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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슷두잇 Sep 12. 2017

멈출 수 없는 유로의 강세와
ECB의 고민

유로 강세에 따른 물가하락 압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이후 시작할 자산매입 중단에 대한 검토를 가을에 진행할 것으로 예고했었고, 이러한 사전 관측 보도대로 지난 9월 7일 ECB 이사회는 몇 가지 시나리오의 검토를 개시했고, 구체적인 결정은 10월 26일 진행될 차기 이사회로 미루었다.


드라기 ECB 총재는 "아마 대부분의 결정은 10월에 할 수 있다"라고 발언을 함으로써 가까운 장래의 정책결정 신호로 과거 이용하여 온 문구 "관련 부서에 검토를 지시했다"를 다시 쓰면서 사실상 10월 결정을 사전 통보한 꼴이 되었다.


검토는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며, 내년 이후의 자산매입 지속 기간이나 월간 매입 규모에 대해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하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드라기 총재는 이사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보다 무엇을 논의하지 못했는지를 강조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꼽은 것은 다음과 같다.


(1) 자산매입 종료 후에도 상당한 기간은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인가와 정책 순서의 변경

(2) 매입 상한

(3) 자산매입 대상 확대


매입 대상 자산이 고갈된다는 불안에 대해서는 "매입 프로그램에는 충분한 유연성이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처 가능하다는 것을 일관되게 증명하여 왔다"라고 발언했고, 또 자산매입은 최대한 시장 중립적으로 행하고 있으며, 국채시장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서는 ECB의 자본금 구성에 따른 각국 국채 매입 비율에서 일시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ECB는 내년 이후 자산매입의 감액(테이퍼링) 때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현재의 매입 규칙을 변경할 가능성을 분명히 부정한 셈이 되었다.



달러 약세도 ECB의 골칫거리


테이퍼링 결정의 연기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번 이사회에서 포인트 하나는 유로화 견제의 여부였다.


성명문에서는 "최근의 환율 변동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중기 물가안정의 행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라는 문구를 추가,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유로 강세의 진행은 분명하게 금융환경에 대한 단속과 관련된 것이며, 환율은 그 자체로 정책 목표는 아니지만 성장과 물가에 중요한 요소이며, 미래의 정책 결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라고 지적하면서 급속한 유로 강세 진행을 견제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생각과 달리, 유로 강세의 흐름은 계속되었다.


9월의 결정은 10월로 밀렸지만, 10월에 내년 이후 테이퍼링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최근의 유로 강세 진행에 의한 테이퍼링이 다소 장기화하더라도 매입 규칙의 변경을 부정한 이상 그렇게 오랫동안 매입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CB는 자산의 고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매달 발표되는 자산매입 실적에서는 33% rule(각국의 국채 발행 잔액에 대한 ECB 매입 상한)에 저촉될 국채 매입 비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감지되고 있다. 포르투갈, 핀란드에 이어 최근에는 스페인과 독일의 국채 매입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테이퍼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유로 강세를 견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드라기 총재가 이번 기자 회견에서 누차 정책금리에 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한 배경에도 이러한 고뇌가 엿보인다.


달러의 약세도 ECB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 같다. 미국의 부채 상환 문제가 12월로 미뤄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2월 금리인상 재개를 위한 장벽이 높아졌다. 잇따른 허리케인 재난으로 인한 미국 경기 후퇴 리스크, 북한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도 달러의 약세로 인한 유로의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 같다.



테이퍼링의 정당성 감퇴


다만 ECB의 유로 강세에 대한 내성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내부 전망에서는 환율을 감안하여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전년 대비)는 2018년에 대해 지난 6월 전망한 +1.3%에서 +1.2%로, 2019년에 대해 +1.6%에서 +1.5%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분기 기준에서는 예측 기간의 최종기인 2019년 4분기가 지난번 +1.7%에서 +1.6%로 하향 조정되었다. ECB는 중기 물가 안정에 대해 '2%에 가깝거나 그것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기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몇 년 후를 가리키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예측 마지막 분기 물가 전망이 지금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면 반올림해서 2%에 간신히 닿는 수준이 되어, 중기 물가 안정이 훼손될 단계에 들어간다. 지금의 유로 강세 진행에서 물가전망의 추가 하향 수정을 불가피하게 되면, 더는 테이퍼링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다.


ECB의 계량모델이나 과거의 분석 결과는 유로의 실효환율이 10% 증가한 경우 1년 후 소비자물가를 1.1~ 0.2% p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전 전망보다 실효환율의 예상은 4.4% 올랐고, 모델의 파라미터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0.5~0.1% p의 물가 억제 요인이 된다.


이 점에 대해서, ECB는 최근 환율의 하락은 유로존 경기 전망 개선을 반영한 것이어서, 모델에서 환율 민감도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소폭 하향 수정에 그칠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물가안정이 훼손되지 않을 정도의 빠듯한 하향 수정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1.2달러 초반 공방 계속


다행히 12월 이사회에서 발표 예정인 차기 내부 전망에서는 예측 기간이 2020년까지 1년 늘어 2019년 물가 전망이 더 하향 조정됐다고 해도 2020년에 완만하게 회복하는 물가흐름을 그리기는 가능하다.


9월의 내부 전망에서 유로달러 환율의 예상은 8월 중순의 컷오프 날 1.18달러. 이사회 이후 유로 강세 진행으로 1.20달러대를 다시 넘어섰다. 테이퍼링 결정을 선언한 10월 이사회의 단계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1.25달러 부근에까지 오를 경우 물가전망이 더 떨어지면서 중기 물가 안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향후 10월 이사회를 위한 ECB는 유로 강세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전술한 대로 내년 이후의 테이퍼 링과 달러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면 유로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묘수가 없다. 하지만, 유로달러 환율로 1.25달러에 근접하면, 2019년 이후에도 자산매입이 지속되는 것과 매입 규칙의 변경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1.20달러대 초반을 둘러싼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월 이사회에서는 내년 1월부터 월간 자산매입 금액을 600억 유로에서 400억 유로로 감액하고, 2018년 6월까지 6개월간의 자산매입의 연장이 결정될 것이라 예상한다.


물가 예측이나 유로 강세로 금융 환경이 경색되는 것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자산매입의 기간이나 규모를 확충하는 "완화 바이어스"를 유지함과 동시에 테이퍼링 종료까지의 상세한 스케줄을 미리 밝히지 않고 물가나 환율 동향을 노려보면서 내년 7월 이후 완화 지속과 매입량을 순차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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