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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슷두잇 Sep 08. 2017

달러 약세와 엔 약세가 동시에 흐르길 원하는 분위기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차이와 그들이 내심 원하는 것

연초 달러엔 전망은 118엔 대의 꼭지에서 봄까지 108엔 대로 하락한 뒤, 반년 정도는 110엔 전후를 중심으로 레인지 장세를 형성하고 연말쯤부터 다시 상승을 할 것이라는 거였다.  


지금까지의 대체적으로 이 전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도 연말에는 115엔 전후까지, 내년에는 120엔을 넘어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생각에 오판을 느끼게 해준 건 유로 강세의 강도다. 올해 상반기는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라 여겼었기 때문에 당초 유로의 강세에 대해 별로 거부감은 없었지만, 유로달러의 저항선은 1.10 수준으로 생각했고, 아무리 가봐야 1.13 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 했었다. 



이는 연초 1.03 대의 최저점에서 0.1 정도를 되돌려 준 수준에 해당한다. 2011년부터 계속된 장기적인 달러 강세 흐름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을 기본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1.00의 패리티 수준 정도까지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유로달러 환율은 최근 1.18 대까지 올라서면서 연초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서 유로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은 내년 정도에 예상되는 ECB 긴축을 꽤나 많이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편 9월 역시 밸런스 시트 정상화가 시작될 연준의 긴축정책은 아직 뚜렷하게 달러 상승 압력을 낳고 있지 않다. 


내년에 그럭저럭 그간의 레파토리였던 감세정책을 포함한 트럼프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행 단계에 들어올 수도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내년 1~3월 사이 이탈리아 총선이 치뤄지게 되는 바, 반EU를 대변하는 정당의 의석을 늘릴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대로 유로 강세가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요인들이 앞으로 유로달러를 몇 개월 사이 반락시킬 재료가 되었다 해도, 연초 1.03달러대의 바닥을 밑도는 하락세가 실현될 지 여부는 아리까리하다. 이것은 사실상 유럽의 소버린 위기가 심각했던 2011년부터 이어진 장기적인 달러가치 상승 국면이 올해 초 종식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오히려 장기 트랜드인 달러 강세에서 약세로 돌아선 의미일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한편, 내년까지 120엔을 넘는 달러엔 환율 시나리오는 달러의 장기 트랜드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조차 가능하냐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2011년 이후 장기 달러 환율이 기존에 없었던 흐름을 더듬어 온 것이다. 1970년대에 글로벌 환율시스템이 자율변동환율제로 이행한 뒤, 과거에 보였던 장기적인 달러 가치 상승 국면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연준의 금융 긴축이 달러 강세를 앞서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지난 2004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었는데도 2001년 이후의 장기 달러 약세가 바닥을 친 건 2008년이 되면서였다. 


과거 미국의 금융 긴축에 환율이 늦는 경향이 있었던 이유 하나는 해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이나 독일이 경쟁력을 갖췄고 엔 강세와 마르크 강세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달러는 환율 압박을 받았다. 그래서 연준은 주로 실질 금리와 실질 환율로 구성된 머니터리 컨디션이 현저하게 타이트하게 되는 것 없이 금융 긴축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의 실질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처음으로 달러가치 상승이 진행하며 그에 따른 머니터리 컨디션이 한꺼번에 단단하게 됨으로써 미국 경제가 침체에 이르게 된 바 있다.  



1990년대 하면 일본이나 독일에 이어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부각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자 중국, 브라질 등 BRICs 국가들이 대두되었었다. 이렇게 과거의 연준의 긴축은 달러가치 하락 압력을 받아 머니터리 컨디션이 단단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비교적 대담하게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런 것에 비해 이번의 긴축 국면은, 미국 경제가 강한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즉, 과거와 달리 다른 국가의 통화 절상 압력이 결여되며 달러 압력이 높아지기 쉬운 환경 하에서 연준은 실질 금리 인상을 시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머니터리 컨디션이 단단하고 미국 주가와 자원가치, 이머징 마켓의 하락 등 마켓에서의 리스크 회피 스탠스가 종래보다 높아지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에 연준의 금융 긴축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자주 좌절하고 과거보다 시간이 걸린 이유이다.   



# 연준도 ECB도 속내는 BOJ가 계속해서 완화 스탠스를 가져주기를 원한다 


2015년 8월의 달러 대비 중국 위안 절하를 계기로 중국의 경제정책은 경기 부양으로 선회했다. 국제유가와 달러 환율도 안정하게 되면서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 자원국도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그 결과, 신흥국 외환이나 자원국 통화가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체로서의 달러 강세 압력이 후퇴, 미국의 머니터리 컨디션은 지난 시기에 비해 타이트되기 힘들게 되어 왔다. 


더더군다나 올해 들어, 앞서 말했듯이 유럽경제가 회복을 보이고 있고, ECB의 긴축 정책 등의 이유로 높은 압박감이 생겼다. 이로써 미국의 실질 환율은 점점 상승하기 힘들기도 했고 연준이 금융 긴축 스탠스로 움직여도 미국의 머니터리 컨디션은 타이트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은 밸런스 시트 축소를 포함한 금융 정상화를 도모하기 쉬워지는 환경이 조성되어 온 것이다. 


한편 BOJ와 같이 완화 지속 방침이 명확한 일본과 미국, 유로존의 금융정책 차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달러엔만이 아니라 유로엔을 비롯한 크로스 레이트에서도 엔 약세를 연출하게 되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유로 및 기타 통화 대비 달러 약세가 진행될수록 미국의 머니터리 컨디션은 타이트 되기 힘들기도 하고, 연준의 금융 긴축을 하기 수월하게 된다. 그 결과, 달러엔에 대해서만 말하면, 그렇게 달러 약세 분위기 속에서도 달러엔 환율이 윗방향으로 진행하기 쉽게 된다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일본경제의 회복세도 강하겠지만, 외국과 일본의 차이는 경기 회복이 중앙은행의 긴축에 이어지는가 아니냐이다. 외국에 비하면 일본은 BOJ의 완화 스탠스가 뚜렷한 만큼 통화 강세 압력이 높아지기 어려운 일이다. 중앙은행의 긴축이 해당 통화 절상 압력을 낳는다. 유로존이나 자원국에 대해서 아마 일본은 무역수지 개선이 엔고 압력을 낳기 시작할 때까지 달러엔 환율은 계속해서 오르기 쉬울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국제유가의 상승을 유발할 경우 일본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욱 무역 흑자 증가로 인한 엔고 압력은 표면화되기 어려워진다. 


엔저를 싫어하는 연준과 ECB가 BOJ에 긴축을 강요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지금 BOJ 마저 긴축에 나설 경우, 글로벌 금리가 상승 분위기에 빠질 위험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그 경우 연준과 ECB의 출구 전략은 힘들어질 수 있다. 연준도 ECB도 속으로는 BOJ의 금융 완화의 장기화를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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