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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Nov 10. 2021

금요일 조퇴는 왜 안 되나요?

카카오 미니가 부러워지는 오후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교감선생님께 온 전화였다.


"네, 교감선생님."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말자, 마음속으로 백 번 외치며 전화를 받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다.




"선생님, 왜 금요일 조퇴를 지금 상신하지요?"


주변 선생님들의 꿀팁에 따라 금요일 조퇴를 앞당겨서 상신했던 것이 문제였다. 3주 전, 금요일 조퇴를 너무 자주 올린다는 이유로 교감선생님께 한 소리를 들었던 탓이다.


이상하게 교감선생님은 모든 선생님께 전화를 돌리지 않은 듯했다. '어머 자기야, 나 맨날 금 조퇴 쓰는데 왜 나한테는 전화 안 하시지? 참 이상하네.'라는 동료 선생님의 목소리를 몇 번이나 들어서 알았다.

연가는 개인의 자유라고 분명 연수 때 들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쓸데없이 힘 겨루기 하지 말자는 나만의 원칙 아래 위와 같은 불만은 속으로 삼키며 말했다.



"아, 개인 사정이 생겨서 미리 올렸습니다. 앞으로는 당일에 올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분명히 금 조퇴 조심하라고 저번에 얘기했습니다. 주의하세요."

대체 뭘 주의하라는 건지 모르네. 나는 아무튼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보통은 이런 전화를 받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스킬을 총동원해서 빨리 털어버리곤 하는데, 이번 일은 조금 억울했다. 맨날 금 조퇴를 올리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동료 교사들의 말이 떠올라서 더 그랬다.


정확한 데이터가 말해주겠지 싶어, 업무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 전교직원 조퇴 이력을 샅샅이 훑었다. 나는 그렇게 특이할 정도로 조퇴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번 전화를 받고 나서는 더 움츠러들어 쓸 조퇴도 안 쓰기도 했다. 3주 만에 겨우 쓴 조퇴인데, 쓰자마자 이런 전화를 받자니 많이 억울해졌다. 알고 보니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선생님들 위주로 이런 전화를 돌리셨다고 했다. 이게 바로 꼰대질?!





당연히 할 일을 마치지 않고 가거나, 아이들의 수업을 빼먹고 연가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건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으로서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렇지만 특별히 '금'요일 조퇴라고 해서 제한하는 것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할 일 충실히 다 하고, 애들 돌봄까지 완벽히 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이게 바로 직장 내 괴롭힘?!








 





분명 아까는 억울함이 턱끝까지 밀려와 장학사한테 전화라도 걸 기세였는데,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하다. 지는 게 이기는 거고 , 손해 보는 게 손해 보는 것이 아니리, 하고 사는 인생이라지만 너무 쉽게 화가 풀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전화 한 통, 더 나아가 교감선생님의 태도가 내 나머지 하루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 더 싫지 않은가. 다음에 또 싫은 소리 하면 듣고 털지 뭐,라고 생각하니 생각이 나름 심플해졌다.




나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도 그것대로 골치 아플 거야, 그렇지?

집에 돌아와 괜히 카카오 미니에게 말을 걸어본다. 카카오 미니는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답했지만. 때로는 저런 카카오 미니가 부럽다. 귀찮은 소리는 다 저렇게 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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