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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Apr 30. 2024

기자회견을 보고 느낀 점

화제의 기자회견을 다음 날 친한 언니의 카톡을 받고 알았다.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흥미진진했다는 후기와 함께, 방시혁을 칭하는 표현이 시혁 님에서 대표님, 개저씨, 등신새끼로 바뀌었다는 말에 빵 터졌다.


집에 가는 길에 인스타에 떠도는 기자회견 영상을 보고 웃을 수가 없었다. 깊은 사정은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상태와 너무 비슷해 보여서 과몰입해 버렸다. 열받고, 억울하고, 그저 일을 하겠다는 거뿐인데 등신 같은 새끼들 때문에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근거 없는 음해까지 당하고 있으니. 정말 진심으로 억울한 게 느껴졌다.


23년을 리뷰하고 24년을 계획하는 보고서를 수도 없이 만들었다. 이걸 개선하겠다, 저걸 바꿔보겠다, 기획안도 여러 개 썼다. 개저씨들 회의에 들어가면 반응이 두 개다. 1) 굳이 뭘 이런 걸 2) 해도 안 될 텐데 + 옛날엔 말이야~~~~~ 여기는 원래~~~~~~~~~~~~~~~ (타임머신도 안 탔는데 과거 여행)


개저씨들아, 닥치세요.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밖에 모르는 주제에 뭘 안답시고 감 놔라 배 놔라 이래라 저래라세요. 식은땀이 흐르고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음성마저 떨린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보류할까요?" …이래놓고 무슨 일을 하라는 거지??


"개씨발" 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조현병 환자처럼. 개씨발, 씨발새끼들을 외치며 퇴근을 했다. 다음 날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 (그는 살면서 욕 한 번 안 해봤을 캐릭터다) 티타임을 갖자고 해서 저 단어를 굳이 말했다. "00 님, 제가 퇴근길에 '개씨발'을 외치고 있더라니까요?"


가끔 집에서 소주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날엔 한밤중에 3M 돌돌이를 돌리며 욕을 한다. 씨발, 씨발 새끼들아. 어떨 땐 상사에게 못했던 말을 방언처럼 하기도 한다. 제대로 판단을 해주셔야죠. 일의 가르마를 타달라니까요. 그 업무는 저희가 해야 해요.


쌓이고 쌓여서 못다 한 말들이 한 번 터지면 화산 폭발처럼 주체할 수가 없다. 억울해서, 억울해서 그래. 나는 고작 회사원인데, 회사원이 일을 못해도 답답한데, 그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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