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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슷두잇 Jan 29. 2019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중남미 식민지 경제의 어둠

지난주 중남미 출장을 다녀오며 비행기에서 생각해본 것들을 정리하는 글이다.



1천만%의 하이퍼 인플레율의 고통은 말할 수도 없거니와 이에 따른 식료품과 의약품의 품귀는 나라경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결국, 고통 속 국민이 택할 수 밖에 없는 건,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지금 베네수엘라의 모습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현 대통령에 대한 퇴진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35명이 사망했고, 1천 명에 가까운 사람이 체포되거나 구금된 상태다. 후안 구이도 국회의장이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포한 이후로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데, 미국은 구이도에게 현금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어제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에 대한 제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제재의 핵심 내용은 PDVSA의 석유 수출 대금이 마두로 현 대통령에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계좌를 통해서만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는 것. 므누신 재무장관은 PDSVA에 대한 제재가 해결되려면 경영권을 임시대통령이나 적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넘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자원 부국의 나라꼴이 이처럼 황폐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베네수엘라는 다시 살 수 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도대체 신의 축복인 자원을 그리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왜 불행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남미 베네수엘라에게는 석유가 목숨줄이다. 베네수엘라의 재정수입의 95% 이상이 석유 수출에서 나오는 것만 봐도 이 나라의 석유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가 있다.


이 지점에서 소위 '자원의 저주'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자원을 내다 팔아 필요한 물자를 조달해 오는 구조하에서는 해외의 판매된 자원에 해당하는 만큼 달러가 자국내로 유입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국통화의 과한 평가절상이 발생하게 되고, 다른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고사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은 점점 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절대적으로 자원에 의존한 경제로 흘러가게 된다.


사실, 글로벌 경기가 좋고 국제 유가가 받쳐만 준다면 이런 석유 부국은 큰 무리없이 국가가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리세션이 발생하고, 국제 유가가 곤두박칠 치게 되면, 나라에서 필요한 재정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고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베네수엘라 역시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셰일혁명이 일어나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폭락하면서 석유산업을 대체할 다른 산업이 없었던 베네수엘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많은 물품들, 특히 의약품, 식료품 등이 부족하게 된 데다가 이런 것들을 만들어 낼 산업도 전무했다. 여기에 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민심의 동요를 없애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부족분을 화폐증발을 통해 충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의 하이퍼 인플레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미국의 경제 제재로 달러의 수급마저 차단되니 나라가 작살이 난 것이다.


결국 본질은 국제유가에 따라 국가경제가 널뛰기를 하는 구조에 있다. 풍부한 자원이 외부 요인에 극히 취약한 경제 구조를 만드는 '자원의 저주'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뿐만이 아니라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과거 '식민지 경제 모델'이 아직도 구현되고 있다. 식민지 경제 모델은 식민지는 본국에서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본국에서 만들어 온 제폼을 소비하는 구조를 말한다. 중남미 국가들의 수출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0%대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국가경제가 휘둘리게 된다. 골디락스 시기였던 2000년대에 중남미 경제는 평균 경제성장률 5% 수준을 구가하던 황금기 였다가 2016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으며 플러스로 회복되기에 이른다.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등 똑같이 자원 부국이지만 중남미의 이런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자원 외에 다른 산업군을 두텁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베네수엘라가 다시 턴어라운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 두 가지가 선결되어야 한다.


(1) 미국 제재의 해제

(2) 국제 유가의 상승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고는 다시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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