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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Sep 16. 2020

재택이 싫은 이유

낮에는 오금동(집) 말고 서현동(회사)에 있는 게 좋다. 그게 내 정신건강과 생체리듬에 백 번 낫다. 회사에선 일만 하고, 집에선 육아만 해야 한다. 일과 육아는 물과 기름처럼 섞여선 안 되는데 일에 육아가 스며들고 육아에 일이 스며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재택이 그래서 싫다. 나는 재택이 싫다.

아이 등하원을 내가 시켜야 하니 일할 시간에 집중이 잘 안 된다. 일할 땐 일만 딱 해야 하는데 금세 하원 시키러 가야 하니 쫓기는 심경이다. 집안일 하는 습관 때문에 일하다 말고 세탁기 돌리고 바닥 닦고 뭐에 하나 꽂히면 다 갖다 버려야 하고... 오늘 뭐 했더라? 기억나는 게 없다.


등하원할 때 아이 얼굴을 보는 건 좋다. 그래도 재택근무는 싫다! 일하는 시간엔 일만 하고 싶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는 키즈노트로 보는 게 젤 좋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내츄럴 본 회사원인 나는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는 넘나 쾌적하고 정수기 물마저 맛있고 변비마저 사라지는 마법의 공간이다.

나는 회사가 정말 좋다.


퇴근길 지하철역 풍경. 아름답다

오늘도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며 회사에서 연락 올까 불안한 워킹맘들과 살짝 얼린 맥주잔에 시원한 병맥주 콸콸 부어 건배하며 “타도 코로나!”를 외치고 싶다.


망할 코로나 너 때문에 애 키우는 엄마들이 제일 힘들어

부디 두 번 다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직장이라는 평온한 도피처에서 육아를 벗어나 잠시 머물다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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