 꽉 차있고 내 뒤로도 좌회전 차들이 줄줄줄 들어섰다. 초조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참을 서 있었는데도 뒤에서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는 차 한 대가 없다. 하와이 사람들의 인내심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뒤에 계신 운전자도 나처럼 그 날 도착한 양반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오던 더버스(The Bus: 하와이 버스)가 초록 불임에도 불구하고 정지 해 줬다. 그러자 나머지 차량들도 모두 서 주면서 홍해 갈라지듯 길이 났다. 바로 이것이 YIELD(양보)다!  



휴... 집에 갈 수 있겠구나.




하와이에서는 몇 가지만 조심하면 운전은 무난하다. 그 첫 번째가 방금 언급한 비보호 좌회전이다. 우리나라처럼 초록색 화살표(좌회전 신호)는 안 보인다. 그러니 하와이에서 초록불이란 직진과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 회전을 의미한다. 반대편 직진 차량이 달리고 있는데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런 인간들이 있을 법도 한데 하와이 시민들은 이 시스템에 잘 훈련된 듯 보였다.



[ 그 밤에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신호, 좌회전은 초록불에 하고, 다른 애들은 양보하란 말이야.]


그렇다고 모든 좌회전이 비보호인 것은 아니다. 유동차량이 많은 경우에는 좌회전에 대해서 특정한 사인이 붙어 있기도 하고 일방통행 도로 (ONE WAY ROAD)와 만나는 지점에는 좌회전 금지인 NO LEFT TURN 등의 사인들이 있다.


(도로 표지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깝죽거리지 않고 운전만 하기 위해서 참았고요. 이 표지판들은  https://www.gproadwaysolutions.com/에서 담아왔습니다.)




우회전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는 보통 비보호 우회전하는 곳에 보행자 신호가 켜지면 차량은 기다렸다가 보행자들이 모두 건넌 후에 통과하지만 하와이는 보행자가 다 건넜더라도 신호등이 바뀌지 않으면 차량은 기다려야 한다. 즉, NO TURN ON RED (빨간불에 회전 금지) 사인을 지켜줘야 한다. 신호체계가 뭔가 두리뭉실한 듯한데 나름 효율적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여행자의 동네이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Oh! traveler~”하며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은 일방통행이 하와이는 꽤 여러 군데 있다. 사우스 킹스 스트리트(S.King’st)는 6차선인데 일방통행이다. 처음에는 이 넓은 길이 일방통행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해서 빅토리아 스트리트에서 그냥 비보호 우회전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치 전쟁에서 홀로 적군 6만 명과 마주한 느낌이랄까. 모두 나만 보는 바람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이후로는 가까운 곳을 가도 꼭 내비게이션을 켜고 다녔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하와이 사람들이 참 대단한 것이 일방통행 도로에 용감하게 들어왔으면 삿대질이라도 했을 법 한데 마주 보고 오던 차들이 그냥 멈추고는 손가락 하나를 펴서 위에 있는 one way사인을 가리킨다. 입으로는 “one way”라며 웃고 넘어간다(시간 관계상 그 하나의 손가락이 가운데 손가락인지까지는 구분을 못했으나). 칼라쿠아 애비뉴(Kalakaua ave.) 역시 긴 일방통행인데 이쪽에서 길을 잃으면 우리처럼 와이키키 한 바퀴를 다 돌게 되는 것이다.




'꺅! 나만 봐!'  이 지점에서 나는 전사할 뻔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 주차다. 하와이에 다녀온 사람들은 주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주차는 뒤에 이어서 좀 씹어줘야겠다.









반드시 차를 렌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가 어리고, 비치에 갈 때 주렁주렁 준비물이 많은 무수리였기 때문에 차가 필요했지만 다음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더버스:  http://www.thebus.org/Route/Routes.asp


와이키키 트롤리: https://waikikitroll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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