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저기요 Feb 10. 2021

작은 집에 살며 불행하지 않기

작은 평수가 좋다고 느끼는 건 청소할 때랑 관리비 낼 때뿐이다. 집은 커야 해! 40평 50평까진 아녀도 3인이 사는 집이 30평은 돼야 숨이 트이지. 작은 집과 큰 집 중 어떤 걸 선호하나요? 누가 묻는다면 단연코 후자다. 


방 한 개짜리 19평 아파트에 6년째 살고 있다. 이곳에 처음 이사 와서 혼자 살 땐 집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높았다. 거실은 영화를 보고 사람들 초대해 술 마시는 공간이었다. 큰 책장을 들여놓고 '아 나 좀 있어 보이는 거 같아' 하며 얼마나 뿌듯해했었는지. 밤에 와인 마시며 책 읽는 30대 독신 녀성 <-- 누가 보지도 않는데 혼자 있을 때 더 허세에 심취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만 2년을 혼자 누리며 살다 결혼을 했고 동거인이 생겼다. 

 지금은 아이 빨래 주렁주렁 ⊙﹏⊙∥

둘이 살 때도 좋았다. 보이는 공간이 빤하니 대판 싸워도 한 사람이 박차고 나가지 않는 한 금방 화해할 수 있었다.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밥 해 먹고, 안주 만들어 술 마시고, 영화도 보며 꽁냥꽁냥. 곳곳에 신혼의 추억이 묻어 있다. 


아이가 생긴 뒤엔 추억이고 나발이고, 정리 전쟁이 선포됐다. 아이 물건은 아무리 줄이고 또 줄여도 한계가 있다. 아이는 어른처럼 미니멀리즘을 추구할 수가 없다. 장난감은 자주 노는 것 / 가끔 놀지만 버릴 수 없는 게 있어 항상 일정한 가짓수를 유지하게 된다. 또 그놈의 봉제인형은 왜 자꾸 늘어나는지... 하나 생기면 두 개 버려야 눈에 보이는 거실 바닥의 면적이 유지된다. 


집이 좁다 보니 조금이라도 어지럽혀 있으면 숨이 턱 막힌다. 머리카락 2개만 보여도 미간에 주름이 팍! 오후에 짠~하고 드는 햇살은 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얼룩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 같다. 두 손에 돌돌이가 장착된 것처럼 밀고 쓸고 닦고... 재택 기간에 집에 있으면서 정리 & 청소 강박이 더 심해졌다. 이제 거의 정신병 수준이다. 


애가 뒹굴며 저지레 할 때도 어디 머리카락 떨어진 건 없나 돌돌이 들고 스캐닝하는 나. 이 광경을 누가 보면 아동학대라고 할지도 몰라... 좁은 집을 방치하면 굴 구멍 되는 건 시간문제라 오늘도 부지런히 치우고 또 치운다. 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고, 안 쓰는 건 그때그때 버리고,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둘 것. 작은 집에 살며 불행과 멀어지는 나만의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미지옥 같은 인스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